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일자리' 부풀리기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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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보도 돋보여...청와대, '여론조작' 포기해야"

'일자리 창출' 과시성 포장

대구시.경상북도가 잇따라 발표해온 ‘일자리 창출’ 발표 상당수가 사실은 과대 포장한 것으로 실속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난 2월7일자 대구MBC의 보도는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뻥튀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상을 전한 점에서 시.도민의 관심을 끌었다.

<대구MBC> 2월 7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2월 7일 뉴스데스크

‘실속 없이 부풀려’ 제목으로 머리기사로 다룬 대구MBC 2월7일자 메인뉴스 머리보도에 따르면 경상북도가 15억 원을 들여 ‘여성 일자리’ 5천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 동안 일상적으로 각종 여성교육센터에 해마다 보조해오던 사업이란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여성 일자리 한 개 만드는 데 30만원이 드는 셈이다. 그처럼 저렴하게 여성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 매일 3천6백 명씩 연인원 92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녹색일자리’ 만들기를 하겠다면서 거창하게 행사까지 벌였으나 이 역시 그 동안 경상북도가 쭉 해오던 숲 가꾸기 사업으로 올해는 그 규모를 조금 늘렸을 뿐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경상북도는 올 한 해 일자리 5만5천여 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도내에 공장이 있거나 짓는 곳을 찾아내 양해각서(MOU) 한 장 달랑 교환하면 일자리 창출의 공은 모두 경상북도 몫이 된다는 것.

대구시, 단기 일자리 부풀리기 '속도전'

대구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김범일 시장은 지난 달 중순 시정을 경제 살리기 비상체제로 운영하겠다면서 올해 일자리 2만6천개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불과 한 달 사이에 이 목표를 3만3천개로 7천개나 늘렸다. 역시 속을 들여다보면 단기 일자리라고 한다. 시.도의 과시용 발표로 인해 실직자 대책이 겉돌 수 있다고 대구MBC는 지적한 것이다.

이 기사가 돋보이는 것은 그 동안 우리지역 신문.방송이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해온 경상북도.대구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나 각종 MOU 체결의 실상을 툭 터뜨린 점이다. 다시 말해 발표의 상당수는 대구시.경상북도 공무원들의 공치사-과시용이지 실제 일자리와는 연관성이 별로 없다는 점을 언론이 늦었지만 사실대로 보도한 것이다. 이런 보도가 없다면 신문.방송 보도에 신뢰를 보내는 시도민은 언제까지나 마냥 기대를 걸고 있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언론 불신, 행정 불신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 대구MBC가 늦었지만 과대 포장된 사실을 밝힘으로써 언론은 신뢰를 얻게 됐고 시.도민은 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실상을 제대로 판단하게 된 것이다.

대구상수도본부 '관료 이기주의'..."제대로 개혁해야"


<대구MBC> 2월 12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2월 12일 뉴스데스크

한편, 대구MBC는 대구시상수도본부가 시설 개선 없이는 1,4-다이옥산 사태애 대처할 수 없다고 이미 4년 전에 자체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수질개선보다는 시설확장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해왔다며 지난 2월 12일 ‘제대로 개혁해야’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는 대구시청 관료들이 이기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시민 안전이 '철밥통'을 위한 '제물'이 되고 만다는 점을 환기해 주목된다.

시설 보완은 눈감은 채 '시설 확장'

즉,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1차 다이옥산 사태가 난 2004년 이후 관광성 해외연수를 3백 명이나 다녀왔지만 시설보완 없이는 1,4-다이옥산을 줄이기 어렵다는 결론은 이미 2004년에 내렸다는 것.

하지만 조직 내부 문제를 외부에 확산하지 않는다는 조직 이기주의.보호주의가 발동, 시설보완 문제는 눈 감은 채 시설확장을 선택함으로써 수돗물 생산 시설이 필요치의 두 배가 넘는 하루 백75만 톤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관료가 뭉치면 시민은 죽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시민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건강권을 위협받고 시 재정이 거덜 날 정도로 엄청나게 낭비된다는 점을 생생히 다룸으로써 이 보도는 대구시청 공무원의 썩은 의식에 메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대 개혁이 절실하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저수지' 관련 두 보도 상충

<대구MBC> 2월 11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2월 11일 뉴스데스크

그러나 관련 보도가 서로 튀는 경우도 있었다.
역시 대구MBC는 지난 11일 낙동강 유지수를 확보하는 대안으로 농업용 저수지를 활용하는 안에 대해 경상북도 공무원과 학계 인사를 인터뷰해서 보도했다.

 우선 중규모 저수지만도 35개나 되는 등 저수지가 우리 지역에 많고 ‘지정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됐’으므로 이 물을 낙동강에 흘려보내면 댐보다는 못하지만, 갈수기 유지수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지역에 있는 중규모 저수지 35개를 넓히면 2억 톤에 불과하던 낙동강 수량이 9억 톤으로 증가해 7억 톤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MBC는 13일 메인뉴스에서 ‘저수지 때문에’ 제목으로 저수지 상류 방향 5km 이내 지역에는 공장을 지을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에 영천시가 기업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컨대 전국에서 저수지가 가장 많은 영천시는 저수지 때문에 개발이 안 된다는 것으로 공장을 지으려면 (저수지를 메운다든가 하는 등으로) ‘걸림돌’인 저수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수지를 없애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으나 상류방향 공장건축 제한을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보도의 맥락이었다. 

저수지 물을 낙동강 유지수로 활용하는 방안은 결국 발암위험물질인 1,4-다이옥산과 같은 유해물질 농도를 떨어뜨려 먹는 물의 안전도를 지키려고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수지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짓게 한다면 저수지 물 오염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고 아예 저수지를 없앤다면 낙동강 유지수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수지 보도'는 그 나름대로 각각 일리가 있으면서도 합해 놓으면 낙동강 유지수 확보와 물 오염 가능성이란 두 요소가 서로 충돌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한 시청자들은 헷갈리기 십상이다.
식수 불안을 느끼는 시.도민과 저수지를 개발해서 이익을 남기자는 두 측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저수지 문제는 파편(破片)적 보도보다는 문제점을 좀 더 깊이 검토하도록 촉구하는 방향으로 종합 보도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홍보지침' 군사정권 '보도지침' 연상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앞세워 ‘용산 참사’와 관련, ‘촛불집회’를 덮으려 했다는 ‘청와대 홍보지침’(위 그림)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보냈다’, ‘안 받았다’, ‘공식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받았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청와대와 경찰의 현란한 말 바꾸기는 결국 양측 모두 ‘보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번에는 ‘청와대 홍보지침’은 ‘국민소통담당관 개인 전자우편(이메일)으로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개인 행위’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자우편 수신자와 발신자를 보면 ‘개인 이 씨가 개인 박씨에게’가 아니라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으로 돼 있다. 국가기관의 담당자 사이에 오간 전자문서라는 것이다. 더구나 수신자로는 홍보담당관이라고 직책만을 명시, 개인에게 보낸 사신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공식 기록 안 남기려는 업무연락 수단 가능성

200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청와대에서 기록물 연구사로 일한 한 인사를 인터뷰한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사태는 한층 심각하다. 이 인사는 “그 정도 내용의 홍보 방안을 개인적인 판단으로 보냈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며 “최소한 부서 차원에서 논의를 거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집행되는 것이 상식적인 업무처리 절차”라면서 오히려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고 업무 연락을 하기 위해 전자우편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2월 13일 기사
<오마이뉴스> 2월 13일 기사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했을 경우 문서를 생산한 기록과 그것을 발송한 기록들이 모두 남게 되는데 이메일은 공식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며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볼 때 공식기록으로 남겨지는 것을 꺼려해서 이메일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인사는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대통령령인 청와대 사무관리규정을 보면 업무연락은 특별히 규정된 예외의 경우가 아니고는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하도록 되어 있다”며 “청와대가 기록물을 남기는 것 자체를 꺼려해서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전자우편을 통해 대외 업무 연락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 이번 사태에 ‘의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와 경찰 모두 ‘청와대 홍보지침’으로 ‘양치기 소년’이 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청와대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것 이상으로 ‘권력이 들려주려는 멜로디를 언론이 연주’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가 얼마든지 권력에 의해 짓뭉개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시 말해 언론보도의 물꼬는 ‘홍보지침’으로 어렵지 않게 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위의 ‘홍보지침’을 보면 그 목적, 의도, ‘부정적 프레임’을 ‘긍정적 프레임’으로 돌리기 위한 자세한 ‘예시’ 등이 1986년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폭로한 5공의 보도지침과 흡사한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수법(여론 물꼬 돌리기, 물 타기 등)이 동원되는 배경은 ‘땡전뉴스’가 횡행하던 5공 시절, 또는 정권에 불리한 일이 있을 때면 이상하리만큼 대형 사건이 터져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다시피 한 박정희 정권시절과 일견 흡사한 점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청와대 홍보지침’ 사태는 언론은 장악할 수 있고 장악해야 정권에 좋다는 비민주적 오만이 배경에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여론이 조작되고 그로 인해 국민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손실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야당이나 용산참사대책위가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그대로 되어 누군가 책임을 진다해도 그것으로 국민의 손해가 상쇄되지 않을 만큼 사태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여론 조작' 포기가 근본 대책

한 마디로 ‘청와대 홍보지침’은 과거 군사정권과 같은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나 나올 법한, 국민에 대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변명할 수 없고 어디에도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는 마땅히 책임소재를 규명하여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하되 청와대가 먼저 사과하고 재발을 막을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만용을 품지 않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 하겠다.

한편 정부.여당이 ‘7대 미디어 악법’이나 디지털 시대 최대 수용자인 국민을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사이버모욕죄’(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를 왜 기를 쓰고 통과시키려하는지, 그리고 만일 이 법률 등이 통과된다면 어떤 역기능을 할지 이번 ‘청와대 홍보지침’은 다시 한 번 권력의 속내를 읽게 했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8]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국장. 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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