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인권위 독립성 노골적으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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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조직 21.2% 축소, 지역사무소 존폐 여부 1년 유보>
권혁장 대구사무소장 "반발 무마용, 선심 쓰듯..조직진단 본 적 없다"

권혁장(41) 대구사무소장
권혁장(41) 대구사무소장

행정안전부가 최종 통보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방안에 대해,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권혁장 소장은 "권한 밖까지 손대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인권위가 행안부 소속 기관도 아닌데 조직체계와 사람 숫자까지 개입하는 건 월권"이라며 "인권위 독립성을 노골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지난 20일 내놓은 최종안에서, 국가인권위 정원과 조직을 현재 208명에서 164명으로 44명(21.2%) 줄이고 5본부 22팀 4소속기관을 1관 2국 11과 3소속기관으로 바꾸도록 했다.

 

또, 대구.부산.광주에 있는 지역사무소는 1년 뒤 조직진단을 거쳐 존폐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이같은 축소 방침은 기존 '30% 축소, 지역사무소 폐지' 보다는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권혁장 소장은 "행안부가 선심 쓰듯 축소안을 내놨지만, 지역사무소를 비롯한 조직축소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이번 행안부 최종 방안에 대한 권 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지역사무소 폐지가 유보됐다. 어떤가?
= 다행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지역사무소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행안부가 마치 선심쓰듯 축소안을 내놨지만, '1년 유보'는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전국의 반발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국가인권위가 행안부 소속 기관도 아닌데, 행안부가 나서 조직과 체계를 바꾸겠다는 시도 자체가 월권이며 권한 밖까지 손대는 것이다.

- '조직진단'을 거쳐 1년 뒤 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 행안부가 그동안 '조직진단'을 했다며 국가인권위 축소를 주장하는데, 국가인권위 그 누구도 행안부의 조직진단 내용을 본 사람이 없다. 실제로 조직진단을 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행안부가 '조직 축소'라는 틀을 짜놓고 논리를 끼워맞추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행안부와 국가인권위가 공동으로 '조직진단'을 하면 모를까, 행안부 단독으로 '조직진단'은 신뢰할 수 없다.

- 행안부가 '조직축소' 최종안을 내놨다. 대구는 어떻게 되나?

= 전체 조직이 21.2%나 축소된다면 지역사무소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대구사무소 정원은 6명이고 파견공무원 1명까지 포함해도 7명이다. 축소안이 원안대로 결정되면 전체 인원 배치가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내부 인원도 줄어들 수도 있다. 인원이 줄으들면 사업과 예산도 줄어든다. 그동안 열흘 안에 했던 일들이 보름까지 밀릴 수도 있다. 영향이 크다.

- 행안부의 '장애차별조사과' 신설 방안은 어떤가?
= 국가인권위가 이미 예전에 신설 방침을 세웠고 증원하기로 했던 내용이다.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행안부의 안을 보면 인원증원은 없이 과를 신설하는 것이다. 때문에, 장애차별개선은 도모할 수 있을 지 모르나 다른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업무대응은 후퇴하게 된다. 업무와 관련한 조직체계 개편은 국가인권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이를 행안부가 신설해라 폐지해라 하는 것은 독립성 침해다.

- 행안부의 직제 개편안은 어떤가?
= 근본적으로 행안부가 국가인권위의 조직과 체게도까지 바꾼다는 것 자체가 월권이다.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조직적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조직과 체계는 일에 따라 바꾸는 것이지, 행안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 국가인권위와 행안부가 '협상'할 여지는 없나?

= 그동안 행안부가 '축소'방침을 내놔도 국가인권위가 공식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행안부 실무자 선의 얘기였기 때문에 국가인권위가 개입할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행안부가 '최종안'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인권위를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오늘(3.23) 열리는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 결론에 따라 어떻게든 다시 얘기되지 않겠나.

한편, 국가인권위는 23일 오전 전원위원회를 열고 "행안부의 조직축소 방침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독립성'의 심각한 훼손"이라며 "일방적인 국가인권위 조직축소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안부는 자체 조직진단 결과를 갖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떠한 분석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조속히 조직진단 결과를 제시하고 인권위와 함께 타당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의 조직축소 강행 방침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 의견표명

<  09.3.23. 긴급 전원위원회 개최 결과 요약 >

  -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은 일방적인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축소 방침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 조직개편의 시기, 절차, 범위는 인권위의 자율적 판단에 기초하여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결정되어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안전부의 일방처리 방침에 반대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직제령 개정절차는 유보되어야 한다.
  -  합리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장과 국무총리 및 행정안전부장관의 긴급 면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국가인권위 조직축소 방침 철회를 강력히 요청하며,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신속히 직제령 개정절차를 유보할 것을 요청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이래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가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유엔의 파리원칙 등 국제인권규약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독립성’의 심각한 훼손이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8조를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 직제를 조정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직제변경 권한 행사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실질적 독립성을 침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2001년 출범 당시부터 중요한 사안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야를 초월한 정당 및 시민사회의 총의에 따라 행정부가 임의로 관여할 수 없는 독립기관으로 탄생했다. 독립성은 지난 8년간 국가인권위원회가 본연의 기능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전체 진정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을 위한 필수적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입법․행정․사법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임에도, 범정부적 국가 시책에 동참할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사원의 조직체계 재정비 권고를 대승적으로 수용했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국가인권위 조직과 인력 실태를 점검했으며, 행정안전부가 요구한 대국대과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독립성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행할 의지가 있음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는 자체 조직진단 결과를 갖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떠한 분석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책임있는 정부기관의 태도라 볼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조속히 조직진단 결과를 제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타당성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국가인권기구의 3대 기능(조사, 정책, 교육홍보)을 무시하고 있다. 1개 본부에서 각각 수행하던 정책과 교육업무를 각 1개과 수준으로 축소해 업무 공백이 예견된다. 정책 업무가 마비된다면 국가인권정책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중단된다. 인권교육이 축소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인권의식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힌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축소는 한국이 국제인권 분야에서 공들여 쌓아올린 성과를 일거에 허무는 것이다. 한국은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재선된 나라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부의장국이자 내년 초 의장국 합의추대가 유력한 국제사회의 역할 모델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1년 사이 두 번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훼손을 우려해 긴급 서한을 발송한 까닭이 여기 있다. 국정과제로 인권외교 강화를 내걸고 국가브랜드위원회까지 만들어 국가의 품위를 높이고자 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축소는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간 대화와 설득을 통해 조직개편 논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안전부가 그동안 각계의 의견 등을 반영해 노력을 기울여온 것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실례로 지역사무소를 1년간 존치한 뒤 조직진단을 통해 존폐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행정안전부의 방침은 지역사무소의 필요성 및 지역사회의 인권상황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직개편 강행 처리를 통보한 지금의 상황을 우리는 매우 중대한 사태로 규정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장이 ICC 총회 참석까지 취소하며 긴급 전원위원회를 소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인권기구의 생명이라 할 독립성이 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요청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들은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등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 왔으나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침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한다. 인권위원들은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 등의 선출과 지명을 거쳐 임명됐다는 점에서, 오늘 전원위원회의 의견은 3부의 의견을 고루 반영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결정이다. 모쪼록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인권위 조직축소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풀어가는 잣대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적 위상을 다시금 명확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기구의 위상이 훼손되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여기며, 향후 국가인권위원회 조직개편은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절차와 과정의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천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침해라는 비상한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있는 대처를 주문한다. 또한 합리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장과 국무총리 및 행정안전부 장관의 긴급 면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2009년 3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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