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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정책주권이 무너진다"
[김윤상 칼럼] "주권 무력해지는 '투자자-국가소송제', 한미FTA도 재협상해야"
2008년 06월 17일 (화) 19:20:56 평화뉴스 pnnews@pn.or.kr
   
미국쇠고기에 대한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며 80% 넘는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무슨 수를 쓰든지 미국의 칭찬을 받으며 살고 싶은 이명박 정부가 빚어낸 결과다. 검역주권을 포기하여 이 정도의 문제가 생긴다면 그보다 범위가 더 넓은 정책주권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미FTA가 발효되면 검역주권 정도가 아니라 정책주권 전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광우병 쇠고기보다 관심을 덜 가지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6월 3일 나온 사회원로(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하는 시민사회 인사) 100인의 시국선언에도 검역주권, 대운하, 공공부문 사유화 조치 등은 걱정했지만 한미FTA는 빠져 있다. 한미FTA는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인지 몰라도...

한미FTA의 F가 자유(free)의 약자이므로 이름 그대로 ‘자유’무역에 관한 협정일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협정의 본질은 ‘인간의 자유’가 아니라 물질적 국익과 투자자 보호다. 그러다 보니 자유와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들어 있고 정책주권을 훼손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 우리 정책주권이 미국인 투자자 앞에 무력"

정책주권을 훼손하는 핵심은 간접수용과 투자자-국가소송제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 투자한 미국인이 한국의 정책 변화로 손해를 보면 한국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국제중재기구가 간접수용이라고 인정하면 우리 정부가 돈을 물어내야 하고 이게 싫으면 처음부터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책주권이 미국인 투자자 앞에서 무력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한미FTA에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안정화 등 공공복지를 위한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제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정책주권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또 “.....등 공공복지를 위한 경우”라고 하여 표현하였기 때문에 명시되어 있는 몇몇 분야만이 아니라 정책 전반이 안전하다고 한다.

이런 제외 조항을 한미 양쪽이 너그럽게 해석한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쇠고기, 그것도 우리 돈으로 사먹는 쇠고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가 요즘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을진대, 하물며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투자자야 말해 무엇하리. 너그럽게 해석할 요량이라면 미국이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한미FTA에 포함시키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교육 억제한다고 우리 정부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이명박 정부의 교육자율화 조치에 따라 사교육이 번창할 것으로 예상하여 미국인이 우리 사교육 기업에 투자를 했다고 하자. 그런데 사교육의 피해가 너무나 커서 다음 정부가 사교육 억제 정책을 쓴다면 미국인 투자자는 손해를 본다. 그러면 이 사람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한다. 사교육을 통해 계층의 대물림이 강화되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특수 사정이므로, 공공복지를 위한 정당한 규제라는 점을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얼마 전 있었던 초등학생 성폭력 사태와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 정부는 음란물을 강하게 규제하게 된다. 음란물 산업에 투자한 미국인이 피해를 입으면 소송을 하게 된다. 일단 소송이 붙으면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인정하는 미국은 음란물에 대해서 우리보다 훨씬 너그럽다. 미국의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는 세상에서, 판결을 내리는 국제중재기구가 한국의 손을 들어줄까?


"투자자-국가소송제 삭제, 한미FTA 재협상해야"

공공부문 민간화는 사정이 더 어렵다. 전기, 상하수도, 통신, 도로, 교통, 운하 등은 한미FTA에서 명문으로 ‘투자계약’의 범위에 포함시켜 두었기 때문이다. 요즘 말이 나오는 것처럼 상수도 운영의 민영화를 한 다음에는 폐단이 생겨도 돌이키기 어렵다.

미국쇠고기 파동을 거울삼아, 검역주권을 물론 일반적인 정책주권을 지켜야 한다. 한미FTA를 재협상하여 호주처럼 정책주권을 훼손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는 삭제해야 한다. 마침 미국의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한미FTA에 제동을 거니 “그렇다면 우리도...” 하면서 재협상을 하면 된다. 이대로 한미FTA가 발효하면 한반도 대운하처럼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이것도 ‘괴담’이라고? 허허....

<김윤상 칼럼 12>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법과대학 행정학과 )



(이 글은, 2008년 6월 9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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