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12일자 매일신문의 김범일 시장 인터뷰.
매일신문은 이날 1면 오른쪽 박스에 <“차라리 개인 김범일을 때려라”>, <김 대구시장 “발목잡기식 시정 비판” 격정 토로>라는 제목으로 김범일 시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매일신문은 이 인터뷰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이 최근 맹목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일각의 ‘발목 잡기식 시정 비판’에 대해 격정적으로 소회를 토했다. ▶ ‘대안 없는 비판, 맹목적인 비판, 발목 잡기’가 현재의 대구상황을 초래한 근본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하며, “김 시장은 평소 그답지 않게 큰 소리를 쳐가며 평소의 심중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매일, "선의의 반대라면 그렇게 격정 토로했겠나"... 김 시장 편?
김 시장이 말한 ‘발목잡기’란, 대구시가 모노레일로 연결하는 도시철도 3호선(동호동 서리못-범물동 관계삼거리. 13.95km)의 일부 도심지 구간을 지상화로 최종 결정한데 대해 대구시의회와 일부 시민단체가 ‘지하화’를 주장하며 대구시를 비판한 것을 말한다. 김 시장은 이 인터뷰에서 “도시철도 3호선 지하화가 과연 가능하나. 재원이 있고 중앙정부 설득이 가능하다면 내가 먼저 지하화를 주장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일신문은 9월 14일자 31면에도 <대구 시장의 불만 토로가 의미하는 바>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은 “설사 같은 반대의 주장이나 의견이 나왔다 하더라도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시장이 그처럼 격정을 토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역 지도층도 이제 한 차원 높은 공익정신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김 시장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매일신문의 이 보도가 나간 뒤, 대구일보와 영남일보, 한겨레는 김 시장 발언에 대한 대구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잇따라 전하고 있다.
대구.영남일보 '파열음.격앙'...시의회 편?
대구일보는 지난 14일자 4면(의정) 박스에 <대구시의회-대구시 파열음>이란 제목으로, “대구시의회와 대구시의 관계가 급속하게 파열음을 내고 있다”며 “지난 11일 발생한 모 대구시의원의 대구시 공무원(서기관) 폭행사건이 발단이 됐지만, 김범일 시장이 일부 의원의 시정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는다는 불만을 최근 모 언론을 통해 공개 토로한 것이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남일보도 15일자 3면(뉴스와 이슈)에 <“김범일 시장 책임 물어야”>,<대구시의원 총회, 시의원 경시 발언에 격앙>이라는 제목으로 김 시장 발언 파문을 다뤘다.
영남일보는 “대구시의회에 대한 김범일 대구시장의 경시 태도를 둘러싸고 시의회와 김 시장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김 시장의 즉각적인 사과와 해명을 촉구하는 시의회의 입장을 전했다.
영남일보는 여러 시의원의 말을 인용해 ▶“시장의 이런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시민을 무시하고 시의원을 경시하는 태도” ▶“김 시장 소환해 책임 물어야 할 것” ▶“김 시장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이후 자아도취에 빠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같은 ‘김 시장 발언 파문’에 한겨레도 가세했다.
한겨레는 18일자 13면(영남) 머리에 <김범일 대구시장 발언 논란 - “발목잡기 비판, 대구위기 근본원인”>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한겨레는 <김범일 대구시장의 발언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며 <17일 장경훈 의장과 최문찬.김충환 부의장 등 의장단 긴급 모임을 열어, “김 시장의 발언이 의원들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며 김 시장에게 사과를 받아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오만.권위주의 발언 - 발언 취지 잘못 알려졌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매일신문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뒤, ▶5대 시의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김 시장의 발언을 일제히 비난했다. ▶도시철도 지하화 성명을 낸 대구발전연구회도 “오만하고 권위주의적인 생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발언의 취지가 잘못 알려졌다”며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뤄 지하화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 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반대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김 시장 쪽의 해명도 실었다.
매일신문 보도로 시작된 ‘김범일 대구시장’ 발언 파문.
시의회와 관련 단체는 계속 반발하고 있고 김 시장은 진화에 나선 국면이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시민단체가 어떻게 이 일을 매듭지을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반대쪽 생각은?...모 언론?
다만, 매일신문은 12일 ‘김 시장 인터뷰’와 14일 ‘사설’ 이후 시의회나 시민단체를 비롯해 김 시장이 비판한 쪽의 얘기는 싣지 않았고, 대구일보와 영남일보는 김 시장 쪽의 입장이나 해명은 다루지 않았다. 독자는 “왜 그런지?”라는 반대쪽의 생각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 대구일보와 영남일보는 ‘모 언론’, 한겨레는 ‘지역언론’이라고 만 소개할 뿐 ‘매일신문’이라는 실명을 쓰지 않은 채 인터뷰 가운데 ‘발목잡기 비판’이라는 핵심 발언만 전했다. 신정아씨 누드 사진을 실어 인권을 침해하고 ‘선정성’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일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독자가 쉽게 검색해 다시 볼 수 있도록 첫 보도한 언론사의 제호를 적어줘도 좋지 않을까.
글.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7년 9월 18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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