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한반도 현실을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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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전 통일연구원장)..."상호비방 중지하고 공동선언 지켜야"

제 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1.20)과 함께 “변화, 통합의 리더십과 균형외교”의 기치를 높이 내 걸고 경제살리기와 그동안 훼손된 미국의 초강대국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다자주의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스마트파워 외교를 펼칠 것이라면서 새 출발했다.

오바마 시대에 한반도의 현실과 장래에 관해 비관과 낙관이 혼재하는 가운데 남북 최고지도자들은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북, ‘先 북미관계 정상화 後 비핵화’ 주장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1.13)을 통해 ‘선 북미관계 정상화 후 한반도비핵화’에 관한 원칙적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북미간 관계 정상화가 기본임을 강조하였다. 이같은 북한의 핵심주장을 검토해보니 우려가 앞선다.

첫째로, 북한은 “미국에서 조선반도비핵화가 마치 우리만 핵무기를 내놓으면 실현되는 문제인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는 그릇된 견해와 주장들이 울려 나오고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그로 인한 핵위협 때문에 조선반도 핵문제가 산생되었지 핵문제 때문에 적대관계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아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된 논리이며 9.19공동성명의 정신에 대한 왜곡이다”라고 주장했다.

둘째로,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이 없어질 때에 가서는 우리도 핵무기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조선반도비핵화이며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고 주장하면서 핵폐기의 전제조건을 재강조했다.

셋째로, 9.19공동성명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전 조선반도비핵화는 철저히 검증가능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며 “미국 핵무기의 남조선 반입과 배비, 철수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유로운 현장접근이 담보되고 핵무기가 재반입되거나 통과하지 않는가를 정상적으로 사찰할 수 있는 검증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이는 북한의 기본 논리인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에 근거해 ‘조선반도 전체에 대한 동시 검증’을 재확인한 것으로 ‘검증 문제’에 관해서도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재 강조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핵문제를 풀려면 모든 핵보유국들이 모여앉아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밝혀 오바마 행정부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에 근거하지 않는 핵문제 해결 방식은 ‘핵보유국 간의 핵군축 실현’ 외에는 없다는 주장이다.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는 핵무기를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강한 메시지는, 결국 향후 6자회담과 북미관계의 열쇠는 미국 오바마 신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 의지와 북미관계 정상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6자간 합의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6자회담 2단계(핵 불능화) 조치를 마무리짓고 3단계(핵폐기) 조치로 진입하는 기존의 단계적 접근 방식보다는 오바마 신 행정부에게 북미간 관계정상화와 한반도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일괄 타결하자는 제안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先 핵무기폐기 後 관계정상화’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인준 청문회(1.13) 서면 답변서에서 “관계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북한에게 4가지 현안(플루토늄 생산, 우라늄 농축, 핵확산 활동,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북미관계의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북한의 입장과 상반된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는 “만약 북한이 그들의 의무를 충족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해제했던 제재도 다시 가해야 하고, 새로운 제재도 고려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응수했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1.17)은 북미간 관계정상화 문제와 북핵문제는 별개 문제라고 강조하고 북미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된다고 하여도 미국의 핵위협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우리의 핵보유 지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강변하였다. 북미간 이러한 상이한 입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향후 핵폐기 협상이 고난의 협상(tough negotiations)이 될 것을 예고한다.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는 인준 청문회에서 군사력과 경제제재 등 ‘하드 파워’와 정치, 외교, 문화적 접근 등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킨 ‘스마트 파워’ 외교를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그는 “북핵 프로그램의 종식이 우리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시급성(with urgency)을 갖고 행동하겠다”고 언명했고, 이러한 힐러리 국무장관의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 홈페이지(1.21)를 통해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전개하여 북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제거 (eliminate)하겠다”고 단호하게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북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북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1.13)을 통해 밝힌 ‘선 북미관계정상화 후 비핵화’ 주장에 대해 오바마 새 정부는 “큰” 소리로 “노(no)”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 협상을 주창하는 힐러리 국무장관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의 핵폐기’를 강조하였다. 북은 ‘비핵화 없이 북미간 적대 관계청산은 없다’라는 오마바 새 행정부의 분명한 메시지를 현실적으로 똑바로 읽어야 한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들고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우리는 6자회담 유관 당사국들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중국관영 신화통신(1.23)이 보도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진실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간 평화공존을 원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하루빨리 대남 적대적 비방을 중단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북한이 합의한 9.19공동성명(제1항)과 2.13합의와 10.3합의 6자간 합의도 무시한 ‘선 북미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 입장을 고집하면 북미간 외교충돌은 불가피하다.

향후 6자회담 틀을 파괴하지 않겠다면 북한이 6자회담 합의를 성실히 준수하는 것이 북미 관계정상화의 지름길이 될 것임을 북한은 직시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반도 현안해법

북한은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1.17)을 통해 남한이 대결을 선택했다며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가 한계를 모르는 무자비한 타격력과 이 세상 그 어떤 첨단수단 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단호한 행동으로 실행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서해 우리측 영해에 대한 침범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 혁명적 무장력은 이미 세상에 선포한 서해 해상 군사 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하게 될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해 향후 남북관계의 경색이 악화되면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신기자클럽 초청 연설(1.15)에서 남북미 3국 정상에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한반도 현안해법을 제시하였다. 먼저 이명박 정부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중지시키고 6.15, 10.4선언을 인정.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한은 남한 정부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중지해야 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준수를 강조하는 북한이 그에 역행하는 비난을 일삼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정부가 대북대화 재개를 위한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면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해서 대화 재개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취임하면 북한과의 핵문제 해결을 우선시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서 이란 문제보다 해결하기가 쉽다고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대담한 일괄타결의 모개흥정을 하는 것이 좋다”면서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식의 개방.개혁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현실적 정책제언을 수용하면 경색된 남북관계는 풀리게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정상 간에 합의한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6.15정신에 입각하여 ‘우리 민족끼리’ 풀자는 악속을 이행하여야하고 언제까지 북한은 미국만 쳐다보고 남쪽과 대화를 거부하고 대남강경책을 구사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비난할 것인가.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통미통남(通美通南) 전술로 전환하여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관영 신화통신(1.23)을 통해 보낸 ‘비핵화와 평화공존’ 메시지를 똑바로 읽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시한 현실적 현안해법을 수용하는 것이 북한의 생존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그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

[통일뉴스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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