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지방대책, '분석' 없는 '축포성'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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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지역방송, 지역발전 급해도 정부대책의 '현실.타당성' 당연히 짚어야 했다"

'감시.균형'과 거리감

이명박 정부가 여러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15일 발표한 ‘2단계 지역발전종합대책’은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었으나 대구의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 3개 채널의 보도도 ‘감시와 균형’이라는 보도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문제성 보도였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지방 민심을 달래려고 정부가 15일 장밋빛 지역발전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무려 백조 원을 비수도권 발전에 쏟아 붇겠다는 것이었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정비 사업에 향후 5년 동안 14조원, 지역경제 활성화에 13조원, 삶의 질 향상에 15조원 등 2단계 지역발전 대책에 42조원이 투입된다. 1단계 지역발전대책에서 제시된 56조원을 합해 약 백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4대강 정비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미 재탕 3탕 한 정책들이다. 특히 백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방안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단기적인 경기부양목적의 대규모 토목사업에 지역 발전 사업이 치중돼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실효성 있는 지역발전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 자칫 수도권 규제완화 빗장만 풀려 지역이 고사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고 백조 원에 이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가 발표한 지역발전종합대책을 집중 보도한지 3일 뒤인 18일 대구MBC가 조진형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의 인터뷰를 곁들여 보도한 내용이다.

발표내용 감 잡았지만 분석은 외면

정부가 발표를 두 차례 연기한 끝에 내놓은 ‘지역발전종합대책’인데다 특히 대구MBC는 표에서 보듯 발표 3일 전에 이미 대구지역 한나라당 의원 여러 명을 인터뷰해 정부발표에 무슨 내용이 담길지 ‘가닥’을 잡아 보도한 바 있다.

<지역발전종합대책> 관련 지역방송 보도
<지역발전종합대책> 관련 지역방송 보도

정부발표를 중계방송하려고 작심하지 않았다면(그럴 리는 없겠지만) 당연히 정부발표 정책의 빛과 그림자, 즉 정책의 진정성,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할 구체적인 수단은 무엇인지 당연히 짚어야 했다. 시간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는 이미 감을 잡고 있었고 그래서 언론사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대구시․경상북도 표정을 전하지 않았던가.

4대강 정비- '대운하 터 닦기' 의문 제기도 안 해

그러나 정부발표가 나오자마자 대구MBC,  KBS대구, TBC 등 대구의 공중파 3개 채널은 표에서 보듯 ‘아쉽지만 수용’, ‘지방요구 대폭 수용’, '지방숙원 반영‘ 등 대체로 환영일색 또는 시청자 등을 정부쪽으로 은근히 유도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TBC는 경북도청 출입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지역대책’의 의미를 강조했다.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이인중 대구상의회장 인터뷰가 보도 곳곳을 도배한 것은 물론이다.

그 뿐인가. 당장 그날부터 낙동강 정비 사업에 4대강 정비 사업비 14조 원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6조7천억 원을 낙동강에 쏟아 붇는다며 축포(祝砲)성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의 ‘터 닦기’가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를 전하는 보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못해 또는 뒤늦게- '균형보도'는 장식용?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허실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언론의 책무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발전종합대책’과 관련한 대구 공중파 3개 채널의 보도는 ‘감시하되 균형 있게 다룬다’는 언론보도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KBS대구가 정부발표를 전달하면서 “정부의 지방발전대책, 실효성 없다” 제목으로 단신 한 토막을 곁들이긴 했다. 그러나 비행기 날아간 뒤에 역마차가 달리는 격이라고나 해야 할는지, ’악어의 눈물‘이라고나 해야 할는지….

정부가 발표한 지역정책의 문제점, 허점을 다룬 본격보도는 대구MBC가 정부 발표 보도 3일 뒤에야 내놨다. '구체적인 알맹이도 재원 마련 방안도 없어 납득하기 힘들고, 수도권에 빗장을 풀어줘 지방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그러나 뒤늦은 보도여서 ‘버스 지나간 뒤 손 든 격’이었다.

그나마 TBC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 대형 사업들은 뒤로 미루고 일부 주요정책들은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성이 결여돼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한해를 결산하는 연말결산보도에서 다뤘다. 보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겠지만 시의성이나 균형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지역 공중파 3개 채널이 쏟아낸 일련의 보도에서 ‘균형’은 장식용이란 인상을 강하게 보여줬다.

긴장하지 않는 보도...언론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왜 이런 보도관행이 나오는 것인가?
그동안, 특히 대구MBC는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드라이브에 지역의원, 대구시장․경북지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날 선 보도를 아끼지 않았고 다른 채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역의 명운이 걸린 수도권규제완화와 맞바꿀 정부대책인데도 우리지역 공중파 3채널의 보도에서 긴장성은 별로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종전 보도에서 크게 'U-턴'했다는 인상을 줬다. 체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역발전에 언론이 함께 해야 한다는 지방정부의 ‘우리가 남이가’식 고단수 언론플레이, 또는 2분법적 편 가르기에 발을 담갔다는 말인지, 아니면 말 못할 무슨 속내가 있다는 것인지 지역민들은 헷갈리고 있다. 긴 시점으로 보면 이런 보도는 언론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공중파 3채널의 이번 보도 태도는 수도권규제완화로 공황상태에 빠진 지역민심을 정부 의도대로 ‘물 타기’ 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방송은 확성장치(PA 시스템)가 아닌데 말이다.





[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0]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국장. 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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