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지가가 선뜻 5,000만원을...

평화뉴스
  • 입력 2008.04.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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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사무국장,
"위탁 어린이 위한 '해맑은 아이들의 집 개소에 큰 도움"

초등학교 4학년인 민호(10.가명)는 대구의 한 대안가정에 위탁돼 그 곳에서 5년을 지냈다. 아빠는 몇 년 뒤 데리러 온다고 약속했지만 가정형편상 민호를 찾으러 오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위탁가정에서 3년 동안 보살핌을 받아온 윤주(9.가명)도 민호와 사정이 비슷해 친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인 윤주 아빠가 윤주를 다시 찾기엔 경제적 형편이 아직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 후 아빠와 함께 살아온 경수(5.가명)는 최근 아빠와 헤어져 살게 됐다. 아빠 혼자 키우다 보니 어린이집 경비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빠는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 쯤 경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해맑은 아이들의 집’에 단란한 대안가정 오손도손


민호와 윤주, 경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됐다. 최근 대구 남구 대명동에 새롭게 문을 연 장기위탁아동 그룹홈 ‘해맑은 아이들의 집’이 그 곳. ‘해맑은 아이들의 집’은 (사)대안가정운동본부가 설립한 아동 그룹홈으로 5명 내외 아이들과 보육사가 한 가족이 돼 함께 사는 대안가정이다.

김명희 사무국장
김명희 사무국장
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사무국장은 “위탁가정을 찾기 힘든 아동이나 위탁가정에서 친가정 복귀가 힘든 아동이 계속 늘어나서 아동 그룹홈을 개소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가족해체 등으로 친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동들을 친가정을 대신해 장기적으로 위탁,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3년간 준비끝에 4월 7일 문 열어


대안가정운동본부는 3년간의 준비 끝에 4월 2일 남구청에 시설 신고를 마치고, 지난 7일 정식으로 ‘해맑은 아이들의 집’ 문을 열었다. 정식 개소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대안가정운동본부는 2002년 창립 당시 아동 그룹홈을 운영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시 대구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정관 목적사업에서 아동 그룹홈 관련항목을 삭제했다.

이후 정관 목적사업에 ‘공동생활가정 설치 및 운영’이란 문구를 넣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올해 2월 말 정관개정이 승인되자 대안가정운동본부는 남구청에 행정절차를 모두 마치고 최근 ‘해맑은 아이들의 집’을 개소했다.

포털 기부사이트 모금운동...독지가는 자신을 알리지 않아


이 아동 그룹홈이 문을 열기까지는 독지가의 도움이 컸다.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아동 그룹홈을 개소하려고 지난해 인터넷의 한 포털 기부 사이트를 통해 기부금 모금에 나섰다. 때마침 한 기부자가 5천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기부자는 끝까지 자신을 알리지 않았고 한다.

소액기부자들의 기부금과 대안가정본부 이사진들의 출연금도 3천여 만원에 이르렀다. 대구경북소아청소년의사회는 3년째 2백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06년 대안가정운동본부와 ‘대안가정 주치의 협약'을 갖고 위탁가정 아동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세간도 주변에서 기부 받아 마련했다”면서 “뜻있는 일에 동참하는 기부자들이 없었더라면 ‘해맑은 아이들의 집’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는 28일 운영비 마련 ‘후원의 밤’ 행사 준비

해맑은 아이들의 집은 100㎡ 전용면적에 모두 4칸의 방과 2개의 화장실을 갖췄다. 보육사인 사회복지사 고빛나씨(여.27)와 민호, 윤주, 경수 4식구가 함께 지내게 된다. 고씨가 때로는 엄한 아빠, 때로는 자상한 엄마 역할을 하는 ‘부모’인 셈이다. 아이들은 이런 고씨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한다.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오는 28일 대구 중구 삼덕동2가 진석타워에서 ‘대안가정운동본부 창립 6주년 후원의 밤’을 열어 아동 그룹홈 운영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후원의 밤’에는 해맑은 아이들의 집 홍보 영상 상영과 음악회, 후원 물품 경매, 생활용품 장터 등이 운영된다. 후원 문의(053)628-2592.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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