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요? 눈치 보여 말도 못꺼내요"

평화뉴스
  • 입력 2008.03.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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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공대위, "선거일도 출근..참정권 보장을"
대구선관위, "현실적 어려움..제도 개선할 필요있다"

대구 모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정모(31)씨. 정씨는 다음날 9일 치뤄지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난감한 고민에 빠졌다. 지역을 챙길 국회의원을 자신의 손으로 뽑고 싶지만 빠듯한 업무 일정에 막혀 과연 투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정씨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회사측에 이런 사정을 말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4.9 총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27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선거운동 기간이 되자 정당과 후보들뿐 만아니라 대구경북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총선이 역대 총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투표의 즐거움을 누리세요'란 문구를 넣은 포스터를 제작,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해 '투표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와 운수 노동자,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새벽 일찍 근무하는 근로조건상의 현실적인 이유로 사실상 참정권이 제약돼 있다.

정규직의 경우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선거일을 유급휴무일로 인정받고 있다. 또 투표하고 출근할 수 있도록 출근시간 등에서 보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선거일이 법정 유급휴무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제대로 조직돼 있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선거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0조(공민권 행사의 보장)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법이 명시하고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선거공휴일 보장을..."
비정규대구공대위가 27일 대구선관위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선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정규대구공대위가 27일 대구선관위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선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대구지역 시민.노동단체들이 4.9 총선과 관련, 선거일의 유급 휴무일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비정규대구공대위)는 27일 오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대구공대위는 이날 "실질적으로 참정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선거일이 모든 노동자에게 유급휴무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영 비정규대구공대위 공동대표는 "돈 있는 자들에겐 투표권이 보장되고, 그렇지 못한 영세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를 하려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하는 만큼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일을 유급휴무일로 지정하고 투표시간을 유급 노동시간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용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노용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비정규직 참정권 제한과 관련, 건설노조 대구지역 노용환 수석부위원장은 "선거일이 유급휴무일이 아니어서 문제"라며 "노동자들의 참정권이 보장받기 위해서는 선관위나 노동부가 정부에 입법청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비정규대구공대위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선관위와 노동부가 이번 총선에서부터 각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을 펼쳐 모든 노동자들이 선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선관위 김경회 홍보계장은 "총선을 앞두고 각 사업장에 노동자의 선거권 행사 보장에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든 국민의 참정권 보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이를 개선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비정규대구공대위는 대구선관위와 대구노동청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정권 보장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요구서안을 전달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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