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상생과 공영의 바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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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NLL, 정전협정에 따른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

북방한계선(NLL), 진실을 알고 주장하자

 어느 사회이든지 정확한 사실에 대한 인식 없이 왜곡된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을 알고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왜곡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진실이라 굳게 믿는 경우도 있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독재와 분단으로 인해 유독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감추어져 왔고 왜곡되어 왔다. 하지만 민주화의 진전으로 과거 억울하게 희생되었던 의문사와 역사적 사건들이 베일을 벗고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유독 북과 관련된 사안에서만큼은 여전히 우상과 신화가 판을 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든지,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는 주장들이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최근 남북간이 갈등이 격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북방한계선은 대다수의 언론이 주장하듯이 합법적인 군사분계선일까?  이제 진실에 한걸음 다가가 보도록 하자.

NLL, 정접협정에서 합의한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

지난 1953년 7월 27일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과 국제연합군 대표단 수석대표 미군육군중장 해리슨 사이에 서명한 정전협정상에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규정한 제 1조에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쌍방'이 승인한 구역 또는 수역의 해석 및 이해
(1) 지상의 군사분계선 및 비무장지대(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의 육지 공간,DMZ)에 대하여: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1,2,3,4항은 ,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의 지상 약 250km 길이의 “휴전선”과 그 남․북에 협정상 각기 2km의 폭을 가지고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라는 “완충지대”에 관해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2) “한강하구수역”이라는 남․북 공용의 특수구역 : 한강이 서해에 유입하는 “한강하구수역”은 정전협정의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제5항에 의해서 남․북한 쌍방의 민간 선박(주로 어선)에게 그 이용이 개방되어 있다. 그 협정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 1조 제5항 :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강기슭)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 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 첨부한 지도(제2도를 보라)에 표시한 부분의 한강 하구의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쌍방 민간 선박이 항해함에 있어 자기 측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


이 “쌍방”이라는 용어가 중요하다. 육지 상에서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제외하면, 서해바다에서 이“한강하류수역”만이 북한과 유엔군 총사령관“쌍방”이 인정․합의하고 “쌍방”이 “함께”관리해 온 수역이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서 서해상에는 정전협정에서 합의한 군사분계선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북방한계선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선일까?

이승만 북진 막기 위한 '클라크 라인'이 지금의 'NLL'

그렇다면 북방한계선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선일까? 그 기원은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레> 2009.1.30
<한겨레> 2009.1.30
한국전쟁 중인 1952년 9월 27일,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 대장은 유엔군측의 압도적 해군력을 바탕으로 서해상에 대북 해상봉쇄를 위한 클라크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전쟁은 1953년 7월 끝났으며 클라크 라인도 없어졌다.

북한과 유엔군은 클라크 라인을 대신할 수 있는 서해 경계선의 획정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그사이 정전협정을 반대하는 이승만정부는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남북간의 우발적 충돌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그러자 유엔군은 남측의 북진을 막기 위해 클라크 라인을 계승하는 선을 다시 그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북방한계선(NLL)이다.

즉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과 유엔군이 합의한 선도 아니고 남과 북이 합의한 선도 아니다. 또한 북한이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도록 설정한 선도 아니고 오직 이승만 정부의 무모한 도발을 막기 위해 유엔군이 남측해군의 북측 수역 진출의 한계선 ( Limited Line)이지. 남북한의 해상을 획정하는 경계선(Boundary Line)이 결코 아닌 것이다. 이는 북방한계선이라는 명칭에서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NLL월선, 정정협정 위반인가?

남북간의 군사분계선은 오직 정전협정에서 합의한 지상군사분계선과 한강수역밖에 없음은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서해상에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려면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과 북,그리고 유엔군을 대표한 미국이 다시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정전협정 규정의 어떤 수정이나 보탬을 원할 때에는 첫째, 그 의사와 내용을 상대방에게 정식으로 통고하고 둘째,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셋째, 그 변경 사항을 쌍방이 공동으로 관리 및 집행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1.정식통고, 2. 상대방의 동의, 3. 그에 대한 공동관리 및 집행이다.   

“북방한계선”도 이 규정에 적용해서 검토 되어야 한다. 정전협정 제 5조 부칙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정전협정 제 5조 부칙
61.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이나 증보는 반드시 조인 쌍방 사령관들의 상호 합의를 거쳐야한다.


정전협정 제 2조 15항 합의로 폐지된 대북한 봉쇄선(클라크 라인)의 자리에 그 어떤 새로운 “선”이나 “수역”을 설정하려면 동의를 얻어야한다. 이것이 정전 협정의 규정이다. 즉, 북한군이 NLL을 넘어와도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1966년부터 1994년까지 28년간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문항 전 고문도 확인해주고 있다. 이문항 전 고문은 지난 2007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방한계선은 합의된 해상경계선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으로, '이 선 이상 더 북쪽으로 갈 수 없다'라고 견제하기 위해 설정한 한계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28년간 참석한 군사정전위원회에서 NLL 문제가 단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며 "심지어 북한 함선이 NLL을 넘었어도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한 일도 없었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이 전 고문은 사견임을 전제로 "미국 측도 북방한계선을 해상 경계선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며 "미국 측은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선이다, 그 선 부근으로는 가지 말라고 설정해 놓은 선이다'라고 얘기했지 그 선을 넘었다고 해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한겨레 2007.10.14 기사 참고)

1996년 7월 17일 김영삼 정부 시절 이양호 국방장관도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답변에서 북측의 NLL 월선을 언급하면서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과는 무관하다"고 발언했다.

남의 '북방한계선', 북의 '서해해상군사분계선'

  오히려 북방한계선이 정전협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 해군(유엔군)의 통제 하에 있는 서해5도의 지리학적 위치.크기.북한과의 인접거리를 알 필요가 있다. 연평도의 경우는 가장 가까운 북한 영토의 섬에서 불과 4KM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고, 황해도 옹진반도의 끝에서부터도 국제 해양법상 영해거리인 12마일(약 20KM)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지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도 180KM가 넘는다. 이처럼 서해 5도는 그 전부가 북한의 황해도의 해안선을 남서(南西)에서 완전히 포위한 위치에서 국제 해양법 규정의 북한 영해 안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클라크 라인'이 일방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한 지 10개월 후에 정전협상이 끝나고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 협정의 “제2조 정화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 A.총칙, 15항”으로 미국(유엔군)과 중공.북한은 다음과 같이 합의되어 있다.


 제2조 15항 : 본 정전협정은 적대중의 일체의 해상 군사력에 적용되며, 이러한 해상 군사력은 비무장지대(육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조선의 육지에 인접한 해면(海面)을 존중하여, 조선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


즉, 다시 말해 황해도의 해안선을 봉쇄하고 있는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 2조 15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 근거에서 북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 역시 남쪽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정전협정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한국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역시 동일한 기준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불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것이다.

군사적 충돌 위기 높아지는 서해

1999년 6월15일 일어난 1차 서해교전에서는 30명이 넘는 북한 병사가 죽고 2척의 배가 침몰되었다. 2002년 6월 29일 일어난 2차 서해교전에서는 우리 해군 고속정 1척이 조타실을 맞아 예인 중 침몰되면서 이 고속정을 지휘하던 윤영하 대위 등 한국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북한군 역시 경비정 1척이 화염에 휩싸인 채 북측으로 예인돼 되돌아갔다.

이제 서해상에서 3차 서해교전이 일어날 위험에 처해있다.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강경입장과 이에 대한 남측의 무시정책으로 남북간의 대결이 말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2009.1.30
<한겨레> 2009.1.30
3차 서해교전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차례의 교전을 거치면서 남북한이 작전지침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99년 1차 서해교전 당시 남측의 밀어내기(차단기동)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북한은 이후 교전규칙을 바꿔 남측 함정이 밀어내기를 위해 접근하면 선제사격을 가하기로 했다. 이는 2차 서해교전의 원인이 되고 말았고, 남한의 교전규칙 변경으로 이어졌다.

남한 역시 2차 서해교전 이전 ‘경고방송 → 시위 및 차단 기동 → 경고사격 → 위협사격 → 조준 및 격파사격’ 로 5단계로 되어 있던 교전규책이 보수파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면서 경고방송 및 차단기동을 없애고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단순화됐다.

6월이 되어 꽃게를 잡기 위해 남북한 어선들이 서로가 생각하는 경계선을 월선할 경우 이들을 경비하는 남북한 해군함정들간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국방부 장관인 이상희 당시 합참 작적본부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차 서해교전 직후 그는 ‘앞으로는 북 함정의 NLL 침범징후만 포착되어도 해군뿐만 아니라 공군전력, 백령도-연평도에 위치한 지상군 전력이 합동으로 대비한다’며, ‘이때 공군전투기의 초계 비행 범위가 NLL 부근 쪽으로 전진배치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3차 교전사태가 발생하면 육해공 합동작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은 해주에서 지대함 미사일과 해안포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포착한 남한의 대응으로 서해상의 소규모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해, 상생과 공영의 바다를 위하여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국방부와 언론이 NLL에 대한 비이성적인 인식을 벗어던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국제법적으로도 인정받기 힘든 NLL을 군사적 힘을 동원하여 사수하려고만 해서는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피할 길이 없다. 때문에 북과 합리적으로 서해상군사분계선을 설정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북은 이미 지난 참여정부 당시 장성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과거 미국과 협의하려고 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서해상 군사분계선 설정에 대해 남측과 협의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7년 남과 북이 합의한 10.4평화번영선언에 대한 존중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왜냐하면 10.4평화번영선언에 서해상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지혜로운 답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 남과 북의 경계를 가르는 냉전적 방식의 해결이 아닌 서해를 남과 북의 상생과 공영의 바다로 만드는 방안이다.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10.4평화번영 선언 5항중)


 즉 다시 말해 남과 북은 과거와 같이 어디가 남의 수역이고 어디가 북의 수역이냐를 나누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서해 5도를 비롯한 분쟁수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설치하여 공동으로 고기도 잡고 수로와 항구도 이용하여 평화와 공영을 누리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도 지난 10년간 남북관계 진전을 가져왔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폄하한 바 있다.  “과거와 같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다가 끝이 잘못되는 것 보다는 시작이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출발해서 결과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시절의 남북간의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북의 대응이 어떨지는 명약관화하다.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은 이제 우려가 아닌 현실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실로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펼쳐나가려면 10.4평화번영선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 이 글은 리영희 선생의 책 <반세기의 신화> 중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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