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각"

평화뉴스
  • 입력 2008.02.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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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조윤숙
"내가 원하는 사랑만 받는 것이 아니라 하신 아버지.."

지난 연말 친구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심해하고 있는 친구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 둘이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 친구를 위로하면서 우리 부모님도 언제 가실지 모르니 있을 때 잘해드려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심했다. 그 다음날 오후,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나서 전화 드려야지 하다가 바쁜 일상에 생각만 가득한 채 결국 전화를 하지 못하였다.

그랬던 그날 저녁, 친구들과 송년모임을 하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연락을 받지 못했냐?"면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다리가 떨려왔다. 같이 있던 친구들과 병원으로 달려가니 아버지는 영안실에 계셨다. "아침 잘 먹고 나간 양반이 이렇게 갑자기 가다니!" 하시면서 엄마는 넋을 잃고 계셨다.


부모님 가시기 전에 잘 해드려야지 하고 결심을 한지 하루만에, 전화 한통 드리지 못한 그날 아버지는 훌쩍 그렇게 가셨다. 봄날처럼 따뜻한 날에 산도 좋고 나무들도 우거진 아름다운 곳에 아버지를 모셔드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전화해 주시고, 문자도 보내주셨다. 어려운 일이 있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힘들지 않다는 말이 저절로 실감되는 나날이었다. 그동안 내가 아버지와 얼마나 만나고 싶어 하는지를 아셨던 분들이 진심으로 아버지 가시는 길에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고 남아있는 나를 위로하고 아껴주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주일 후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아버지는 살아 계셨을 때도 나에게 많은 것을 주셨지만 가시면서까지 많은 것을 주시면서 가셨다.
아버지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셨는지, 또 내가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하였는지 나는 안다.

늘 나의 능력보다 더 많은 제안들을 하시면서 ‘네가 안하면 누가 할수 있겠노? 하고도 남지!’ 하셨던 아버지!.
신문에 딸의 글을 나왔다면서 코팅까지 해서 가지고 계시던 아버지!. 언제나 나의 선택에 흔쾌히 지지해주시면서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지금 내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내 가슴속에서 따뜻하게 살아계신다. 더 깊은 정을 나누고 싶었는데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가신 아버지를 나는 사랑한다.

아버지는 나에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많이 사랑을 주셨지만, 내가 원하는 모양의 사랑을, 내가 원하는 따뜻함을 주지 않는다고 늘 원망했었다. 이제는 아버지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셨는지 알 것 같다.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니 다른 사람들의 사랑도 그대로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사랑만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랑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내내 생각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열심히 산 이유를 알았다.
열심히 살아야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아버지의 눈으로 나를 본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문득문득 아버지 생각이 떠올라 그리움에 눈물짓곤 한다.
그리고, 지쳐버린 느낌 때문인지 이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고 많은 시간들과 빈 공간들을 맞이하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살고 싶다. 그냥 내가 나로서 좋은 느낌. 그 느낌이 좋다. 문득 사람이 그리워질 때도 있고 혼자 있어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고,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아파 눈물을 적실 때도 많지만, 그리움과 외로움은 이제 나의 친구가 된 것 같다.

두 분이 사시다 한분이 떠나시고 홀로 남아 있는 엄마.
경기도에서 일하던 작은 오빠는 엄마랑 같이 살기위해 일을 정리하고 있다.
언니는 엄마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서울에 사는 여동생은 방학동안 대구에 내려와 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처럼 나도 엄마 살아 계실 때 잘하려고 하지만 쉽지 만은 않다.
새벽에 나가는 나를 위해 떡국을 끓여주시는 어머니를 보며 ‘해주시는 음식 맛있게 먹는 것이 효도야’ 하면서 사랑을 받기만 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엄마랑 같이 찜질방에도 가고 영화도 보러 갈 생각이다.
엄마가 어릴 때 명절 전에 우리 손을 잡고 영화 보여주고 맛있는 것 사주고 옷을 사주던 그 기억처럼, 이제 내가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영화도 보여드리고 옷도 사드리겠다고 마음 먹는다. 엄마와의 데이트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주말 에세이 67]
글. 조윤숙(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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