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마저 뚝...이런 추석은 처음 봅니다"

평화뉴스
  • 입력 2008.09.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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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둔 복지시설, "찾는 이 거의 없고 후원 크게 줄어"
..."어려울수록 관심을"


"IMF 이후에는 후원의 손길이 매년 고만고만 했었지만 이런 추석은 처음입니다"

추석 명절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지역 아동복지시설(보육원)에 후원물품과 기부금을 전달하는 온정의 발길이 뚝 끊겨 쓸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9일 오전 대구시 북구의 H아동복지시설. 경제적 이유와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족과 떨어진 청소년 40여명이 생활하는 이 시설은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선 차량마저 없었으면 더 적막할 뻔 했다. 매년 추석이면 명절이면 후원물품과 기부금을 가지고 찾아오던 '독지가'들이 올해는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매년 찾아오던 자매결연 기업체들도 아직 소식이 없다.

"주차된 차량을 보니 그래도 외부 손님이 좀 있는 거 같은데요"
이 말에 H아동복지시설 최모(72.여) 원장은 "전부 우리 직원들 차량"이라며 "추석을 앞두고도 하루에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도 없을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 시설의 경우,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개인과 기관.단체 모두 23팀이 방문해 후원물품을 전달했지만, 올해는 동네 주민 3~4명만 개인적으로 찾아와 생필품을 전달했다.

"예전에는 지역 기관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체도 종종 방문해 후원물품을 전달했는데, 올해는 동네 이웃 몇 분들 말고는 찾아 오는 사람이 없어요. (추석이) 아직 며칠 더 남았으니 기다려봐야겠죠"
최 원장이 말했다.

그는 "IMF 이후에는 후원의 손길이 매년 고만고만 했었지만 이런 추석은 처음 본다"면서 "매년 후원물품을 전달해 온 동네 파출소와 소방서를 빼고는 찾아오겠다고 말을 한 단체와 기관은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비싼 후원물품이 아니더라도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되는데, 찾아오는 분들이 없으니 아이들도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올해는 경제가 많이 어려워 너희에게 선물을 줄 분들이 오고 싶어도 형편이 안돼 못 오고 있으니 그리 알고 서운해 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최 원장은 "국민들 모두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힘든 상황에서 시설을 돕는다는 게 쉽지 않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90명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는 남구의 D아동복지센터 역시 최근 몇 년 새 후원이 점점 줄어 한가위 맞이가 쓸쓸하다. 이 센터 한 사회복지사는 "재작년과 작년을 비교했을 때 작년에 후원물품과 성금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올해는 작년보다도 못하다"면서 "추석 당일에 떡이랑 과자가 구청에서 들어오기는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구의 S아동복지시설의 한 직원은 "지역에 보육원이 하나밖에 없어 다른 아동복지시설과 비교했을 때 물품과 성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지만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후원물품을 전달받아 저소득층에게 전해주는 지역 복지관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구시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 정재우 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동네 업소들이 전해주는 후원물품량이 예년보다 30~40% 줄어든 것 같다"면서 "예전에 오시던 분들에게 연락을 해 보면 경기가 어려워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며 미안해 하신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어붙은 경기가 사람들의 기부하는 마음도 얼게 한 거 같다"면서 "온정의 발길이 줄어든 것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가계지출에서 기부를 가장 먼저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동안 모은 대구지역 모금액은 33억5천여만원으로 지난해 32억7천여만원에 비해 8천여만원 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중앙회 관계자는 "모금액이 증가한 것은 올초 기름유출로 어려움을 겪은 태안을 돕기 위한 성금이 대구에서도 나왔기 때문으로 예상된다"면서 "때문에 태안사태를 제외하면 실제적인 모금액은 전년보다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에 등록된 대구지역 보육원은 중구와 달서구를 제외한 6개 지자체에 모두 19곳이 있다. 동구와 남구가 각각 5곳으로 가장 많고, 수성구 4곳, 북구 3곳, 서구와 달성에 각각 1곳이 있다.

글.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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