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문전 수거', 여전히 '쓰레기'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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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구 첫 시도..수거 늦어져 며칠째 방치..구청 "인력부족. 3월에 16명 충원"

문전수거가 도입됐지만 대구 수성구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대문 앞이 아닌 전봇대에 버려진 쓰레기(2009.2.17 수성구 범어동 / 사진.남승렬 기자)
문전수거가 도입됐지만 대구 수성구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대문 앞이 아닌 전봇대에 버려진 쓰레기(2009.2.17 수성구 범어동 / 사진.남승렬 기자)

# 2월 17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골목길. 각 주택 대문 앞을 비롯해 골목 곳곳은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음식물쓰레기 용기함 뚜껑이 열려 있는 모습, 용기함 주변 군데군데에 떨어진 밥알을 비둘기 떼가 주워 먹는 모습, 쓰레기 배출시간이 아니지만 꽉 채워진 쓰레기로 이미 대문 앞에 놓여진 쓰레기봉투, 이미 채워진 음식물쓰레기 용기, 전봇대와 담벼락에 몰래 버려진 생활쓰레기까지..

.인적이 뜸한 골목으로 가보았다. 그 골목의 한 주택 옆 작은 농장은 마구 내다버린 쓰레기더미로 가득 차 '주말농장 신청을 받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수성구청, 올해부터 '거점 수거'에서 '문전 수거'로

이 동네는 올해부터 정해진 요일에 각자의 집 대문 앞에 쓰레기를 내놓는 '문전 수거제'가 시작된 곳이다. 기존 '거점 수거제'가 전봇대와 담벼락을 쓰레기장으로 만든다는 지적 때문에 수성구청이 제도를 전환했으나, 수거 작업 지연과 주민들의 참여부족으로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쓰레기 수거가 늦어지면서 악취가 나 주민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구청과 가까운 이 동네도 이런데 다른 지역은 어떻겠느냐"며 되물었다.

대구 수성구청이 거리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대구지역 처음으로 '생활쓰레기 문전수거'를 실시하고 있으나 쓰레기 관련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음식물쓰레기가 제 때 수거되지 않아 악취가 난다'는 항의성 민원을 수성구청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으며, 수성구청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수성구청은 지난 1월 1일부터 쓰레기 수거방식을 '거점수거'에서 '문전수거'로 변경했다. 거점수거는 전봇대와 담벼락을 비롯한 지정된 곳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환경미화원이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방식인 반면, 문전수거는격일제로 자기 집 대문 앞에 내놓으면 환경미화원이 거리를 돌며 가져가는 방식이다.

문전수거로 전환됨에 따라, 주민들은 정해진 요일마다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대문 앞에 쓰레기를 내놓고 있다.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은 기존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 그물망에 각각 담아 대문 앞에 내놓으면 되고, 음식물쓰레기는 구청에서 나눠준 용기에 납부필증을 붙여 내놓아야 한다.

 

늦어지는 '문전 수거'...며칠째 방치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대문 앞 쓰레기가 늦게 수거되거나 며칠 째 방치돼고 있어 주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수거가 늦어지면서 악취를 유발시키자 주민들은 수성구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구청은 새벽 1시부터 출근시간 전인 오전 7~8시까지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했으나, 일부지역은 오후시간대까지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을 보면, 지산동을 비롯한 일부지역은 며칠 째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성구 범어3동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김수환(55.남)씨는 "오전 시간대에 미처 수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겨울이라 악취가 덜하지만 여름이 되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산동 김모(28.남)씨는 "새벽에도 동물들이 음식물쓰레기 용기를 뒤져 아침이면 대문 앞과 근처 골목길이 엉망이 돼 있다"며 "문전수거로 바뀌면서 골목길이 더 더러워진 것 같다"고 불평했다.

쓰레기 수거, 뒷처리도 '불쾌'

수거 후 사후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일부지역은 환경미화원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찌꺼기를 떨어뜨려 악취 유발과 함께 고양이와 비둘기 떼가 들끓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용기를 닫지 않고 그냥 가 버리는 경우도 있어 미관상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어4동에 사는 휴학생 이선아(24.여)씨는 "아침에 학원 갈 때 거리에 떨어진 음식물 찌꺼기를 동물들이 먹는 모습을 종종 보고는 하는데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 "주택 앞 마다 미처 치워지지 않는 쓰레기가 남아 있어 불쾌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여전한 '얌체족'

대문 앞이 아닌 후미진 곳에 버려진 쓰레기
대문 앞이 아닌 후미진 곳에 버려진 쓰레기

주민들의 의식도 문제로 꼽힌다.

쓰레기 배출방식이 바꿨으나 발길이 뜸한 전봇대 등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얌체족'들이 거리환경을 해치고 있다.

실제 16일 오후, 수성구 범어동 일부지역은 대문 앞이 아닌 한적한 후미진 곳에 버려진 쓰레기더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기존 거점방식일 때 설치된 노란색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미처 철거되지 않아 그 곳에 쓰레기를 버린 모습도 보였다. 또, 재활용품 그물망과 음식물 용기를 몰래 가져가는 얌체족도 있다.

수성구청 "인력부족..3월에 16명 충원"

상황이 이러하자, 수성구청은 현재 60명인 수거 인력을 오는 3월까지 7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성구청은 16일부터 18일 오후 6시까지 환경미화원 채용접수를 받아 여성 2명을 포함해 총 16명을 증원했다.

수성구청 홍정식 청소계장은 "인력도 모자라고 문전수거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쓰레기 수거가 늦어지고 있다"며 "환경미화원을 더 뽑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음식물쓰레기 용기에 붙이는 납부필증은 쓰레기봉투판매소에서 판매되며, 3리터는 110원, 5리터는 180원, 20리터는 720원에 살 수 있다.

문전수거가 도입됐지만 대구 수성구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농장으로 쓰이는 농지에 쓰레기가 쌓여진 모습(2009.2.16 수성구 범어동 / 사진.남승렬 기자)
문전수거가 도입됐지만 대구 수성구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농장으로 쓰이는 농지에 쓰레기가 쌓여진 모습(2009.2.16 수성구 범어동 / 사진.남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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