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설레는 남북의 만남"

평화뉴스
  • 입력 2004.06.18 00: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6.15 민족대회를 다녀와서 >- 김두현
..."달구벌에 다시 한번 북녘의 함성을 !"


설레는 출발, 그리고 비디오 테잎

몇차례의 만남으로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늘 첫만남의 설레는 가슴을 안고 인천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14일 오후 내내 인천에서 열리는 ‘6.15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북에 뭘 전달할까 고민하다, 작년 대구에서 열린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기간의 아리랑 응원단 활동과 북측응원단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전해주기로 마음 먹고 비디오테잎을 넘겨받았다.

그런데 1개밖에 없는 원본이라 복사하기 위해 대구 교동의 전문가게를 찾았다. 그러나 남과 북의 재생방식이 달라 단순복사가 아니라 전환복사를 해야 했다. 다시 말해, 남쪽의 비디오테잎을 가져가봤자 북쪽 비디오에서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북의 테잎을 가져왔을때도 마찬가지이다. 남과 북의 통일에서는 이러한 생활적이면서 기술적인 부문까지도 하나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남과 북의 만남에는, 그리고 통일에는 열정과 더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6.15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서 만난 한 북한 동포와 함께...(사진 왼쪽이 김두현씨)
'6.15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서 만난 한 북한 동포와 함께...(사진 왼쪽이 김두현씨)
이번 행사는 14일에는 환영만찬이 15일에는 개막식과 체육오락대회, 남북합동예술공연, 16일에는 남북합동마라톤대회, 폐막식과 강화도 기행, 그리고 환송만찬, 17일은 귀환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환송만찬에 배정돼 15일에야 북측 동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를 더 기다리기에는 애가 탔다. 환영만찬이 열리고 있는 인천시청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북측동포들을 만났다. 낯이 익은 얼굴도 눈에 띄었다. 얼른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북에서의 남북공동행사에서 얼굴을 익혔던 북측 동포를 남에서 만나니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화와 통일의 마음으로 하나된 인천

2002년 부산에서, 2003년 대구에서 남과 북의 작은 통일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통일의 만남을 이룬 것이다. 남과 북은 한목소리로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을 외쳤다.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으로 형성된 남과 북의 새로운 관계는 이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나갈 만큼의 힘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인천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서 증명이 되었다.

인천의 행사는 일부 민간단체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인천시청이 공식적으로 함께 했고 인천지역의 수많은 시민단체가 준비했다. 또한 거리거리에는 북녘동포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그야말로 수도 없이 걸려 있었다. 청년단체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고 우리가 보수적으로 알고 있는 여러단체들의 환영현수막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러 재청을 받은 중앙문화회관 소조원 리영애씨(사진.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러 재청을 받은 중앙문화회관 소조원 리영애씨(사진.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인천지역 전체가, 인천 시민 모두가 6.15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를 계기로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 것이다. 이것은 15일 저녁 야구장에서 열린 우리민족자랑예술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일단체는 물론 인천시민 2만여명이 야구장을 가득 메운 것이다.
그리고 북녘대표단이 들어올 때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 남과 북이 함께 부른 ‘직녀에게’와 ‘심장에 남는 사람’은 그야말로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별이 너무 길었고 60여년만의 만남이었고 비록 3박4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인천시민들에게 북녘동포들과의 만남의 심장에 깊이 깊이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요, 통일로 가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는 좀더 대담하게 만나야.

통일시대는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낡은 법과 제도가 우리의 만남의 감동을 반감시키고 있었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남과 북의 만남에 참가할 수 없는 단체와 사람을 만들고 있었고 마라톤 경기 역시 대표단과 일반시민이 두 번 출발하는 어색한 행사가 되었다. 또 공연에서 부를 노래 가사를 두고 남과 북의 실랑이로 인해 15일 열린 남북 대표단의 체육오락경기의 재미와 감동을 반감시켰다.

물론, 남과 북의 만남에는 여전히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60년을 기다렸는데 순간의 조급증으로 인해 활짝 열린 통일시대의 문을 다시 닫게 하는 우는 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좀더 과감하게 남과 북이 만나야 한다. 남도 변하고 있고 북도 변하고 있다. 남은 이제 북더러 자꾸 변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통일시대에 걸맞는 제도와 법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물론이고 남과 북의 경제협력을 좀더 과감할 수 진행할 수 있도록 17대 국회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남과 북이 자주 만나 제도와 법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분단의 장벽을 걷을 수 있도록 교류활성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만남이 잦으면 신뢰도 깊어지는 법

16일 저녁 만찬에서의 2시간동안의 만남으로 이번 행사의 아쉬움을 달래었다.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눈 김형직 사범대학 2년 ‘리정화’동무를 다음에는 평양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16일 밤 늦게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싣었다. 눈을 감으며 올 여름 대구에서 다시 그들을 만나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유니버시아드 1주년 기념행사에 북녘동포들을 다시 초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대구시민들과 함께 작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때 목이 터져라 함께 외쳤던 ‘우리는 하나다’라는 함성이 달구벌에 울려퍼지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지고 또 다졌다.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