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향토기업을 키워야 하는가?

평화뉴스
  • 입력 2008.08.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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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대구 건설공사 76%가 서울 업체..일자리 없어 떠나는 처지를 생각해보라"

“향토기업을 사랑하고 이용합시다.”

좀 촌스럽게 들린다. 사실 이게 지방의 딜레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지방민들의 의식만큼은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기에 향토기업을 사랑하고 이용하자는 호소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을 보면 그렇게 하지 않고선 지방이 처한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한 걸 어이하랴.

새만금사업 논란때 일부 주장을 보고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서울의 환경운동가들께서 지역 건설업체.토호.관료.언론의 유착과 탐욕 때문에 무자비한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한 걸 보고서, 혀를 끌끌 찼다. 지역 건설업체? 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건설 분야도 서울업체들이 지방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말씀이다.

대구의 경우 2006년 각종 건설공사 금액 5조원 중 76%인 3조8000억원을 서울 업체가 따냈다고 하는데, 모든 지방이 그런 식이다.

돈이 지역에 떨어지느냐 지역 외로 유출되느냐 하는 건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해보라. 그게 어떻게 인권 문제가 아닌가. 향토기업을 사랑하고 이용하자는 건 그런 인권 담론이지, 무슨 시대착오적인 지역 쇼비니즘이 아니다.

그러나 향토기업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향토기업은 아니다. 지역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향토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향토기업도 있다. 이들을 모두 다 사랑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서울 기업이라 하더라도 지역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한다면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열린 자세를 전제로 하여 향토기업을 사랑하고 이용하자는 주장을 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향토기업들의 지역사회공헌활동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향토기업들의 경우 지역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지역민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건 곤란하다. 지역언론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만들어 매년 기업들의 지역사회공헌활동 순위를 발표해야 한다.

순위 발표만으로 끝나선 안된다. 재미있는 것들이 도처에 흘러 넘치는데, 그런 통계를 발표해도 지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역민의 지역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상시적인 ‘아이디어 뱅크제’를 운영하는 건 어떨까? 민관(民官)을 막론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1년 365일 내내 접수하여 월별로 우수작을 발표하고 포상하는 제도를 전 지역 차원에서, 또 각 소지역별로 다양하게 운영해보자는 것이다.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한겨레 21』 (2008년 7월 29일자)이 미국 시민교육센터 사무총장 찰스 퀴글리를 소개한 기사에서 그의 주장을 멋지게 표현한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2008 시민교육 국제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퀴글리는 “시민교육이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정부를 감시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정치에 참여하는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통계를 보면 시민교육을 받은 학생의 85%가 나중에 투표에 참여한 반면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은 35%만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민교육의 원조라 할 독일에서는 ‘정치교육’이라고 한다. 한국엔 시민교육이 없다. 시민은 태어난다고 믿는 셈이다. 전북에 전국 최초로 본격적인 시민교육기관을 민간 자율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미 사실상의 시민교육을 하고 있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와 전북민언련 등 시민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좋겠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뱅크제’도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선샤인뉴스 <강준만 칼럼>]강준만(전북대 교수. 선샤인뉴스 대표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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