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차별과 고통만 가중시키는 악법"

평화뉴스
  • 입력 2008.06.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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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대구 공대위, '비정규 철폐 대행진'...
"비정규직법 철폐.생활임금 쟁취"

"열심히 일 해봤자 100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통해 생활임금을 쟁취해야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창호씨
서창호씨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을 일주일 앞둔 2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앞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 철폐 대행진'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인권운동연대 서창호씨는 이같이 말했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위'(비정규 대구 공대위)가 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오히려 외주 용역화와 계약해지, 무기계약 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차별과 고통만 가중시키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철폐 대행진 발대식(6.24 대구백화점 앞 광장)
비정규직 철폐 대행진 발대식(6.24 대구백화점 앞 광장)


이날 집회에는 비정규 대구 공대위 관계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지역 대학생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이들은 ▶비정규직법 철폐 및 권리입법 쟁취 ▶최저임금 현실화 생활임금 쟁취 ▶여성. 이주. 장애인 노동자의 차별 없는 노동기본권 확보 ▶빈곤과 사회 양극화 해소 ▶88만원 세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 5대 요구사항 실현을 정부에 촉구했다.

장애인과 여성. 이주노동자. 대학생을 비롯한 부문별 당사자의 발언에서 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는 "비정규직, 정말 문제 많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이러한 비정규직에 일할 수 있는 권리조차도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장애인 노동권리 확보를 주장했다.

대구여성회 정종숙 공동대표는 "여성 노동자의 70% 가량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성희롱을 강요하는 비정규직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특히 여성 장애인들은 노동할 수 있는 권리와 공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도 노동할 수 있는 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연대회의 김용철 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최하층에 있는 이들이 이주노동자들인데, 이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천용길씨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챙겨주는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예비실업자인 대학생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종숙 대구여성회 대표,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 김용철 이주연대회의 대표, 천용길씨
(왼쪽부터) 정종숙 대구여성회 대표,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 김용철 이주연대회의 대표, 천용길씨


발대식 후 참가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88만원 세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한마당' 행사를 열고 5대 요구사항 실현을 촉구했다.

비정규 대구 공대위는 지난 23일부터 오는 29일까지를 '비정규직 철폐 대행진 주간'으로 정하고, 대구도심 곳곳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25일과 26일 오후 대구백화점앞 광장에서 '장애인 노동기본권 쟁취 한마당' 행사와 '여성 노동기본권 쟁취 한마당' 행사가 잇따라 열리며, 27일 오후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반빈곤 한마당' 행사가 펼쳐진다. 또 28일 오후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비정규직 철폐 한마당' 행사가, 29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이주노동자 투쟁 문화제'가 각각 열린다.



특히, 비정규 대구 공대위는 대구백화점앞 광장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시민을 대상으로 현장 노동법률 상담에도 나선다. 상담은 노무법인 '함께' 김세종 노무사가 진행하며 24일부터 3일 동안 실시된다.

비정규 대구 공대위 이병수 집행위원은 "뉴코아와 이랜드, 코스콤, 동산의료원, 고령축산물공판장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법은 외주용역화를 가속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차별을 주고 있다"면서 "오는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을 알리는 '비정규 철폐 대행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비정규 대구 공대위는 대구경북진보연대(준)와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진보신당 대구시당,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본부를 비롯한 대구지역 27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됐으며 지난 1월 28일 결성됐다.

한편, 오는 7월 1일로 시행 1년을 맞는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많이 양산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어 왔다. 정부는 7월부터 이 법을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없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세종 노무사는 "비정규직법의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리는데 그 기간에 이들의 계약 기간은 종료된다. 해고된 뒤 차별이 시정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행 중인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양산법'의 기능만 하는 실정이다.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필요한 직무와 직종 등에 '사용사유 제한'을 두는 형식의 실질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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