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을 얻지 못하면 불행은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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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민주 후퇴와 버블 위기

금년 한 해의 최대 사건을 선정하려고 하니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가지가 경쟁을 벌인다. 민주 후퇴와 버블 위기다. 힘들여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탑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갑자기 무너지고 있으며 미국의 주택 버블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가 민생을 짓누르고 있다.

민주 후퇴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필자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 ‘좌파’에 대항하여 집권층에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해온 ‘자유주의’의 핵심은 민주, 인권, 법치, 관용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진영은 당분간 ‘우리 편’의 흠을 미숙한 루키의 애교로 봐주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민주 후퇴를 비판하게 될 것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이념 아닌 실용’을 내세우는 권력층은 비판을 못들은 척 하겠지만, 중요한 지지 기반이 등을 돌리는 것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 정부가 임기 내내 반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다음에는 (아니면 그 다음에라도) ‘민주 회복’을 내거는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버블 위기가 더 문제

하지만 버블 위기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위기가 되풀이 될 것인데 어느 나라도 근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상 나타난 여러 버블 위기의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실수요 증가에 의해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고 가수요는 다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걸 본 사람들은 너나없이 투기판에 뛰어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상승이 둔화되다가 급기야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된다.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가격이 급락한다.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파산이 시작되고 실물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금융의 역할이 커진 현대에는 금융기관에 의한 무리한 유동성 증감이 버블 과정의 진폭을 더욱 크게 한다. 게다가 정부가 개입하여 금리와 부동산 세제를 버블의 확대와 붕괴를 촉진하는 쪽으로 펼치면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

이런 과정에서 보듯이 버블 위기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 막대한 불로소득, 부적절한 유동성이며 어느 하나의 원인만 해결해도 버블 위기는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을 없애는 것은 정책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교육이나 종교를 지원함으로써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교육이나 종교라고 해서 인간의 수준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우리의 상식이다.

토지 불로소득 통제가 근본 대책

그러면 정책의 대상으로는 불로소득 통제와 유동성 관리만 남는다. 하지만 유동성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투기와 버블을 막기 위한 목적만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더구나 가격 상승이 실수요를 반영하는 것인지 가수요에 의한 버블인지는 그 당시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불로소득 통제다.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다양한 투기 중에서도 토지에 대한 투기가 가장 주목된다. 토지는 존재량이 일정하므로 투기 대상으로 적합하고 토지 투기는 경제에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 악성 투기이다. 또 토지는 생활필수품이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누구도 토지 투기의 악영향에서 비켜설 수 없다.

게다가 모든 경제 불황에는 토지 투기가 선행했으며 그것도 18년 주기로 재발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18년 주기설이 맞는다면 다음 버블 위기는 2025년경에 일어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느 나라도 토지 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검증된 수단인 보유세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 투기 대책을 속속 무장해제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자유주의’ 진영에도 기대를 걸 수 없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종합부동산세 등 투기 대책을 좌파 정책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불행은 되풀이 된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때 투자자가 제일 먼저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 부동산이라는 것은 상식인데..... 정말 걱정이다.





<김윤상 칼럼 16>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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