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부모님께 얼마나 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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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야 더 드리고 싶지만..그래도 명절인데..줄이기도 뭣하고 예전처럼 하기도.."

설 명절 연휴가 열흘 남짓 남았다. '최악'이라는 경제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팍팍하다"는 말들이 많다. 그래도 명절은 명절. 제수용품도 장만해야 하고 부모님과 가족을 위한 선물과 세배돈도 준비해야 한다. 부모님께는 얼마나 드릴까? 연봉 2-3천만원 정도의 대구 30-40대 '서민'들에게 물어봤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 사는 박모(34) 주부는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 싶다"고 한다. 박씨 가족은 예년 설에 양가 부모님 네 분께 각 10만원씩, 할머니 두 분께 각 5만원씩, 모두 50만원을 드렸다. 그리고 사과나 배, 귤 같은 선물 값으로 10만원가량 썼다. 모두 더해 평균 60만원 정도다.

그러나, 박씨 가족은 올 설에 30-40만원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마음이야 더 드리고 싶지만...".  박씨는 부모님 네 분께 각각 드리던 것을 양가 어머니께 만 각 10만원씩, 20만원으로 줄일 생각이다. 대신, 선물을 좀 넉넉히 해 '좋은 과일'이나 '한우'를 알아보고 있다. "할머니들께 죄송하지만...". 3만원으로 줄이거나 인사치레 만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중구 남산동에 사는 윤모(38) 주부도 "조금은 줄일 생각"이다. 윤씨는 예년 설에 친정 부모님께 20만원을 드리고, 시댁에는 제수용품 값을 포함해 아랫 동서와 함께 각각 25만원씩, 50만원을 드렸다. 조카 세배돈을 포함해 대략 50만원정도. 윤씨는 여기에서 10-15만원을 줄일 생각이다. 친정 부모님께 10만원을 드리고, 시댁에 내는 돈도 2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추도록 동서와 얘기할 참이다.      

그러나, 달성군 화원읍에 사는 이모(40) 주부는 "더 줄일 게 없다"고 한다. 이씨는 제수용품 값을 포함해 시댁에 30만원, 친정에 10만원을 드리고 친척 아이들 복비와 세배 돈으로 평균 10만원 정도 쓸 생각이다. "경기가 어렵지만 물가는 여전히 비싼데 제수용품 값을 줄이기도 그렇고...". 시댁 부모님과 친정 어머니께 10만원씩 드리는 것도, 친척 아이들에게 5천원, 1만원씩 주는 것도 "더 줄이기 뭣하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남편의 설 상여금 기대는 버린 지 오래"라고 한다.

남자들은 어떨까?

남구 대명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42)씨는 "어렵다고 하지만, 평소에 많이 드린 것도 아니고..."라며 "예년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이씨는 제수용품과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으로 50-60만원 정도 쓴다. 그런데 '집 밖'에도 돈이 들어간다. 사회 생활을 하며 알고 지내는 선배나 회사 사람들 가운데 꼭 챙겨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6-7분은 찾아 뵙고 세배 드린다"며 "어렵다고 해도 인사 드릴 곳은 드려야 한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

동구 효목동에 사는 자영업자 서모(45)씨는 "집은 줄이고 밖은 그대로" 할 생각이다. "개인사업을 하는만큼 거래처는 어차피 챙겨야 한다"고 한다. '거래처 선물 값'도 별 차이가 없다. "선물은 안주면 몰라도 허접하면 주고 욕 먹을 수도 있으니까...". 대신, '집 안'에 드는 비용을 조금 줄일 생각이다. 서씨 가족은 예년 설에 5천원권이나 1만원권으로 양가 부모님께 평균 40만원을 드리고, 6남매 조카들 용돈으로 20만원을 썼다. "마음이야 더 드리고 싶지만, 올해는 10-20만원정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가위와 달리 설 명절에는 '세배 돈'이 있다. 조부모나 부모님 용돈은 손주나 조카들 세배 돈으로 돌아온다. 때문에 살림이 어렵다고 마냥 줄이기가 어렵다. 여기에는 "평소에도 잘 못해 드리는데..."라는 죄송함도 베어 있다. '최악'이라는  걱정이 많은 올 겨울. 서민들의 명절은 그래서 더 춥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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