“노동절, 누구를 위한 날입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4.05.0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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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힐스 캐디, 복직투쟁 10개월...
“노동절은 법으로 보호받는 사람들만의 축제”


5월 1일, 노동절. 노동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는 노동자 축제의 날이다.
그러나 똑같이 일하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날은 더욱 서럽기만하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8월 회사측으로 해고당한 파미힐스 골프장 캐디들. 그들이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복직투쟁을 벌인지 어느덧 10개월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왜관 사업장 앞에서 천막농성도 벌이고 대구시 열린우리당사에서 단식농성도 벌였지만 아직 아무런 해결을 보지 못한 채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복직투쟁에 나선 파미힐스 캐디노조 부분회장 김진득씨.
복직투쟁에 나선 파미힐스 캐디노조 부분회장 김진득씨.
처음 90여명의 노조원들과 함께 벌인 농성이었지만 지금은 3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4월초 오랜 단식 끝에 혼자 남은 편유미 분회장이 병원에 입원한 뒤 지금은 부분회장인 김진득(38)씨가 그 뒤를 이어, 남은 노조원 1명과 함께 다시 피켓을 들었다.

이전에 함께 싸워온 조합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생계문제를 위해 대부분 떠나갔다. 차비가 없어서 항의농성 집회에 못오는 사람도 있었고, 먼길을 걸어서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씨 본인도 얼마전 노동청에 개인파산을 신청하고 차비가 없어 집까지 1시간여를 걸어서 왔다.

그동안 다시 복직투쟁을 하자며 노조원들을 만나 설득했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김씨는 “동료들은 반년이 넘게 노동자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했지만 하루하루 빚만 늘어 대부분 신용불량과 개인파산에 처해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도 많아, 이런 경제적 좌절 때문에 이제 함께 투쟁하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조차도 무뎌져 갑니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불평등 대우와 임의 해고 등 서러움 여전...복직으로 노동자 인정받는 것이 최선의 길

이들이 굳이 복직을 고수하는데 대해 주위에서는 “하루 빨리 다른 직장이라도 찾는 것이 이득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김씨 역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 취직을 해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해도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불평등한 대우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생활이 또다시 반복될 뿐입니다. 20대에 들어와서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곳입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노동자로 인정받고 원래 자리도 찾을 겁니다”라며 투쟁의 이유를 분명히 했다.

회사측은 골프장 캐디에 대해 처음부터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단지 골프장 안에서 수고비를 받으며 일한 것으로 간주한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캐디들의 복직투쟁 후 회사측은 여전히 직접적인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
파미힐스는 회사 주주만 3200명, 이중 이사가 33명인데 이 중에는 검사, 변호사 등 많다. 이들의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복직이 가능하지만, 이사들은 하나같이 “나는 복직을 시켜주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열린우리당사에서 50일동안 벌인 단식 농성도 무관심 속에 끝났다. 마지막까지 혼자 자리를 지킨 편유미 분회장은 복직투쟁이 진전없이 계속되는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했지만,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노조원으로 계속 투쟁할 계획이다.

노동절, 노동자 권리 보장 안되면 의미없어...파미힐스, 노동자로 인정받을 때까지 투쟁 계속

지난 28일부터 남은 두명이 다시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절인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예전에 비해 적은 수로 하는 시위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결의는 더욱 강해보인다.

김진득 부분회장은 “노동절이 과연 ‘진짜 노동자’를 위한 날인지 묻고 싶습니다”라며 “우리도 남들과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이지만 회사와 국가, 누구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절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여성들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는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의 김종련 지부장은 “해마다 노동절을 맞지만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들에게는 노동절의 의미보다 최저임금도 못받고,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해고되는 등의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그들도 똑같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절이 114주년을 맞는 지금도 현실은 이렇습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절. 그러나 파미힐스 캐디들과 같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겹다.

글. 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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