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우발적 남편 살해에 대한 입장(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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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우발적 남편 살해에 대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의 입장>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가 불러일으킨 가정폭력 피해 결혼이주여성의 남편살해사건은 정당방위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이주민 110만명이 어우려져 사는 다문화공생사회이다. 이 가운데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인들과 가족관계, 친인척관계, 이웃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여성이 국적취득한 경우를 포함하면 15만명이나 된다.

이러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서 시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안에서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다문화의 안내자로, 각종 국제행사와 공공기관 ․ 기업의 통․번역사로, 지역과 가정 경제를 일구는 노동자로, 가정의 재생산 노동을 담당하는 주부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2007년 여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의 결과 17.7%가 물리적인 가정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이들은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없는 상습적인 아내구타, 성적 학대, 유기, 인격모독, 폭언에 시달리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남편 폭력에 의해 사망한 베트남 이주여성 ‘후안마이’ 사건처럼 이미 심각한 현실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도 상습적으로 남편에게서 구타와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은 평소에도 술을 좋아했으며 술만 먹으면 난폭하게 굴고 구타를 했었다.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은 꼭 집에 와서 계속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면 새벽 3, 4시까지 부인을 잠도 못자게 할 뿐만 아니라 자세를 똑바로 하고 앉아 있게 했다.

사건 당일도 밤늦게까지 친구 집에서 술판이 벌어지자 임신 중인 여성이 남편에게 "빨리 집에 가자"며 보채며 싫은 내색을 했다. 기분이 상한 남편이 함께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때리며 겁을 주자 여성은 시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집에 도착한 남편은 "어머니에게 고자질을 했다"며 또다시 마구 때렸다. 이에 평소에 구타에 시달려 왔던 여성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칼을 들고 있다가 우발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남편의 지속적인 구타와 괴롭힘에 대해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으로 생존을 위한 정당방위 사건이다. 현장의 상담 경험에 의하면 많은 이주여성들이 남편 폭력에 대비한 방어용으로 베개 밑에 칼을 숨긴다거나 남편이 때릴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한다. 이는 이미 남편에 의한 폭력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 사건은 언젠간 일어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는 한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가정폭력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6가구 중 1가구에서 발생할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으며, 어쩌다가 일어나는 일회성 폭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피해를 당하는 매순간 여성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렇게 만연된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에 무관심한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가 이번 사건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결혼이주여성이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지키고자하는 가운데 우발적으로 일어난 정당방위로 보고 여성의 구명운동을 아래와 같이 전개해나갈 것이다.

첫째, 지역과 전국에서 구명운동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려 사건을 지원하고 대처해나갈 것이다.

둘째, 현재 권미혜 변호사(대구), 장익현 변호사(대구), 소라미 변호사(서울), 조인섭 변호사(서울)가 공동변호인단으로 지원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지역과 전국단위의 공동변호인단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주여성이 폭력당하지 않을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09년 2월 9일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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