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텃밭'에서 나눔과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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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 주말농장 무료분양.."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보람"

행복텃밭에서 씨앗을 뿌리는 최경순(50.오른쪽)씨와 딸 장선아(25)씨(2009.4.3 수성구 가천동 / 사진.남승렬 기자)
행복텃밭에서 씨앗을 뿌리는 최경순(50.오른쪽)씨와 딸 장선아(25)씨(2009.4.3 수성구 가천동 / 사진.남승렬 기자)

- "열무 씨앗 색깔이 보라색이란 건 처음 알았네. 신기해. 엄마, 씨앗 이 정도 뿌리면 돼?"
= "열무는 엄청 잘 자라거든. 너무 많이 뿌리지 않아도 돼. 그리고 너무 깊이 묻지는 말고 살짝만 묻어"

3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가천동의 한 농장. 주부 최경순(50.수성구 시지동)씨와 딸 장선아(25)씨는 목장갑을 끼고 바지를 걷은 채 씨앗 파종에 한창이다. 최씨가 가래를 이용해 밭이랑을 내자, 딸 장씨가 열무 씨앗을 한 움큼 쉬고 씨를 뿌린다. 씨 뿌리기를 마치자 모녀는 손톱 두께만큼의 흙을 덮고 이랑을 '탁탁' 두드린다.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이날 모녀의 모습은 '도시농부'였다.

친정이 충남 금산군의 한 시골마을이었다는 최씨가 말했다.
"어릴 적 집안 농사 거들 때 생각도 나고 참 좋아요. 특히 우리 손으로 수확한 신선한 야채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먹을 수 있어 보람도 느낄 수 있고요. 무엇보다 삭막한 도시생활에 젖어 살다가 신선한 바람도 맞을 수 있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대구에서 자라 농사일을 거들어 본 적이 없다는 딸 장씨는 "텃밭을 가꾸며 엄마와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도심에서는 접하기 힘든 시골풍경을 볼 수 있어 기분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팥씨를 뿌리던 김충목(67.여.수성4가)는 "(텃밭을) 가꾸면 재미있어. 비 온 뒤 올라온 싹들을 보면 꼭 애기를 보는 것 같고... 주말농장에 오면 마음도 비울 수 있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지. 참 좋아"라고 했다.

밭이랑에 물을 주던 한 장애인은 "비록 몸이 좀 불편하지만 텃밭을 가꾸는 동안에는 자유롭다"면서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가꾸는 농장은 '수성구 행복텃밭'이다.

행복텃밭
행복텃밭
행복텃밭은 수성구청이 펴는 '행복한 수성구 만들기' 사업의 한 고리다. 지난 2004년 수성구청이 대구시 동구 구암마을에 1천600여㎡를 임대해 장애인 세대 50가구에 무료로 분양하면서 처음 시작돼 6년째 이어오고 있다.

텃밭이 너무 멀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지난 해 3월부터는 수성구 가천동에 텃밭을 임대, 장애인 세대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올해도 같은 부지에 2천600여㎡의 농장을 임대해 67가구에 각각 33㎡ 정도의 텃밭을 나눠줬다.

 

수성구청은 장애인 참여와 나눔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행복텃밭의 의미를 찾고 있다.

행복텃밭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4월부터 상추, 쑥갓 등을 파종한 뒤 오는 5월에는 고추 모종을, 8월에는 김장 배추와 무를 각각 파종한다. 특히, 수확된 야채는 오는 11월 복지관을 통해 수성구 관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또, 배추와 무 일부는 연말 수성구청 '김장 나누기 행사' 때 무료로 기증돼 지역 저소득층 세대에 나눠줄 계획이다.

수성구청 주민복지과 강천중 장애인복지담당은 "주말농장 형식으로 텃밭을 임대해 주민에게 무료로 분양한 지자체는 전국에서 수성구가 처음"이라면서 "참여하는 주민 모두 농산물을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며 기쁨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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