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신드롬, 은메달은 슬프다?

평화뉴스
  • 입력 2008.08.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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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영민(김천YMCA)
..."2등도 부족하고 미안한 사회, 너무 안타깝다"


향토출신들의 이름이 베이찡을 넘고 우리나라를,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감격스럽고 기뻐 눈물이 날 일이다.

더구나 이들의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지역 김천의 모습이 투영되어 ‘어려움을 값진 훈련으로 알고 이겨내는 교훈’을 무늬마다 던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영광과 기쁨가운데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만큼 은메달이 가벼이 여겨지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50억에 가까운 사람들 중 그 분야에서는 세계 2위인 은메달을 목에건 선수가 계속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하고 죄송함을 되풀이하는 것은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우리나라 전체가 알파신드롬에 놀아나는 형국이다.
모든 사회 구조나 목표가 알파형 인간이 최고의 인간상이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알파형 인간’은 동물 집단에서 가장 힘 있고 지배력 있는 리더를 가리키는데, 이제는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 또는 리더십에 대한 자질과 자신감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α’는 영어에서 ‘어떤 것의 가장 첫 번째’를 의미한다).

이런 알파형 인간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즉, 공격적이고,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늘 최고의 성과를 요구하는 결과지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열정적 사명감으로 끈질기게 목표를 추구하고, 경쟁의식이 강하여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의미가 없고 늘 금메달을 원하는 사람들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선보다는 최고’를,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민주주의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경과나 규정, 절차보다는 최고를 위한, 최고의 모습만이 부각되는 동물적인 경쟁에 온통 내 던져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우리를 온통 알파신드롬으로 몰아넣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2등도 부족하고 미안한 사회, 1등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가당한 말이기는 한가?

초등학교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싸워서 이겨야만 산다는 정글의 법칙을 몸으로 연단시키는 공부, 공부의 연속이 결국 알파형 인간의 특징인 ‘싸움꾼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두머리’로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몽상가’로, ‘고집불통으로 전락할 수 있는 분석의 천재’로, ‘사람들을 한계까지 밀어 붙이는 맹렬한 추진가’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기억하자. 올림픽 열풍에 승자에 대한 환호, 그러나 그와 같은 무게로 패자에 대한 열열한 박수만이 이 사회를 건강하게 할수 있다는 것을. 아울러 결과에 따른 1등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 아님과 이를 위해서는 그 밑에 숨겨져 있는 숱한 아픔과 희생이 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꼴지에게 박수를 보낼수 있는 사회!
파이팅(싸워라)’보다 ‘얼쑤’가 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기고] 김영민(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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