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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경제학과 편애의 경제학
[김윤상 칼럼]
"부유층 돌보기가 체질화 된 정부...종부세 무력화 개탄한다"
2008년 10월 06일 (월) 12:45:40 평화뉴스 pnnews@pn.or.kr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기획재정부는 9월 23일,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는 안에 당정이 합의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안에 따르면 주택 15억 원까지는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아직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다고는 하지만, 종부세 무력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새 집권세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해왔다.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군청 수준이다. 뒷다리가 긴 산짐승을 잡으려면 내리막길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지 온 산을 무조건 헤맨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다.”

새 정부의 경제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글을 썼다. “강남에 눌러앉은 사람들이 투기를 했나 가격을 올렸나? 이사하자니 무겁게 올린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눌러 살자니 종부세가 버거우니 어쩌란 말인가? 인식과 목적과 원칙이 착오된 종부세는 다수를 앞세운 ‘질투의 경제학’이다.”


길목론과 질투론

이명박 대통령의 ‘길목론’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어디가 부동산정책의 길목이냐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당연히 투기다. 투기 중에는 경제에 도움이 되는 유형도 없지는 않지만, 부동산 투기는 도움은커녕 폐해만 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미국발 경제위기도 이 때문이다.

자세히 따져 보면 부동산 중에서도 건물보다는 토지에 대한 투기가 문제다. 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고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투기와 거의 무관하다. 토지투기는 토지의 매매와 보유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이므로 투기를 막으려면 불로소득을 차단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투기의 ‘길목’을 지키는 것이다.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고율의 토지보유세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종부세는 보유세의 일종이지만 과세 대상이 고액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토지보유세와 좀 다르다. 그러다보니 과세 대상자가 소수에 국한되었고 특정 지역의 주민이 많이 포함되었다. 강만수 장관은 이걸 ‘질투의 경제학’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것은 질투의 결과라기보다는 ‘길목’을 좁힌 결과라고 보아야 옳지 않을까? 1980년대 후반 강남의 고급주택에서 시작한 투기바람이 전국을 강타했었고 2000년대 들어서도 이런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고급 주택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석하는 게 온당해 보인다.


가속기와 감속기 페달을 같이 밟는 이유는?

더구나 토지보유세는 세금 중에서 경제 효율을 위해 가장 우수한 세금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토지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감세정책을 쓰면서 종부세까지 무력화하였다. 경제라는 차를 몰면서 가속기 페달과 감속기 페달을 같이 밟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왜 이럴까? 한 가지 이유는, 이해관계와 적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강부자’ 내각이라는 별칭이 말해 주듯이 새 정부는 자신을 포함한 부유층 돌보기가 체질화 되어 있는 것 같다. 9.1 세제개편에서도 소득세와 상속세를 감면함으로써 이런 체질을 증명하였다. 또 정권에서 소외되었던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두 정권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적대감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무조건 갈아치우고 바꿔서 “좌파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려고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이념에서 실용으로”라는 구호에 너무 충실해서인지 스스로 내세우는 ‘시장주의’라는 이념마저도 무시한다. 새 정부가 말하는 ‘시장’에는 소비자, 노동자, 영세상인은 없고 그저 공급자인 대기업과 건설업만 존재한다. 공급을 많이 하고 건설을 많이 하면 경제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건설업에 대한 정부규제를 완화한다. 시장에 대한 위험관리 장치마저도 풀어버린다. 그러나 주택 미분양 사태에서도 보듯이 기업이 판단을 잘못해서 곤경에 처하면 정부가 나서서 구해준다. 이런 정책은 시장친화적이 아니라 기업친화적일 뿐이다.


상생의 경제학으로

기존 부동산정책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질투의 경제학’이라고 매도한다면, 그와 반대로 가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편애의 경제학’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원론으로 가면 된다. 원론대로, 토지보유세를 가장 우선적인 조세로 삼고 그 만큼 다른 세금을 대폭 감면하면 된다. 그러면 경제도 살고 세 부담도 공평해진다. 원론을 따르면 ‘상생의 경제학’이 된다.

<김윤상 칼럼 14>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이 글은, 2008년 9월 29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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