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낭비 '억지 홍보', 외면하는 '지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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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옥(참언론)..."'오류 투성이' 정부정책기관..'편파적 조사' 영남권 연구원"


'홍보지침'과 '홍보 지침'의 차이를 아십니까?
띄어쓰기 한번 했을 뿐이데, 이 두 용어의 의미는 전혀 색다르게 해석된다. '지침'은 사전적 용어로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하여 주는 준칙'이다. 하지만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 기운이 빠진 상태’를 나타내는 '지치다'의 명사형이기도 하다. 결국 '홍보 지침'은 타당성이 부족한 정부정책을 무리하게 홍보하다 담당자들이 '홍보에 지쳐있다'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최근 한 시사잡지는 이 두 단어를 비교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은 홍보를 극대화, 무리한 정책에 대한 홍보는 짜증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무리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연구기관의 어이없는 연구결과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정책 홍보물을 보면서 이들의 '홍보 지침' 현상은, 결국 시민들 세금만 축낼 뿐이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런 흐름에 지역연구기관들도 한 몫 거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고~, '세금이 줄줄 새는 현안'에 대해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지역언론. 답답하다.

언론관련 법안, 설 연휴에만 홍보비 5억3천만원 사용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 법안에 대한 정책기관의 연구결과가 '오류 투성이'라는 점이 잇달아 증명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2월 2일
<미디어오늘> 2월 2일
개정된 방송법이 통과, 시행되면 일자리 26,000개가 창출된다는 정보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결과는 지난 3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어떻게 방송시장이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만여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갖는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IPTV 활성화시 생산유발효과와 일자리창출효과가 난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결과 역시 "예측치 10%도 못 미치는 결과"로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지난 설 연휴 동안 언론관련 법안을 홍보하는데 약 5억 이상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장세한 의원은 문화부.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근거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번 설에 언론 관련 홍보물을 총 100만 부 제작했고 5억3600만 원을 지출했다. 문화부의 경우 언론법 관련 홍보책자로 △정기간행물 '코리아포커스' 10만 부(1억8천만 원), △'미디어발전법안이 필요한 이유' 전단지 10만 부(2300만 원), △'설 고향 가는 길' 책자 50만 부(2억8천만 원)를,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 빅뱅, 지금 우리가 준비할 때입니다' 홍보물 30만 부(5300만 원)를 제작했다"는 것.

'4대강 살리기' 팜플렛, 여론조사 12항목 중 유리한 1항목 만 사용

한편, <4대강 살리기>사업의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맑은 강물, 청정 자연, 우리의 미래 4대강 살리기> 홍보물 47만부를 제작, 설 연휴 동안 배포했다고 한다.

몇몇 언론에서 보도된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 17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낸 <보도자료:정부발표 일자리 창출 턱없이 과대포장>에는 '정부의 거짓말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 2월 17일 <보도자료>
민주당 이용섭 의원, 2월 17일 <보도자료>

주요내용을 보면 "지난 1월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홍보 책자(「4대강 살리기」, 42만부 제작)를 제작했는데 혜택을 보는 해당 지역 주민들만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찬성률이 높다고 홍보했으나 12개 항목 중 정부에 유리한 1개 항목만을 발표했다"는 것.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전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당지역 주민들도 4대강 사업이 생태계 복원(32.9%)이라는 정부 주장보다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55.7%)을 더 신뢰하고 있었으며,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무관하다는 주장도 신뢰하지 않는다(58.4%)는 응답이 신뢰한다(26.5%)는 응답의 2배가 넘었다"고 한다.

국민여론 과반수 이상이 이 사업에 대해 '환경적 측면', '대운하 연관성'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이고 있는 사실은 뺀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 '짜집기 편집'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연구소, '의도적 질문' 찬성여론 유도

어디 이뿐인가? 지난해 12월 16일 영남권 3개시도 연구원(부산발전연구원, 대구경북발전연구원,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영남권 주민과 전문가들은 친환경적 낙동강 물길 살리기 희망>의  주요내용은 "영남권 주민의 75%이상이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조사는 지난 11월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영남권 성인남녀 1,083명을 상대로 전화조사, 대학교수 202명, 관련업체 전문가 109명은 면접조사한 것이며, 낙동강 물길살리기 사업에 대해, "일반 시도민의 75.1%(매우 바람직 36%, 바람직 한 편 39.1%), 대학교수와 관련업체 전문가의 76.5%(매우 바람직 21.5%, 바람직한 편 55%)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질문문항이었다. 해당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매년 반복되는 낙동강의 홍수피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만성적인 수량부족, 그리고 수질오염으로 훼손된 생태계 복원 및 안정적 상수원 확보를 위하여 낙동강 물길 살리기를 추진할 경우, 이러한 목적의 낙동강 물길살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시 이를 취재한 CBS 노컷뉴스는 이 문항의 타당성과 관련 학계에 의뢰했고, 부산대 사회학과 김희재 교수, 경남대 심리사회학부 고재홍 교수 등은 "낙동강 물길살리기에 대한 찬성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 "편파적이고 질문자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설문조사"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무리한 정책홍보에 지친 관계 기관도 문제지만, 이를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은 더욱 힘들다. 하지만 부실한 정부정책, '억지 홍보'를 위한 예산 낭비를 외면하는 지역언론 독자의 마음은 더욱 막막하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9]
글.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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