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인근 땅값 '들썩', 누가 들썩였나?(08.1.8)

평화뉴스
  • 입력 2008.01.17 17: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남일보] "상주.문경 땅값 껑충 - 개발사업 날개" 사설, <인수위 속도조절>..'대운하'는 조절 필요없다?

영남일보 2008년 1월 4일자 1면
영남일보 2008년 1월 4일자 1면

<'대운하' 개발 기대심리 / 낙동강 인근 땅값 '들썩'>.
'이명박 당선' 다음 날부터 '대운하 시리즈'를 내보낸 영남일보가 1월 4일 1면 머리로 실은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조기착공 보도가 나오면서 낙동강 인근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며 상주.문경.구미.고령 일대의 땅값 분위기를 전했다.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알려진..."

특히, 영남일보는 이들 지역에 대해 ▶'화물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주' ▶'대운하의 낙동강 시발점이자 리프트와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문경' ▶'화물터미널 1개와 간이터미널 2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구미' ▶'2개의 간이터미널이 들어설 고령군' 등으로 표현했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조차 '여론수렴하겠다'고 나선 상태에서 하나 같이 '예상되는' 수준의 불확실한 전제를 깔고 있다.

영남일보가 이 기사를 내보낸 1월 4일자 9면(특집)에 <한반도 대운하와 낙동강> 시리지 4번째로 '문경'을 다뤘다.
"대운하는 문경시가 추진하는 영상복합단지나 체육부대 등의 개발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신현국 문경시장의 말과 함께, <대부분 주민들 "기회다"..반대도 상당수 / 영강 가로지르는 20개 다리 처리가 관건 / 영상단지 등 市 개발사업에 '날개' 예상도>라는 제목이 붙었다. 또, "문경 통과하는 게 최선의 노선"이라는 제목으로 최남순 문경시 대운하TF팀장 박스기사도 넣었다.

영남일보 2008년 1월 4일자 9면(특집)
영남일보 2008년 1월 4일자 9면(특집)


대운하, '반대'는 없다?

영남일보에 '대운하 반대'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월 2일 전국 180여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은 "대운하 국민검증기구를 설치하라"며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이어 7일에는 "대운하 구간에 지정문화재 72곳과 매장문화재 177곳이 있어 이들 문화재 이전.복원에 수조원의 예산이 들 것"이라며 '공동검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남일보는 이같은 목소리를 다루지 않았다.

대신, 1월 3일자에는 <5대 건설사, 대운하 공동 협의체 만들기로>, 8일 <경북도·기초지자체 대운하 전담부서 잇단 신설> 기사가 나왔다. 그나마 '반대'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묻어난 기사는 1월 3일자 <대학생 60% "대운하 건설 반대">라는 연합뉴스 인용 기사 1건 뿐이었다.

영남일보는 이에 앞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다음 날 12월 20일자 2면에 <"낙동강 따라 대구경북 새로운 물류동맥 뚫린다" / 한반도 대운하시대 현실로>에 이어, 9면에는 <한반도 대운하와 낙동강> 10회 기획을 시작했다. 영남일보는 이날 <경부운하 어떻게 추진되나>를 시작으로, 21일에는 <낙동강 물길에 희망이 뜬다><대구경북, '물류+관광' 가장 큰 혜택>, 26일에는 <지리.경제적으로 한복판에 선 대구 / 대구, 최대 수혜..내륙도시가 내륙항으로 부상>이란 제목으로 3번째 기획을 내보냈다. 2008년 새해 첫날 1월 1일자 신문 6면에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시원한 낙동강운하로 가지!">라는 제목의 '2008 신년특집'을 싣기도 했다.


대운하, '속도조절'도 필요없나?


영남일보의 이같은 '대운하 띄우기' 는 1월 7일자 사설에서도 엿보였다.

<인수위, 경제정책 속도조절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부동산 관련 세금 경감 ▶도심 재개발 요적률 상향 ▶농지전용 기준 완화를 비롯한 인수위원회의 여러 정책을 언급하며 "인수위가 손을 대는 정책 대부분이 나라의 앞날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사안들이다.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이라는 대운하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대운하'가 경제정책이 아니라고 본 것인지, 아니면 '대운하'만큼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날 '사설'과 같은 면에 실린 <영남시론>은 <인수위의 의욕과잉과 조금함>이라는 제목으로 "아직 정권을 인수한 상태가 아님에도 '취임 전에 유류세와 통신비를 내리겠다' '당장 대운하TF를 만들겠다'는 식의 의용과잉이 넘쳐난다. 불과 두 달이면 내각이 꾸려지고 통치철학을 제대로 펼 수 있는데 그 두 달이 그렇게 조급했던 것일까?"라며 '조급함'을 우려했다.


당선-기대-땅값 들썩...어디에도 '검증'은 없다

아직 대통령직을 인수하기도 전에, 그것도 한나라당과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검토.여론수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일보는 눈에 띄게 '대운하'를 띄우고 있다. 경제성.환경성 검증은 어디에도 없다. '이명박 공약 - 당선 - 추진 분위기 - 기대 - 땅값 들썩' 식으로 이어올 뿐이다. 설사 대구경북지역 경제나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취임하고 검증을 거쳐 다뤄도 늦지 않다.

영남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띄우기'가 없다면 낙동강 인근 땅값이 그렇게 들썩일까?
대운하가 정말 필요한 지, 정권과 정치권 논리에 문제는 없는 지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8년 1월 8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영남일보 2008년 1월 7일자 사설(27면)
영남일보 2008년 1월 7일자 사설(27면)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