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6일 중앙집행회의를 열어 이번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의 대국민 사과 △피해자 상처 치유 노력 △가해자에 대해 조합원 제명처리 △민주노총 공개사과와 사건재발방지 입장을 5일 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재 등의 권고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간부, 이석행 위원장 피신시켜준 조합원 성폭행 파문
다만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피해자를 비롯한 노동계에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를 하루빨리 마무리짓기 위해서라도 이런 선택이 불가피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노총 여성 조합원 A씨 대리인인 김종웅 변호사와 오창익 인권시민실천연대 사무국장, 임태훈 전 여성의 전화 정책위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씨의 명백한 성폭력과 강간미수 사건"이라며 김씨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2차피해까지 제공한 민주노총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 대리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1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는 등 도움을 줬으나 이 위원장이 검거된 바로 다음날인 12월6일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 등 민주노총 지도부 3명은 대책숙의를 하자며 A씨를 영등포 등지로 불러내 대화를 나눈 뒤 김씨가 귀가한 A씨의 집에 들어가 수차례에 걸쳐 성폭력에 해당하는 추행을 했고, 강간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완강한 저항으로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가해자 김씨 A씨 집에 들어가 성폭력 시도"
김씨가 당시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힌 데 대해 A씨의 대리인들은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당시 김아무개가 피해자 A씨의 자택에 침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찍힌 CC-TV 동영상 등을 보면 김은 만취 상태도 아니었으며, 매우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대리인들은 "민주노총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반인권적, 성폭력 옹호적 행보를 반복했다"며 "민주노총은 이용식 사무총장 등 고위 간부들과 지도위원 등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파견해 사태의 확산을 막고자 노력했는데, 이들이 제시한 논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중·동에 의해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노총과 A씨 소속 연맹 위원장 및 간부들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대리인에게도 지속적인 압박을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 A씨는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이는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로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조직적으로 개인에게 감행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사태수습 과정 피해자 압박 언론공개 등 2.3차 가해"
사태 수습과정에서도 민주노총은 진상조사 내용을 여과없이 외부에 흘려 또다시 A씨에 대해 가해를 했다고 대리인들은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은 A씨 대리인에게 지난달 12일까지 징계하는 등 사태 마무리 의사를 밝혀 대리인들도 진상조사 과정에 협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3∼4주 전부터 민주노총 간부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술자리 등에서 기자들에게 여과없이 거론하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생산된 소문은 이미 언론을 비롯하여 노동부, 노사정위, 한국노총, 경찰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으며 △급기야 지난 4일 복수의 모 언론 기자들과 만난 민주노총 관계자가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언론에 확인시켜줘 언론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대리인들은 "우리는 20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바탕한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이번 사건의 발생과정과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선의의 협조자를 성폭력 피해자로 만들고 이를 한낱 술자리 안주감으로 전락시키는 등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2차, 3차 피해를 강요한 점에 분노한다"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소한의 양식도 없고, 민주노조운동을 진행할 도덕적 근거마저 완전히 상실해버렸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 대국민 사과키로
이들은 성폭력 가해자 김씨를 형사고소하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등 지도부 4명은 6일 사의를 표명했고, 민주노총은 중앙집행회의를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권고했다.
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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