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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얼굴"
[김윤상 칼럼]
"올해 최대 사건은 한미FTA, 그 포장지 속에 들어있는 독약"
2008년 01월 04일 (금) 12:16:48 평화뉴스 pnnews@pn.or.kr
   

연말, 금년의 10대 뉴스를 돌아보는 시점이다.
필자는 금년의 최대 사건으로 한미 FTA 체결을 꼽는다.

'정권 교체는 어떻게 하고 웬 한미FTA?'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정권은 5년이면 바뀔 수 있지만 한미 FTA는 시한도 없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 FTA 체결이 더 큰 사건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로 인해 우리 사회가 샤일록의 얼굴을 갖게 될 것으로 염려된다. 샤일록이란 다 아시다시피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대금업자로서, 채무자가 돈을 못 갚자 담보로 잡은 채무자의 살점을 칼로 베어내려고 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한미 FTA의 엄청난 파괴력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협정의 용어가 까다로워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과 함께 FTA라는 용어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FTA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약어이기 때문에 그저 두 나라가 자유롭게 무역하자는 좋은 내용일 것으로 막연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나라가 자유무역을 하면, 초기 적응 기간에 힘들어하는 계층을 적절하게 배려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양국의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대체로 지지하며 전문가들마저 별다른 고민 없이 한미 FTA를 대체로 지지한다.

한편 농민 등 일부 계층을 제외한 국민들은 ‘응, 쇠고기 값이 싸지겠네’ 하는 정도로 웃어넘기고 있다. 전문가든 국민이든 FTA라는 포장지 속에 같이 들어 있는 독약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미 FTA 속의 대표적인 독약으로는 투자의 개념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들 수 있다. (법률용어라 좀 딱딱합니다.) 상대국의 조치로 인해 손해를 보는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제도다. 보호 대상은 투자자가 직간접으로 소유 또는 지배하는 모든 자산이며 여기에는 현재의 자산만이 아니라 미래의 이득에 대한 기대까지도 포함된다.

더구나 ‘간접수용’도 소송 대상이 된다. (짧은 글에 다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간접수용’에 대해서는 시사용어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중보건, 환경, 부동산 가격안정화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지만 (한미 FTA 부속서 11-나 3)범위가 극히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규제가 간접수용으로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 간단히 표현하면 우리 현행 법체계가 인정하는 것보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범위가 훨씬 넓다는 것이다. (일전에 게재된 졸고 “한 지붕 두 가족, 한미 FTA와 헌법”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한미 FTA는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상대 국가의 전통과 문화와 가치관을 무시하는 냉혹한 협정이다. 돈을 위해서는 인정사정 보지 않는 내용이다. 한미 FTA 세상의 왕은 기업이고 투자자다.

한나라당에서는 그 동안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는 IMF 사태를 극복한다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화했고 노무현 정부는 부도덕한 전쟁에 파병하고 한미 FTA를 체결했다. 한나라당의 정책을 충실히 대집행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서운해 하는 것은 아마도 자기 손으로 집행할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뜻인 모양이다.

한미 FTA에 의해 우리나라는 배금주의 사회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돈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자극한 이명박 씨가 집권함으로써 이런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변화에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김윤상 칼럼 7>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이 글은, 2007년 12월 24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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