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밟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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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완(대구DPI)..."국가인권위 축소, 장애인은 이제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행안부 "국가인권위 축소, 지역사무소 폐쇄"

2008년 1월 인수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직 속으로 둔다는 내용을 발표 했다가 여론에 밀려 포기하더니, 급기야 지난 해 가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인원을 축소하고 지역사무소를 폐쇄하겠다는 행정안전부의 계획이 실무자의 선에서 나왔다. 당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입장이였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입에서 인권위의 인원 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쇄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정사실화 시켰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인권위원회에 정식으로 통보하였다.

우리들은 올 초까지만 해도 이러다가 여론에 밀리면 지난 번 인수위 때처럼 말겠지 싶었는데, 모든 것이 현실화 되면서 눈 앞이 깜깜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이 문제를 어떻게 원점으로 돌려야 할 지 정말 대책이 서지를 않고 있다. 정부를 향한 싸움이라는 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상대가 너무나 크다.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해버려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특히 지역에서 서울까지 오가면서 집회를 해야 하고, 경제적 문제나 인원 동원 등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역사무소, 소수 약자의 기쁨과 희망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국가인권위회 지역사무소가 광주.부산에 만들어졌을 때 부럽기도 했다. 대구에도 빨리 만들어져 지역에서 장애인의 차별받는 인권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싶었다. 그런데, 지난 2007년 드디어 대구에도 지역사무소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지역에서 차별받는 소수의 약자들에게는 참으로 기쁨과 희망이였다.

지역사무소가 만들어지고 대구지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 진정사건들이 참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무궁화호 열차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탑승시킬 수 없는 철도공사의 규정을 ‘차별’이라는 내용으로 진정한 사건은 대구지역 뿐만 아니라 전체 장애인의 권리를 되찾아준 사건이였다.

무궁화호, 대구시의회...지역사무소 없었다면?

또, 대구시의회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1층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해 ‘장애인편의시설 미비’로 진정을 했고, 시의회는 지난 해 연말에 엘리베이트를 비롯한 편의시설를 설치해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약자들에게도 대구시의회를 이용하는데 많이 편리함을 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작은 권리를 찾아주는데 큰 역할을 한 기관이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다. 이런 지역사무소의 폐쇄로 소외받고 힘 없는 자들의 작은 권리마저 빼앗아 가버린다면 어디에서 권리를 호소하란 말인가?

장애인이 서울 가기란...

지역사무소가 폐쇄되면 정말이지 서울까지 올라가 진정을 해야하고 경제적인 면과 시간적인 손실은 이루 말을 할 수가없다. 특히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경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이동편의가 아무리 편리해졌다고 할지라도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고 억울하게 차별받는 문제들이 묻혀버리게 될 것이다. 약자들의 인권이라는게 경찰이나 검찰,법원에서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 폐쇄 반대와 독립성 보장을 위한 대구경북공대위 결성식(2009.3.5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 / 사진.남승렬 기자)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 폐쇄 반대와 독립성 보장을 위한 대구경북공대위 결성식(2009.3.5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 / 사진.남승렬 기자)

ICC 부의장국의 망신

우리나라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있는 ICC(국제인권기구)의 부의장국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의장국이 교체되는데, 대륙간 순환에 의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의장국을 맡게 되며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인권위원회를 축소하고 지역사무소를 폐쇄한다면 국제사회의 망신일 뿐 아니라 의장국은 어림도 없는 소리가 될 것이다. 부디 정부가 인권위 축소와 폐쇄를 무효화하고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아 국제사회  인권외교에서 높은 리더쉽을 발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구, 2008년 3천여건 상담.진정

대구지역사무가 얼마나 지역민들 가까이에서 인권을 위해 노력했는지 살펴보면, 지난 한해동안 인권상담과 진정접수가 총 3.068건이었다. 조사관이 연 평균 약 440여건을 처리했고, 구금 및 보호시설을 927회 방문해 인권상담을 했으며, 인권교육과 지역민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해 음악회 등 여러문화행사를 통해 정보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작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라 지역에서 장애인차별에 관한 진정사건이 많이 이뤄지는 등 지역사무소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렇게 볼때 인권위 조직의 30% 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쇄는 어불성설이다.

인권을 밟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

행정안전부가 인권위 축소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정말 힘든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에서는 대정부 투쟁의 고삐를 놓치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는 지난 주부터 행안부에 올라가 기자회견과 면담, 선언대회 등을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루 속히 정부가 축소방안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떨어진 우리나라의 인권을 되찾아오기를 바란다. 경제 살리기도 좋지만 인권을 밟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





[기고]
육성완 / 대구DPI(장애인연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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