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입시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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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요즘 호랑이는 풀도 먹는다?"

'자율화' 이름으로 기득권 강화

고려대가 수시 일반전형에서 스스로 제시한 선발 기준을 어기고 특목고에 특혜를 주었다고 권영길 의원이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 의원에 따르면, 고려대가 1단계에서는 내신만으로 학생을 뽑는다고 했으나 결과를 보면 내신과는 무관하게 특목고 지원자를 대거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12명이 지원한 대원외고는 1단계에서 190명이 합격하여 합격률이 90%에 달한다. 이는 내신 9등급 중에서 5등급 이하도 합격했다는 뜻인데,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내신 1등급도 불합격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고려대 입시 당국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차피 특목고 출신은 우리 사회의 상위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우리가 남보다 먼저 차지하자.’ 그렇다면 처음부터 내신으로 뽑는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직도 3불정책의 하나로 고교등급제 불허 정책이 살아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내신으로 뽑는다고 해놓고는 뒷구멍으로 치사한 짓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기득권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 정도의 반칙은 당국이 눈감아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일까? 더구나 고려대 인맥이 실권을 장악한 '고소영' 시대가 아닌가?

교육은 기회균등과 사회발전의 기초

사회가 배려해야 하는 국민생활에는 다섯 영역이 있다. 의, 식, 주, 의료, 교육이 그것이다. 다른 네 영역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어서 중요한 반면 교육은 기회균등과 사회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교육이란 적성과 자질에 맞춰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개인은 생장환경이 불리하더라도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만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회는 교육을 통해 각 구성원의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여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교육, 특히 대학입시는 우리 사회의 치부다. 대학이 학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전락하여 오히려 부와 신분의 대물림을 강화하고 재능의 발휘를 방해하여 사회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런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학벌주의 타파와 고교 평준화

첫째로, 학벌 프리미엄을 없애야 한다. 명문대는 자기 졸업생을 단지 명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하지 말고 실력에 따라 평가해 달라고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명문대도 이름에 안주하지 않고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대기업의 신규채용 서류에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않는 것도 학벌 프리미엄을 없애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명문대가 나서서 '학력'란 폐지를 요구하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둘째로, 진정한 고교평준화를 이룩해야 한다. 명문대는 지역이나 학교가 달라도 교육의 질에서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라고 교육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 평준화를 교육의 획일화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학교별 다양한 교육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등장해도 교육이 획일화되고 마는 것은, 학벌 프리미엄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입시경쟁에 매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봉황은 굶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

학벌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진정한 고교평준화가 이루어지면 3불정책이 필요 없게 되므로 명문대가 바라는 대학입시 자율화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고교평준화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내신 위주로 선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수능성적은 다소 낮더라도 잠재력이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학교에도 이익이 된다.

어느 고려대 출신이 이번 사건을 보고는 자조 섞인 평을 했다. "요즘 호랑이는 풀도 먹는답니다." 호랑이는 고려대의 상징 동물이다. 요즘엔 호랑이까지 얍삽해져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풀도 가리지 않고 먹는 모양이다. 이백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봉기불탁속(鳳飢不啄粟) - 봉황은 굶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





<김윤상 칼럼 17>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yskim@k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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