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개발'보다 '식수 안전'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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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지역언론 구조조정, MBC만 다룬 '용산 촛불', 그리고 '낙동강'

‘여론의 도가니’란 설 명절이 지났다.
설 명절에 임박해 발생한 용산 철거민 대형 참사는 경찰의 야만적 ‘작전’ 과정과 연계돼 일어났고 전 국민에게 ‘불지옥’ 참사 현장이 그대로 전달된 터여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설 명절 분위기를 바닥까지 가라앉혔다.

설 전 2백50만 대구시민을 안절부절 하게 한 1,4-다이옥산 사태 관련 속보는 설 기간 주춤하더니 현재는 언론사마다 높낮이는 있지만 식수 사정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배경에 대해 심층 보도를 이어가고 있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가하면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매일신문 사원들에 대한 회사 측의 ‘무도한 사태’가 매일신문에서 설 연휴 직전 발생해 언론종사자들의 기를 꺾고 있다. 이 번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매일신문 구조조정은 취약한 지방언론 보여주는 ‘가늠쇠’

매일신문(사장 이창영)은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월 23일 ‘차장급 이상’ 직원 31명에 대해 권고사직 방침을 통보한데 이어, 2월에도 추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신문 노조 홈페이지
매일신문 노조 홈페이지

특히, ‘2월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차장급 이하’ 직원들이어서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평화뉴스의 보도는 그 자체로도 대구 언론계에 충격파이지만 대량 ‘권고사직’ 사태의 불똥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파장 또한 그에 못지않은 걱정거리라는 데 심각성이 더 하다.

매일신문 31명 ‘권고사직’  

필자는 이미 2주일 전 평화뉴스 '미디어 창'의 <'보도’ 후 침묵, ‘형님 의혹’ 여전히 침묵’> 기사 말미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대구를 포함한 지방 언론 환경은 더 척박해지고 종사자들은 매우 고단해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소문이 언제 현실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언론가의 걱정스러운 동향을 전한 바 있다. 매일신문사의 차장급 이상 31명 ‘권고사직’ 사태는 올 것이 드디어 온 것이지 ‘오비이락’(烏飛梨落)은 결코 아니다.

매일신문 석 민 노조위원장은 지난 28일 매일신문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강요에 의한 희망퇴직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참으로 무도(無道)하다”고 비판했다. 석 위원장은 “회사는 아직 최종적으로 사표수리에 대한 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고사직’ 대상이 된 간부들의 명단을 노조에 통보해오지 않고 있다”며 “과연 회사의 이번 조치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회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석 위원장은 “회사의 말대로 인적 구조조정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불가피할 정도로 위급하다면, 당연히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 있는 인사들이 가장 먼저 퇴출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고 “경기가 좋았던 시절 방만한 경영과 투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회사 부실을 키워왔던 인사, 회사가 급박한 경영위기 상황임에도 잘못된 투자 판단으로 수십억 원을 날려버린 인사 등 그동안 역대 노조가 지적해 온 문제 인사들이 이번에도 빠져있다는 분노와 울분의 목소리들이 강해지고 있다”고 문제점과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마디로 원칙 없는 구조조정이란 주장이다. 석 위원장의 주장대로라면 매일신문의 이번 구조조정은 수긍하기 어려운 무원칙 인사로서 매일신문의 장래를 위해서도 득이 될 게 없음을 시사한다.

"미디어 악법 통과되면 지방언론은 빈사 상태"

매일신문의 이번 ‘구조조정’이 걱정스러운 것은 대구의 여타 신문.방송에 미칠 수 있는 파장 때문이다. 혹여 ‘경영난’을 들먹이며 내심으로 ‘매일신문도 했는데 우리라고…’하며 매일신문의 전철을 망설임 없이 따르려는 언론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기우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외길을 달려가는 이명박 정부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단 저지된 미디어 악법을 2월 국회에서 기어이 통과시키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악법이 통과된다면 광고위축이 불을 보듯 빤한 지방방송을 포함해 지방언론은 빈사상태에 빠지고 그 결과 건전한 지방 여론 형성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야당은 물론 대다수 언론학자, 언론종사자들의 판단이다.

이 같이 이명박 정부가 지방언론을 구조적으로 옭아매는 방향으로 언론 지형도 그리기에 가속도를 붙여나간다면 그 때는 대구를 포함한 지방언론의 위축, 이로 인한 언론종사자 대량 실직은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대구를 포함한 지방이 살 수 있는 지방 분권.균형발전의 실현 가능성은 안개처럼 사라질 수 있다. 매일신문의 구조조정이 지방언론에 악순환의 지렛대가 되지 않기를 독자.시청자들은 바라고 있다.

대구MBC 만 다룬 '용산철거민 촛불 문화제'

대구MBC는 지난 28일 메인뉴스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과 관련, 정부와 경찰에 항의하는 한편 희생된 철거민들을 추모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대구 시민단체 회원들의 한일극장 앞 촛불문화제를 다뤘다. 비록 기자보도로 크게 다루진 않았지만 빠뜨리지 않고 다룬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대구MBC> 1월 28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1월 28일 뉴스데스크
정부와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인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나아가 목적 앞에서는 서민의 생명이란 한낱 초개(草芥)같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태였기에 국민으로서 인권 유린에 항의하는 게 당연함을 환기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일차적인 존재 이유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국민의 생명이 불구덩이 속에서 참혹하게 스러져 갔는데도 우리 고장 일이 아니란 이유로 어떤 형태로든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정작 다룰 기사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대구MBC만의 보도여야 했을까? 대구MBC의 이날 보도는 언론보도가 있어야 하는 근본 존재 이유를 묻고 생각해보게 한 보도였다.

낙동강 고질병  '식수 불안' - 정부 존재이유 심각하게 훼손

1,4-다이옥산 보도는 건수 면에서 뿐만 아니라 기준치 이상의 발암의심물질이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제대로 여과되지 않고 방류됨으로써 대구시민으로 하여금 두고두고 식수 걱정을 하게 만든 진짜 원인과 배경을 짚고 대책을 촉구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1,4-다이옥산 관련 일련의 보도에서는,
(1)발암위험물질 배출업체와 행정기관이 맺은 협약은 강제 규정이 되지 못해 언제든지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어 농도기준을 대폭 낮추고 자율규제가 아닌 법에 의한 강제규제가 필요함을 확인시켰다.

(2)발암위험물질 배출 오염원이 협약을 맺은 구미.김천.칠곡 등지 9개 화학섬유업체 외에 더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1,4-다이옥산 파동이 불거진 지난 15일 구미 8개 화섬업체 방류수의 1,4-다이옥산 배출량은 52kg이었으나 구미하수종말처리장에 유입된 양은 이보다 68kg이나 더 많았다.

'폐수 배출'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지방정부

<대구방송> 1월 29일 프라임뉴스
<대구방송> 1월 29일 프라임뉴스

이 때문에 추가 오염원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도 “(구미 8개 화섬 업체가) 폐수를 부적정하게 처리한다든지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고 표명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9개 협약 업체가 몰래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TBC는 1월 29일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업체들이 무단으로 폐수 배출량을 늘린 것으로 의심이 가는데, 문제는 이를 밝혀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상황이 이럴수록 행정기관이 한 층 더 감시의 불을 켜고 시민의 식수 안전을 지켜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점을 언론은 짚었다.

(3)경상북도가 가장 기본적인 배출 업소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언론보도는 확인됐다.
즉, 경상북도가 한 달에 한 번 씩만 수질 검사를 해 왔기 때문에 체계적인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거의 매일 확인해야 하는데 행정력이나 재정적인 문제도 있고…"라고 예의 예산타령, 인력 타령을 했다.

대구MBC "1차적 열쇠는 경북", TBC "책임소재 가려야"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 1,4-다이옥산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열쇠는 경상북도가 1차적으로 쥐고" 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오염원에 대한 (경상북도의) 밀착 관리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대구MBC의 보도는 타당했고, 경상북도는 제 책임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1,4-다이옥산 사태의 책임당사자인 것으로 귀결된다.

이에 따라 TBC는 진상을 규명해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했고, 한편으로 시.도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관계당국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수돗물 이대로 안 된다’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대구MBC는 정치권이 대책마련에 나섰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오염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대구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KBS대구는 “낙동강의 오염사고는 수시로 되풀이돼왔고 그때마다 취수원 이전과 정수기능 강화 등 여러 가지 대책이 논의되다 흐지부지돼 시민들의 불신만 키워왔다”고 그 동안의 경과를 짚은 다음 “가장 확실한 대책은 낙동강 대구취수장을 구미공단 상류지역으로 옮기는 것이지만  7천억 원이 넘는 예산문제로 타당성 조사에서도 부정적인 판정을 받아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이에 따라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개발보다는 안전한 상수원 확보가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여론의 지지를 근거로 낙동강 살리기 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낙동강, 시민대토론회로 근본해법 찾아야"

1,4-다이옥산 사태를 단순한 대구시민의 식수 대책이나 정수 관리 문제로 본다면 사태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한 마디로 식수문제는 시민의 건강권과 관련한 문제이고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말하자면 정부-국가의 존재이유와 맞닿아 있는 문제란 말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대구를 찾을 세계인들이 ‘식수를 걱정해야 하는 대구’의 속사정을 안다면 뭐라고 말할까?)

우리 지역에서 낙동강은 사실상 고질의 근원이 돼 왔다. 대구시민이 수돗물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1,4-다이옥산 사태 같은 불안 요소가 낙동강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 배경에는 언론보도가 지적한 대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자기보존 논리에만 급급해온 행정기관․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질병이 된 낙동강 식수 불안을 해결하는 첩경은 낙동강을 개발보다 시민 안전을 위해 건강하게 보전하는 데 우선권을 둘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중파 텔레비전을 포함한 대구의 언론매체들이 끈질기게 다뤄온 1,4-다이옥산 사태의 근본 해법을 이제는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근본 존재이유에 부실함으로써 사태가 터질 때마다 최대 피해자이면서 제 소리를 내지 못해온 대구시민, 정부가 한 눈 팔지 못하도록 기회 있을 때마다 ‘정위치’를 환기해온 시민단체, 언론이 포함된 대토론회는 낙동강 오염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을 이끌어낼 한 방편으로 개최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6]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국장. 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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