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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유능한 기자였다" - 내일신문 최세호 기자
2004년 05월 11일 (화) 09:13:44 평화뉴스 pnnews@pn.or.kr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 분야에 10년이상 한우물을 파면 흔히들 전문가축에 든다고 한다.
최소한 나의 경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무력감마저 든다. 기자생활의 연차가 올라갈수록 어렵고 두렵고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다.
언론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 3~4년차의 일이다. 그땐 나도 "능력있는 기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무엇이 유능했던가. 특종잽이였나? 아니었다.
겁도 없고 혈기왕성했다. 폭탄주도 출입기자들중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섭섭할 정도로 마셨다. 용기가 넘쳐 기고만장한 적이 있었던 때의 일이다.

당시는 97년 외환위기전이라 회식도 많았다. 주 '지육림'의 만찬도 자주 있었다.
출입처에서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눈치였다. 취재원과의 관계도 잦았다. 그래서 정보도 빨리, 그리고 많이 얻게 됐다. 인맥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출입처의 장악력도 높았다.

출입처의 고위층들과 교분이 많고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자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자질구레한 청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청탁 해결을 나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마치 들어주지 않으면 내 자존심이 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무시한 결과가 청탁실패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조직내부의 부탁은 특히 사활을 걸고 덤볐다. 완장찬 기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회상된다. 동료직원들의 사소한 부탁에서 몸담은 회사차원의 업무지시까지 다양했다. 회사의 부탁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하는 꼴을 자주 봤기 때문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사주의 계열사 민원까지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고국의 민원이 출입기자에게 바로 떨어지는 적도 많았다.


"회사 청탁 처리못하면 좌천성 인사도...출입처 청탁 먹히지 않으면 '조지는 기사'도 준비"


출입기관과 언론사간 적정선의 타협이 이뤄질 경우 다행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판 전쟁도 불가피하게 벌이기도 했다. 독자의 요구와 무관하게 조지는 기사가 시리즈로 준비되기도 했다. 이때 기자는 조폭이고 기자의 펜은 흉기로 돌변한다.

출입처 직원들의 청탁도 쉽게 접했다. 주로 인사청탁이었다. 고위간부 인사때는 기자실에 대한 로비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외부 지인들의 부탁도 있었다. 지인주변의 직원인사청탁에서 납품청탁까지 서슴지 않고 들어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말 능력탓인지 뒷말없이 잘 넘어갔다. 그래서 사내외에서 '유능한 기자'라고 불려진 모양이다. 돌이켜 보면 조직의 하수인이나 용병수준의 샐러리맨보다 못한 짓이었다. 유능하다는 립서비스에 놀아난 꼴이었다. 기자라는 직업과 무관한 일이었다. 당시의 관행과 현실때문이었다고 둘러대면 적당히 넘어갈수 있겠지만 수치스런 기억임에는 틀림없다.

기자생활 10년을 넘긴 지금은 어떤가. 이젠 최소한 당시의 유능한 기자상을 따르진 않고 있다. 유능한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무능해도 좋다. 무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기자 완장없이도 기사를 잘 쓸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을 뿐이다. 요즘 자주 가슴에 새기는 말이다. 논어의 태백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勇而無禮則亂(용이무례즉난)直而無禮則敎(직이무례즉교)"
용감하지만 분별력이 없으면 난폭해지고(勇而無禮則亂), 바르지만 분별력이 없으면 사람의 목을 조르듯 가혹해진다(直而無禮則敎)는 말을 기자 최세호에게 자주 던진다.

내일신문 최세호 기자(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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