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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잣대,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 CBS대구방송 권기수 기자
2004년 06월 14일 (월) 14:27:54 평화뉴스 pnnews@pn.or.kr

얼마전 모처럼 경북 안동으로 현장취재를 갔다 온 적이 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주요 취재원을 만났더니 댓바람에 하는 말이 왜 취재를 하려고 하는데요? 기사내용은 어떻게 쓸 건가요? 취재를 하러갔다가 오히려 취재를 당하는 입장으로 뒤바뀐 상황이었다.

얘기를 들어봤더니, 그동안 지역언론사에 여러 차례 취재요청을 해봤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 나와보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 입장이 담긴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도 할 말이 많은데..." 흐리는 말끝에 아직도 섭섭한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어느 쪽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언론에 대한 불신감이 깊은 것 같아 못내 씁쓸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회사의 취재지시로, 그것도 취재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의 언질을 받았다면 나 역시 이미 예단을 갖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닐까? 취재가 끝날때까지 내내 부끄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기사를 쓴다고 뭐 달라질 것이 있을까요?" 헤어지면서 지나가는 말투로 던진 말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한창욱씨의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란 책을 읽다보면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를 소재로 쓴 글이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도적이다. 이 도적은 나그네를 집으로 유인해 자신이 만든 침대에 눕힌 뒤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은면 억지로 늘이고 반대로 크면 다리를 자르는 방식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우리 언론도, 이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논리의 잣대로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편파 시비, 자사 이기주의, 아니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기사.
신문은 방송을 비난하고, 방송은 이에 질세라 신문을 꼬집고...
오죽했으면 언론도 개혁 대상에 올랐을까?
그 속에 있는 나 자신도 어쩌면 예외는 아닐 듯 싶다.

가끔 사회친구들 모임에 가면 '기자놈들'이란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기자, 더 나아가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원고부탁을 받고 내심 적잖은 고민을 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그것도 기자들의 고백을 담는 내용이라는데...
'처음 처럼'
CBS에 입사했을때 성경 한권과 함께 선배들로부터 건네받은 묵필 글귀다.
지금의 내모습을 이제라도 그때로 되돌려 보려고 한다.
'기자님'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자놈'이라는 말은 듣지 않기 위해서.

CBS대구방송 권기수 기자(meet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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