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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강준만 칼럼]
"대학의 지방 분산..지방도 서울 따라가지 말고 독자적인 의제를"
2008년 08월 11일 (월) 10:17:07 평화뉴스 pnnews@pn.or.kr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정치는 지방에 맡겨라.”“중앙에 대한 콤플렉스를 불식하라.”“‘No’라고 말할 수 있는 지방이 돼라.”“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지방에야말로 꿈이 있다.”“지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지방의 논리’로 무장하라.”“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

이 멋진 구호들은 지난 93년 38년 간에 걸친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고 반(反)자민연정의 총리로 선출된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구마모토현 지사 시절인 91년 이즈모시 시장 이와쿠니 데쓴도와 함께 쓴 『지방의 논리』(삶과꿈, 1993)에서 외친 것들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방의 반란’만이 경직되고 편중돼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본의 정치?경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일관계에서만큼은 일본은 ‘양심’이 마비된 형편 없는 저질 국가다. 그러나 일본이 내적으론 매우 진취적인 혁신을 거듭하는 건 바로 호소카와와 같은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지방의 반란’을 외쳐대는 일본의 수도권 집중도는 한국 수도권 집중도의 절반 밖엔 안된다. 이게 참 기가 막힌 이야기다. 일본에선 ‘반란’을 외쳐대는데, 일본보다 두배의 집중도를 갖고 있는 한국에선 말이 없다. 한국인, 특히 비수도권 주민들의 ‘모진’ 인내심에 경외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엔 호소카와 모리히로와 같은 인물이 없다. 물론 지방의 자치단체장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만 하더라도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의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반란’을 외쳐대는 수준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이 책에서 가장 반가운 대목은 ‘대학의 지방 분산론’이다. 한국인 모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입시지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학의 지방 분산이라는 주장을 20년 넘게 해온 나로서는 이 주장을 편 이와쿠니의 등을 따뜻하게 두드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와쿠니의 말을 들어보자.

“대학생 수를 감소시키는 정도 가지고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도쿄에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학생이 너무 많다. 일본처럼 학생을 꾸역꾸역 수도에 모으는 나라는 없다. 영국에서도 우수한 대학인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는 런던에 없으며 미국의 프린스톤,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등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인구 10만명 정도의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중략) 도쿄에서 2할 정도 대학을 줄인다면 지방에서 도쿄로 나가는 젊은이들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중앙은 용단을 갖고 도쿄의 대학감축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46-48쪽)

한국에서 이런 주장을 펴면 대뜸 날아오는 반론이 있다. ‘지방대 이기주의’랜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말이 안되는 말씀이다. 예컨대,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이 전주로 이전한다고 가정해보라. 그날부터 내가 몸 담고 있는 전북대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살벌해진다. 진짜 제대로 된 경쟁 바람이 불어 교수로 밥 먹고 사는 게 훨씬 더 피곤해진다. 그러나 학생과 지역과 국가는 수혜자가 된다.

서울대 총장이 그런 주장을 펴면 믿겠는가? 지난 2004년 11월 당시 서울대 총장이던 정운찬은 인구 2억8천만명인 미국의 상위 10개 대학의 총 졸업생이 매년 1만명에 불과한데 인구 4천7백만명인 한국에서는 SKY(서울-고려-연세대)에서만 1만5000명의 졸업생이 나온다고 지적하면서, 효율적인 학교 운영이나 연구와 교육의 질 등을 위해 SKY의 정원 대폭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운찬은 애국자다! 자, 누가 그 일을 해낼 것인가? 앞으론 촛불집회를 하더라도 지방은 서울 의제를 따라가지 말고 독자적인 의제 설정을 해야 한다.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선샤인뉴스 <강준만 칼럼>]강준만(전북대 교수. 선샤인뉴스 대표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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