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투명성, 개혁이 필요하다” - 대구신문 최용식 기자

평화뉴스
  • 입력 2004.05.25 08: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해서 먹고 살려면 분명히 바뀌게 될 것이다, 그게 이곳의 법칙이다”. 처음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선배들에게 들은 얘기다. 커다란 신념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사회부조리를 파헤치고 사회정의와 약자들의 대변인이 될 것이라는 거창한 혼자만의 다짐을 가지고 출발하려던 나에게는 적잖이 실망을 던져준 말이었다.

경찰서와 노동현장을 뛰어다닌 기자로 1년.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많은 일들 속에 어느덧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내 모습에 나 역시도 놀라고 있었고 선배들은 당연하다는 표현을 했다.

“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제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라는 노랫말을 나 자신만의 신조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신조와 마음가짐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분명 나를 포함한 여러 선배들이 세상과 손잡고 그저 그런 기자로 살고 싶어서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상상할 수없는 저임금, 고용안정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휴일이 없을 정도의 근무조건, 이러한 것들이 족쇄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게 모두가 그런 선배들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박봉인 것을 아는 내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선배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이 있기에 아직은 우리 지역 언론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당당해지고 싶다.
시회를 비판하고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만큼보다 깨끗한 청정인이 돼야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언론이라는 것이 결국 기자들의 인건비 장사와 팬이라는 커다란 방패를 들고 하는 사업이라는 게 1년 된 초보기자의 시각이다.

바로 언론사들의 투명성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한 나의 생각이다.
싫으면 떠나는 게 세상이라지만 난 떠나지 않고 바꾸고 싶다.

내가 더 이상 세상에 젖어들어 그들과 같은 기자로 취급받기 싫고 앞으로 내게 선배라고 부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바꿔놓고 싶은 것이다.

새벽을 깨우는 것은 밤이 깊었다는 것을 먼저 아는 사람일 것이다.

대구신문 최용식 기자(ssen@idaegu.co.kr)






---------------------------

<기자들의 고백>은,
대구경북지역 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곳입니다.
평화뉴스는, 현직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고백들이
지역 언론계의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기자들의 글을 월요일마다 계속 싣고자 하오니
지역 언론인들의 많은 참여와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의 글을 써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화뉴스 http://www.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