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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박아놓겠다는 대통령의 공언(空言)
[김영철경제읽기]
"균형발전? 지역 지식인들조차 서울 문전에서 떠드는데"
2007년 09월 30일 (일) 18:55:11 평화뉴스 pnnews@pn.or.kr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임기 중 최대의 치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 ‘대못’을 박아놓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 딴 소리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임기 내내 제기된 비판은 다름 아닌 이와 같은 난데없는 무모함과 치기어린 공언(空言)에서 기인하는바 크다. 대못을 박아 놓는 것이 아니라 용접을 해놓아도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차기정부에 들어서면 그 원형을 짐작하기 힘들게 될 정도로 갈기갈기 찢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마당에 대못을 박아놓아 차기 정부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허풍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벌써부터 참여정부가 박아놓은 대못을 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지 않는가.


"줄탁동시(啐啄同時), 어미 닭의 부리 만으로 껍질 깰 수 있나?"

돌이켜 보면 참여정부는 DJ의 햇볕정책을 집권 초기에 이미 그 근간을 크게 흔들고 훼손시킨 바 있다. DJ 정부 역시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YS의 세계화 정책을 대표적인 정책 실패의 사례로 삼아 무참하게 농락하였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다음 정부에서 이와 같은 전철을 답습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있을까? 차기 정부가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정부이건 아니건 현실로 나타나는 결과는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제 2단계 국가균형발전 정책 설명회가 행자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얼마 전 대구에서 개최되었다. 동원된 듯한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하는 편이 정직하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분분했지만 발표자나 토론자의 말에 힘이 실리지도 않았음은 물론이고, 청중들의 반응도 시원찮았다. 이미 그럴진대, 참여정부가 끝난 후 국가균형 발전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이 경우 적절할 지 모른다. 계란이 부화해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행위(啐)와 그 순간에 대응하여 어미닭이 바깥에서 부리로 계란을 쪼아 깨뜨리는 행위(啄)가 절묘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절묘한 타이밍을 요한다.


"그 대못을 사람들의 가슴에 박아야 했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하여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어미 닭이 계란을 품어 껍질 안에서 병아리가 스스로 부화하는 것을 보듬고 참아내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모든 새로운 것은 탄생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내부에서 변화를 이루어내는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미 닭이 부리로 계란을 깨는 순간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태어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그 과정만을 가지고 생명 탄생의 전 과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이 있기까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달걀의 껍질 내부에는 활발한 생명의 운동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미 닭이 부리로 계란을 깨는 눈으로 보이는 행위만을 신봉한 채, 달걀 껍질 안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활발한 생명의 운동을 무시하였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못을 박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결국은 어미 닭의 부리만으로 병아리를 부화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대못을 박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그 대못을 사람들의 가슴에 박아야 했었다. 보이지도 않고 쉽게 표시도 나지 않겠지만 사람의 가슴 깊은 곳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의지가 움틀 수 있도록 어루만지고 보듬는 과정이 더욱 필요하였다.

한국 사회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강력한 중앙집중적 시스템을 기정사실화하고 미화하려는 신화가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이를 깨뜨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안적 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서울에 대한 신화를 우선 해체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어찌 중앙정부가 대못을 가지고 해결할 일인가?


"지역의 담론조차 중앙정부에 포섭된 균형발전,
...'대못' 약속 따위 믿지 말고 지역역량 주체적으로 발휘해야"


대구경북은 참여정부 출범 이전부터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필요성을 주체적으로 제기하고 국가운영의 대안적 방식으로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위한 비전을 어느 지역보다도 선구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여정부 들어 지역단위의 이러한 자생적 논의는 어느새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참여정부가 주도하는 논의 구조에 흡수되었다. 수도권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은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 역량뿐만 아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한 지역의 자발적이고 주체적 담론 형성 과정조차도 참여정부가 주도하는 중앙 집중적 논의 구조에 무력하게 포섭되었다.

참여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균형’이 아닌 ‘집중’이 되어 버린 것은 너무나 비극적 현실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함께 논의하던 지식인들도 참여정부 들어 그 문제를 가지고 지역에서 서로 함께 진지하게 논의하기보다는 서울로 가서 이러저러한 위원회에 참여하고 참여정부의 문전에서 우쭐대며 떠들거나 혹은 권력자의 옆에서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역의 지식인들조차 달걀의 껍질 안에서 소리 없이 부화되어가는 내발적 과정에 몸소 참여하고 함께 머리 맞대기보다는 껍질 바깥에서 어미 닭이 쪼는 부리의 힘을 신봉하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가 곧 막을 내리게 된다. 참여정부가 주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함께 뒷전으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내발적 발전 전략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고 성취해야 할 목표다. 무력하게 끝나는 것은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일 뿐, 지역민에 의한 지역의 내발적 발전 전망을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가 약속하는 대못 따위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위해 지역의 역량이 주체적으로 발휘되어야 할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영철경제 읽기 13]
김영철(계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kimyc@kmu.ac.kr)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영철 교수님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부터 계명대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과 [대구라운드] 집행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대구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과 내발적 지역경제론](2005), [지역은행의 역할과 발전방안](공저, 2004)과 [자본,제국,이데올로기](공저, 2005)를 비롯한 많은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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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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