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검증' 없는 '중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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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방송법.4대강.녹색뉴딜...'고용창출' 단어에만 집착?

고용 창출’.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 이들의 가슴이 설레는 정책이다. 많은 언론이 정책효과를 대서특필하고 마치 ‘청년실업 = 0%’에 도달할 것 처럼 호들갑 떨지만 이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언론은 극히 드물다.

그나마 전국을 대상으로 한 일부 신문, 방송에서 ‘고용창출효과 과포장’ 등을 제시했지만, 장밋빛 환상을 전파하는 여론몰이에 가려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or 없다’ 논쟁의 핵심은 ‘근거 싸움’이다. 정부발표자료 대부분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시했고, 많은 언론은 이를 인용보도하고 있지만, 그 자료의 문제점에 접근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여하튼 근거의 타당성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정부정책에 대한 독자의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준다. 정책을 그대로 중계하는 언론과,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 부실함 보완을 지적하는  언론.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방송법 개정 = 일자리 26,000개 창출’,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양성’이 몇몇 언론들에 의해 ‘주장만 있고, 근거가 빠진 부실한 정책’임이 밝혀졌다.

<중앙일보> vs <MBC 뉴스데스크>, 방송법 개정과 일자리 창출 논쟁 

중앙일보 12월 31일자 1면
중앙일보 12월 31일자 1면
쟁점 법안 (시민단체에선 이를 ‘MB악법’이라 부른다)을 두고 국회 점거농성이 한참이던 12월 31일, <중앙일보>는 “방송법 개정되면, 일자리 2만 6000개, 방송 산업으로 1조 5600억원의 시장 창출효과가 생긴다”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기사는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특위)의원도 보도자료 <MBC 방송법 개정관련 사실 왜곡해선 안된다>(1월 2일)에도 그대로 인용되었다. 

<중앙일보>는 기사의 출처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연구원)자료라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1월 4일 MBC 뉴스데스크
1월 4일 MBC 뉴스데스크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이하 뉴스데스크)는 곧 연구원 발표 자료가 아님을 확인했다.  뉴스데스크 1월 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의 실체>에서는 연구원 관계자가 “보고서는 커녕 엄밀한 조사나 분석 과정도 거치지 않은 단순 자료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경향신문>도 방송법 개정이 고용창출효과와 상관성이 낮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경향신문> 1월 7일 「허황된 ‘미디어산업 일자리 창출’」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지난 9월에 발표한 보고서가 근거 없고, 업계 실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1월 7일자
경향신문 1월 7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월 4일 대통령에게 (중략) IPTV 활성화하면 8조 9000억 생산유발효과, 3만 6000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난다. 이때 제시된 연도별 신규 고용전망은 올해 8,300명, 2010년 1만 5200명, 2011년 2만 2,600명, 2012년 2만 9700명이다”고 했지만 실제 IPTV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7~2008년 신규채용인력은 222명에 불과했다는 것.

즉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예측 치에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이 연구원 또한 국책연구기관으로 지식경제부 산하에 존재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비교했을때 관할부서는 다르지만, 모두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정부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양성’ vs <한국일보> 허울뿐인 해외취업

12월 26일 대한민국정책포털
12월 26일 대한민국정책포털
한편 정부는 <대한민국 정책포털 2008년 12월 26일>일자에 <내년, ‘글로벌 청년리더’ 1만 5000명 해외 파견>을 통해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양성사업”추진과 관련된 내용을 제시했고 많은 미디어에서 이를 보도했다. 

대한민국 정책포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1월 12일 1, 4면「청년 10만명 해외취업사업 본격화한다던데」를 통해 “글로벌 리더는 환상일뿐 실상은 외국인 노동자”, “자국민 일자리도 부족한판..한국인 인턴 자리 있을리 없어”를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일보 1월 12일자 1면
한국일보 1월 12일자 1면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해외취업, 해외인턴 등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명 양성’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같은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로 나갔던 한국 젊은이들 상당수가 마음의 상처만 안고 돌아오고 있다”며 “문제는 세계적 경기침체 때문에 밖으로 나가도 일자리가 없을 뿐더러, 있어도 열악한 비정규직(파견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 사업은 “2006년 기획예산처는 해외인턴사업, 청년무역인력양성, 해외시장 개척요원 양성 사업 등 해외취업시원사업이 성과가 불투명하다며 중단결정을 내렸고, 이 사업의 성과는 거의 없고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잘못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강희경 기자는 기사 끝부분에 “지난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대통령 공약 실천 방안으로 5만명(해외취업), 3만명(해외인턴), 2만명(해외봉사)을 발표했다. 이어 4월 2일에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과 경제5단체장, 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이 모여 ‘글로벌 리더 양성 협약’을 체결했고, 불과 27일만인 4월 29일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계획’이 발표됐다”며 ”이미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업들을 정부가 다시 실시하는 것은 10만이라는 숫자만 채우려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따끔하게 꼬집고 있었다.

지역신문, '고용창출' 단어에만 집착?

전국 100만 청년실업자의 주목의 받고 있는 정부 고용활성화 정책이 이리도 사상누각이었다. 이를 밝혀낸 것은 몇 몇 언론이고, 이 매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실한 정부정책 검증’문화는 지역언론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 초 정부는 낙동강물길 살리기, 녹색뉴딜을 통한 수십 만개 일자리 창출,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고용 창출’을 신년 화두로 내걸고 있다. 지역언론은 이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이 자료의 근거, 타당성 등이 제대로 검토되었는지, 아니 그 출처가 어딘지를 제대로 밝히는 언론은 거의 없다.

지난해 지역 신문은 지면파업, 방송은 제작거부를 통해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역언론의 필요성 및 역할’이 허공에 뜬 구름처럼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정책에 대한 보다 꼼꼼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전국일간지, 방송 들은 그 작업이 진행 중이다.




[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3]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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