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가?

평화뉴스
  • 입력 2008.09.1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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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지역에 인물이 없다?..이제 제발 '인물 타령' 그만 하자"

지난 2002년에 번역.출간된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는 좀 엉뚱한 책이다. 고생물학자의 책임에도 15개 장 중에 6개 장이 ‘4할 타자의 딜레마’에 할애돼 있다. 저자가 ‘야구광’이라고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런데 읽고 보면 이해가 간다.

오늘날 미국 야구에 4할 타자는 없다. 과거엔 꽤 있었지만, 마지막 4할 타자가 나온 게 1941년이다. 왜 더 이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가? 수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언론까지 가세해 엄청나게 많은 설명이 쏟아져 나왔다.

크게 보아 6가지 설명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예전만큼 좋은 타자가 없다. 둘째, 현대야구의 상업적인 현실로 선수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셋째, 투구실력의 향상이다. 넷째, 수비 실력의 향상이다. 다섯째, 타자에 대한 컴퓨터 분석 등과 같은 구단의 관리 능력 향상이다. 여섯째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언론의 방해다.

굴드는 이게 다 헛소리라고 일축한다. 그는 타자들의 기량도 똑같이 향상되었으며, 모든 선수들의 평균 타율은 2할 6푼으로 20세기 내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의 답은 무엇인가? 그는 좋은 것이 사라진 것을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플라톤적 사고를 버리라면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역설적으로 어떤 것의 퇴보가 아니라 오히려 경기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오랫동안 같은 규칙으로 경기할 때 그 시스템의 수준은 향상되며, 그것의 향상과 함께 변이 정도는 차츰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평준화된다. (중략) 이는 안정된 규칙 아래에서 승리라는 포상을 놓고 경쟁하는 개체들로 이루어진 시스템 전체의 일반적인 성질이다.”

이어 굴드는 “어떤 사람은 나의 이론을 슬픈 이야기라고 말한다. 경기의 전반적인 향상이 나쁜 것일 리는 없으나 그로 인해 평준화가 가속되는 것은 스포츠의 재미와 드라마를 많이 감소시켜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야구가 최적 상태로 조율된 시계처럼 작동한다는 의미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과학적’으로 되면서 경기의 ‘극적 요소’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야구의 초창기에는 실제 거인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최고 선수들은 보통 선수들보다 훨씬 위로 솟아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기록은 정말 영웅적이고 거인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챔피언들은 엄청나게 올라간 평균 때문에 거인처럼 우뚝 솟아오르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중략) 그렇다고 아무도 다시는 4할 타율을 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이 야구 초기에 그렇게 흔하던 최고 기록이 아니라 이제는 100년 만의 홍수처럼 한 세기에 한번 성취될까 말까 할 정도의 극도로 희귀한 사건이 되었다는 말이다.”

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소개하는가? 이 원리를 우리의 실제 삶에 적용해 보자는 뜻에서다. “요즘엔 인물이 없다”는 말이 널리 떠돌고 있다. 그게 마치 진실이라도 되는 양 언론의 정치 해설기사에 버젓이 등장하곤 한다. 과연 인물이 없는 걸까? 한국사회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는 없을까?

‘지역 인물론’도 마찬가지다. 인물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인물을 기대하는 심리에 문제가 있다. 지도자가 모든 문제를 쾌도난마(快刀亂麻)처럼 해결해주길 바라는 자세론 그 어떤 개혁도 이룰 수 없다. 오히려 ‘전 국민의 인물화’와 ‘전 도민의 인물화’가 훨씬 더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이제 제발 ‘인물 타령’ 그만 하고 우리 스스로 인물이 되자.

[선샤인뉴스 <강준만 칼럼>(2008.9.15)]강준만(전북대 교수. 선샤인뉴스 대표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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