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강열하면 그림자도 짙습니다"

평화뉴스
  • 입력 2007.12.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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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안동교구장 성탄메시지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을"..."물질중심 문화는 파멸의 길"

대구 최영수 대주교 / 안동 권혁주 주교
대구 최영수 대주교 / 안동 권혁주 주교

오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와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성탄메시지를 발표했다.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는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이란 제목의 성탄메시지에서 "성탄은 하느님 사랑의 징표를 드러내신 것"이라며 "사랑은 어떤 이해득실도 어떤 손익도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성탄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영수 대주교는, "빛이 강열하면 그만큼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진다"면서 "특히 올해 성탄을 맞아 우리가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이들이나 소외된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랑은 메마르지 않는 옹달샘으로, 우리가 받은 사랑을 펴서 나눌 때 우리의 사랑은 메마르지 않고 더욱 풍요로워진다"면서 "사랑의 따스함이 미처 전달되지 못한 음달에도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나눠야한다"고 당부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도 성탄메시지에서 '사랑'과 '겸손'을 강조했다.

권혁주 주교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이란 제목의 성탄메시지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비천한 우리들을 들어 높이시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셨다"면서 "오로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상대방과 함께 하는 사랑으로 내려갈 때까지 내려가는 지극히 겸손하고 단순한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밝혔다.

특히, '물질중심'의 문화를 경계했다.
"먹고 사는 경제문제만을 부각시키는 정치문화가 우리 국민들을 물질중심의 가치판단주의로 내몰지나 않을까 염려된다"며 "물질중심의 생활문화와 사고방식은 결국 하느님의 설자리를 앗아가 사람들을 탐용과 이기심만 가득한 파멸의 길로 내몰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주교는 끝으로 "그분께서는 오늘도 가난하고, 약하고, 힘없는 형제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신다"며 성탄의 의미를 새겼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최영수 요한 대주교 - 2007년 성탄 메시지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힘들고 아파할 때 부모님은 우리를 걱정하고 염려하십니다. 우리는 부모님이 사랑하는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때 우리는 자녀를 위로하고, 또 할 수만 있다면 그 괴로움을 대신하려 합니다. 우리가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가 생명이 위태롭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이해득실도 어떤 손익도 따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현실의 가치로 따질 수 없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의 원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 자체이시며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셨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요구하십니다.(1 요한 4,7 참조)

성탄은 하느님 사랑의 징표를 드러내신 것이며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역사하시고 주관하시는 것을 보여주시는 축복의 날입니다. 우리는 이 날을 마땅히 기억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올해 성탄을 맞이하며 우리가 특별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이들이나 소외된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빛이 강열하면 그 만큼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집니다. 사랑의 따스함이 미처 전달되지 못한 음달에도 사랑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사랑은 메마르지 않는 옹달샘입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펴서 나눌 때 우리의 사랑은 메마르지 않고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면서 하느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사랑과 애정의 손길을 통해서 더 넓게 전해져서 소외된 이들이 좀 더 따뜻한 세모와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함께 하시길 빕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요한 대주교


천주교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 2007년 성탄 메시지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

지극히 높으시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이토록 자신을 낮추시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기로 우리에게 오신 것은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하느님에게까지 오를 수 없는 비천한 우리들을 들어 높이시기 위해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 많은 우리 인간들을 한 사람도 구원에서 놓치지 않으시기 위하여 가장 누추하고 버림받은 자리인 마구간으로 오신 것입니다.

이러한 성탄의 신비를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크신 분이시니 스스로 작은 분으로 오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전능하신 분이시니 스스로 약한 분으로 오실 수 있고 힘없는 어린 아기로 우리를 만나러 오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잘 사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볼 수 있고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또한 당신의 어지심이 우리에게 이르고 그 어지심이 우리 서로에게 전달되어 우리의 중개로 계속해서 그 효과를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당신의 찬란한 광채를 포기하시고 마구간으로 내려오실 만큼 좋으신 분이십니다. …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과 함께 하고 당신을 닮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중의 한 사람이 되셨습니다.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를 표징으로 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그분을 알아봅니다."(2005년 12월 24일 바티칸 대성당 강론 중에서)

하느님의 사랑은 이처럼 놀랍고 오묘하지만 지극히 겸손하고 단순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상대방과 함께 하는 사랑으로 내려갈 때까지 내려가는 지극히 겸손하고 단순한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전능하신 것은 오로지 사랑으로밖에 전능하시지 않습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이 바로 이러한 사랑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러한 주님의 성탄을 어떻게 함께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기쁨을 어떻게 이웃과 함께 나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이 사람으로 우리에게 오신 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하느님을 잘 사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사람으로 오신 이유를 보다 더 잘 헤아리고 깨달을 수만 있다면 우리도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하느님을 닮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 중의 한 사람으로 오셨기 때문에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의 표징 안에서 그분을 알아보며 우리도 '작고,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사랑하며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 곧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12월 9일 교황님께서는 "물질주의에 빠진 정신 상태로 인해 성탄을 기념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자꾸만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하시면서 너무나 세속적이고 상업적인 성탄 문화를 염려하셨습니다. 잘 산다고 하는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위험 수위에 달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성탄문화는 연말연시 분위기와 맞물려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조차 그 의미가 점점 더 퇴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경제문제만을 부각시키는 정치문화가 우리 국민들을 물질중심의 가치판단주의로 내몰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물질중심의 생활문화와 사고방식은 결국 하느님의 설 자리를 앗아가 사람들을 탐욕과 이기심만 가득한 파멸의 길로 내몰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성탄의 신비를 헤아리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거부하게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이러한 불행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님 성탄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그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눌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 나서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먼저 여러분들에게 이를 위한 한 가지 삶의 양식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제가 이미 2008년 사목교서에서 밝힌 '소박한 삶의 양식' 중 한 가지입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박한 삶이란 탐욕과 이기심에서 해방된 자유를 누리는 삶을 말합니다. 그래서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은 언제나 하느님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삽니다.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두는 삶을 선택하며 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아끼며 사랑합니다. 특별히 하느님의 모습대로 귀하게 창조된 모든 인간을 자신처럼 사랑하고자 합니다. 소박하게 사는 사람은 항상 탐욕과 이기심을 부채질하고 유혹하는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절제하는 생활을 합니다. 이러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다음 말씀을 항상 귀여겨듣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 24)》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신 하느님, 구유의 아기 예수님을 함께 경배합시다.
그분께서는 오늘도 가난하고, 약하고, 힘없는 형제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도다!


2007년 12월 25일 예수성탄대축일

천주교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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