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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명절 가래떡 전하는 도경 스님, "이웃 위한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사랑의 실천"

설을 앞두고 5년째 이웃들에게 가래떡을 전하는 도경 스님과 신당복지관 권한희 팀장이 나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09.1.19 달서구 신당동 응공선원 / 사진.남승렬 기자)
설을 앞두고 5년째 이웃들에게 가래떡을 전하는 도경 스님과 신당복지관 권한희 팀장이 나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09.1.19 달서구 신당동 응공선원 / 사진.남승렬 기자)

"남을 위해 살 때가 진정한 봉사...그들을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타행'(利他行)과 '회향'(回向)이라는 불교용어의 참 뜻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요즘입니다"

19일,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의 한 참회기도 도량에서 만난 도경(度景) 스님은 봉사의 의미를 말하면서 불교에서 쓰이는 이 두 개 단어를 강조했다. "이타행은 타인에게 베풂을, 회향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남을 위해 옳게 쓰는 것을 뜻 합니다"

스님은 2005년부터 설을 앞두고 성서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지역 가래떡을 전해 주고 있다. 신도들이 십시일반으로 '보시'(布施.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 등을 베풂)한 쌀로 가래떡을 만들어 지역의 홀몸어르신과 장애인 세대, 한부모 가정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설을 맞아도 떡국 한 그릇 먹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시작한 일이 벌써 5년째다. 스님은 "남을 위해 작은 정성을 베풀면 결국 자신의 사랑도 넘친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나눔을 실천해 왔다"고 말했다.

올해도 스님과 신도들의 정성으로 쌀 3가마(240kg)가 모아졌다. 이렇게 모인 쌀은 떡방앗간에서 가래떡으로 만들어져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20일부터 23일까지 달서구 신당동과 장기.용산.이곡동의 저소득층 200여세대에 전달된다. 가래떡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사찰에서 후원했다. 신당복지관 측은 "스님은 설 뿐만 아니라 추석 명절 때와 봄.가을에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나들이 행사 때도 떡과 과자류를 후원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스님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고마우신 분들의 도움"으로 이 봉사를 계속해 올 수 있다고 했다. "나눔의 정신은 모두 고마우신 분들로부터 나옵니다. 전 그저 좋은 데 쓰라고 주는 전달자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자기부터 찾으면 이기주의만 남는다"면서 작은 사랑의 실천은 자기를 없애야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당복지관 권한희(28.여) 팀장은 "스님의 후원으로 올해도 200명이 넘는 어려운 이웃들이 떡국을 먹을 수 있게 됐다"면서 "종교재단 등에 정성으로 모인 돈이 지역사회에 잘 환원돼 '우리 종교'가 아닌, '우리 지역'을 위하는 분위기가 많아져야 명절 때 소외받는 계층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을 위해, 이타행으로 살 때 자신도 찾을 수 있다"는 도경스님은 "그저 잠시 쉬러 산에 들어갔다가 '남을 위해 살아보자'는 마음이 들어 눌러앉게 됐다(출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도경 스님
도경 스님

- 출가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가요?
= 출가 하기 전에는 사업도 해보고 교단에도 서 보고...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출가 이유는 남을 위해 모든 걸 다 해보고 가자, 이타행의 삶을 살자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잠시 쉬러 절에 들어갔다가 큰 스님의 권유도 있었고 해서 그냥 눌러앉게 됐습니다.(웃음)

- 경제위기 속에서 온정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 어려울수록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눠야 합니다.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모든 종교가 동참해야 합니다. 이웃사랑에 있어서는 모든 종교가 벽을 허물고 융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받고자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저와 종교는 다를지라도 성경의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구절은 모든 종교에 적용됩니다. 자신을 낮추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해 살고자 하는 마음이 곧 봉사의 시작입니다.

- 떡을 돌리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거나 보람을 느끼셨을 때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 복지관을 통해 주는 것이라 직접적인 에피소드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다만 어려운 이웃들이 맛있는 떡국을 먹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 질문에선 옆에 있던 권한희 팀장이 거들었다. 권 팀장은 "한 할머니가 스님께 받은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여, 그것을 또 함께 나눠먹자며 복지관을 찾아오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어떤 할머니는 고맙다며 김치를 가져오셔서 함께 나눠먹자고 하셨습니다. 나눔을 통해 또 다른 나눔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정이 넘치는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 사랑의 실천과 봉사의 의미를 너무 거창하게 봐 쉽게 행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 가장 가까운 쪽부터 바라봐야 합니다. 꼭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자신 주변의 이웃들부터 찾아, 그들을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사랑의 실천입니다. 주변에서 잘 찾아보면 나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민족의 명절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IMF 때보다 어렵다는 경제불황 탓에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은 세시풍습을 즐길 여유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취업난과 대량 실직사태로 서민들의 어깨가 더욱 움츠려드는 요즘, 사람들은 '사랑'과 '정'을 더 그리워한다.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그 나눔 하나하나에 이웃들은 힘듦에도 불구하고 정겨운 설을 맞을 수 있다. 결국은 다시 사랑과 나눔. 경제위기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작지만 소중한 온정이 한파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설과 추석 명절 때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건네는 한 스님의 나눔의 실천도 세밑, 이웃들의 언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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