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서 희망 찾은 '소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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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이채은씨.."팍팍한 시절, 서민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4일 오전 대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중구 서문시장. 설 연휴도 끝나 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나 서민들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들려왔다. "입춘인데 봄나물 한번 보고 가이소", "과일 참 실합니데이. 한번 보이소", "집에서 직접 만든 촌두부라예. 사가이소"... IMF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라지만 이러한 이웃들의 목소리에 시장은 활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채은(45.여)씨. 그는 재래시장에서 희망을 일궈낸 '소호족'(Small Office Home Office.재택근무를 하거나 집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소규모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회사 수익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신암동에서 옷 매장...인터넷 가능성에 서문시장에서 '쇼핑몰'

이씨는 커튼을 비롯한 가정 인테리어 소품을 취급하는 '마이하우스'(http://www.myhouse.co.kr)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기 전,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옷 매장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쇼핑몰의 가능성을 보고 서문시장에서 희망을 찾아낸 것이다. 이씨가 창업한 2000년 11월, 당시 서문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침낭류 시장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기. 이씨는 수공과 원단시장을 비롯한 모든 인프라를 갖춘 서문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온라인상에서 시장을 하나로 묶는 활성화 방안을 커튼 도매상인들에게 제의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했다.

이채은씨(사진.남승렬 기자)
이채은씨(사진.남승렬 기자)
"가능성은 보였지만 업체 사장님들이 계속 거절하는 거예요. 하긴 원단에 원자도 모르는 제가 그런 제의를 하니 거절하는 것은 당연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그 때 서문시장 상인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다 같이 시작했더라면 이 곳의 가정 인테리어 시장은 훨씬 활성화 됐을텐데... 아쉬움이 남아요"

'나 혼자라도 한번 해보자' 이씨는 결심이 섰다. 그는 "'소호족'이란 말이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당시에 온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한번 부딪쳐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창업하게 됐다"면서 "한 마가 얼마인지, 일 인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원단소재도 구분하지 못했던 이 쪽 일 문외한이었지만, 지금은 GS홈쇼핑을 비롯한 국내 8개 유명 쇼핑몰과 업무제휴를 맺는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중구청에 매달 30만원 기부...'1%나눔운동'도 동참 예정 

2000년 이씨를 포함해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쇼핑몰은 현재 30여명의 직원이 있는 꽤 유명한 온라인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해 매출만하더라도 40억원. 이씨를 비롯한 마이하우스 직원들은 회사 수익 가운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1월에는 업체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중구청에 매달 3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법인명으로 기부된 이 돈은 중구 관내 저소득층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진다. 또 이달 말부터는 회사 수익의 1%를 기부하는 '1%나눔운동'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해 연말에는 중구 효심노인복지센터에 200만원을 기부한 한편, 직원들이 동전으로 모은 20만원을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했다. 이와 별개로 이씨는 몇 해 전부터 바쁜 시간을 쪼개 고등학생 아들의 학교를 찾아 급식지원에도 나섰다. 또 직원들에게도 복지시설 등에 매달 적은 돈이나마 후원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기업 기부도 더 늘어나야"

이씨는 "보통 시장에 오면 서민들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요즘같이 팍팍한 시절, 고달픈 서민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회사 수익의 일정량을 기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침낭류 뿐 아니라 집 전체 인테리어 소품을 모두 아우르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 "업체명을 마이하우스라고 한 이유"라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면 기업의 기부 역시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쓰임에 따라 1억도 가치가 없는 돈일 수 도 있고, 10만원도 가치가 있는 돈일 수 있다"면서 "어디에, 어떻게, 의미 있게 쓰느냐에 따라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2~30대 젊은이들을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경제.산업구조가 다시 서는 과정에 있습니다. 경제구조가 바뀌는 이 상황에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과감한 결단을 내는 용기입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앞으로 살아갈 21세기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꼼꼼히 생각하고 자기투자를 해야 합니다. 돈이 없더라도 지식과 정보만 잘 활용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10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오늘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시기, 재래시장에서 희망을 찾은 사람들. 이들의 환원이 있어 불황 속에서도 우리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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