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에서 놀다"

평화뉴스
  • 입력 2007.10.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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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의 고사성어] 鳶飛魚躍(연비어약)
"성군(聖君)의 정치로 정도(正道)에 맞는 세상을"


鳶飛魚躍(연비어약)

[뜻]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 속에 고기가 뛰어노는 것이 자연(自然)스럽고 조화(調和)로운데, 이는 솔개와 물고기가 저마다 나름대로의 타고난 길을 가기 때문이다라는 뜻으로, 만물(萬物)이 저마다의 법칙(法則)에 따라 자연(自然)스럽게 살아가면, 전체적(全體的)으로 천지(天地)의 조화(調和)를 이루게 되는 것이 자연(自然)의 오묘(奧妙)한 도(道)임을 말함.

솔개 연
날 비
고기 어/물고기 어
뛸 약, 빨리 달릴 적

[출전]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편(旱麓篇)

[내용]
산뜻한 구슬잔엔 황금 잎이 가운데 붙었네
점잖은 군자님께 복과 녹이 내리네
솔개는 하늘 위를 날고 고기는 연못에서 뛰고 있네
점잖은 군자님께서 어찌 인재를 잘 쓰지 않으리오

瑟彼玉瓚 黃流在中 (슬피옥찬 황류재중)
豈弟君子 復祿攸降 (기제군자 부록유강)
鳶飛戾天 漁躍于淵 (연비려천 어약우연)
豈弟君子 遐不作人 (기제군자 하불작인)

솔개가 하늘에서 날고 고기가 연못 속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성군(聖君)의 정치로 정도(正道)에 맞게 움직여지는 세상을 표현한 것이다. 새는 하늘에서 날아야 자연스러운 것이며,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자연스럽다. 이는 천지의 조화 바로 그 자체인 것이다.

퇴계(退溪) 선생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에서 천지만물의 자연스런 운행을 이렇게 노래했다.

"春風(춘풍)에 花滿山(화만산)하고 秋夜(추야)에 月滿臺(월만대)로다.
四時佳興(사시가흥)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물며
魚躍鳶飛(어약연비) 雲影天光(운영천광)이야."

봄바람이 산 가득 꽃을 피우고, 가을 밤 달빛이 환히 비추는 것은 어긋남이 없는 우주의 질서이고,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와 함께 함은 자연과 합일된 인간의 모습이다. 게다가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못에서 뛰노니 이는 우주의 이치가 잘 발현된 상태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은 만물이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들을 집약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 이이(栗谷李珥)가 19세 때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어느 도승이 물었다.

"유교에도 비공비색(非空非色)이라는 말과 같은 법어(法語)가 있느냐?"

이에 율곡은 즉석에서 대답하였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 곧 비공비색(非空非色)의 의사(意思)입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한시를 지어 재확인하였다.

鳶飛魚躍上下同(연비어약상하동)
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等閑一笑看身世(등한일소간신세)
獨立斜陽萬木中(독립사양만목중)

솔개 하늘을 날고 물고기 물에서 뛰는 이치, 위나 아래나 똑 같아
이는 색(色)도 아니오 또한 공(空)도 아니라네
실없이 한번 웃고 내 신세 살피니
석양에 나무 빽빽한 수풀 속에 나 홀로 서 있었네

이 글을 해석해 보면 ‘소리개〔鳶〕는 날아서 하늘을 치받고 물고기〔魚〕는 연못에서 뛰놀도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위로는 공중에서 소리개가 날개치고 아래로는 연못 속에서 물고기가 뛰노는 것이 모두 생명이 약동하는 세계임을 찬탄하는 노래로서 유가(儒家)의 이 노래와 불가(佛家)의 비공(非空) 비색(非色)이 생명의 세계임을 갈파한 법어와 공통되는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곧 생명철학이다.

본래 사람과 자연의 조화가 이렇게 신비로운데, 지금의 사람들은 눈앞의 편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지 모른다.


[청봉의 고사성어 47]
- 서예가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님의 글입니다 -

* 196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과 <한국 서협 대구지부> 사무국장을지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청봉의 고사성어>를 통해 옛 성현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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