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혈액순환을 노래하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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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된 의대 동기들의 특별한 30주년..."이제 비로소 천명을 받들다"


"아로사긴 상아와 유한의 층계로는 미치지 못할 / 구름의 사다리로, 구름의 사다리로 / 보다 광활한 영역으로 나는 떠나련다 / 싸늘한 증류수의 시대여 / 나는 나의 우울한 혈액순환을 노래하지 아니치 못하련다 / 날마다 날마다 아름다운 항거의 고요한 흐름 속에서 / 모든 약동하는 것들의 선율처럼 / 모든 전진하는 것을의 수레바퀴처럼 / 나와 같이 노래할 나의 옹호자들이여 / 나의 동지여, 오오 나의 진실한 친구들이여" - 한 맺힌 80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 이듬 해에는 푸른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파랑새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1980.12.26 ('학창시절의 빛바랜 노트'. 한동로. 책 46-47쪽 / "아로새긴...친구들이여" 부분은 김현승의 '옹호자의 노래' 전문)

 

1979년 의과대학에 입학해 올해로 30년.
요즘 같은 '새내기'가 아닌 'Freshman'으로 불린 그들은 올해로 쉰 살.
하늘의 뜻을 깨달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 나이가 됐다. 그리고 30년 기억을 더듬어 <이제 비로소 天命을 받들다>라는 이름으로 172쪽의 사진.산문집을 펴냈다.

단지 '그들만의 추억'은 아니다.
유신시대 종말이 기다리던 1979년에 봄에 입학한 그들이 겪은 '시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들은 <잔인했던, 추웠던, 궁핍했던 시절의 낙서>라는 이름으로, 당시 조선일보 1면을 장식한 ▷박정희 대통령 유고(79.10.27자), ▷정승화 계엄사령관 연행(79.12.14자), ▷정치활동 일체 금지(80.5.18자), ▷김종필.김대중씨등 26명 연행(80.5.18자 호외) 기사도 찾아 실었다.

<조선일보> 1979년 10월 27일자(왼쪽) / 1979년 12월 14일자 (책 42-43쪽)
<조선일보> 1979년 10월 27일자(왼쪽) / 1979년 12월 14일자 (책 42-43쪽)
 1980년 5월 18일자(왼쪽) / 1980년 5월 18일 조선일보 호외 (사진.산문집 49-50쪽)
1980년 5월 18일자(왼쪽) / 1980년 5월 18일 조선일보 호외 (사진.산문집 49-50쪽)

그리고 '한 맺힌 80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에 쓴 동문의 시를 비롯한 몇편의 글을 실었다. 이 글들의 제목 역시 '독백', '학창시절의 빛바랜 노트', '80년, 추웠던 겨울의 낙서', '군사우편'으로 그 시대를 담고 있다.

이들 동문은 '30주년'을 맞아 모교 의과대학에 '천인지천(踐仁知天)'이라 쓴 휘호도 전한다. "의대 구성원 모두가 인술을 실천함으로써 하늘의 뜻을 깨닫자"는 뜻으로, 입학 30주년이 되는 올해가 대부분 知天命의 나이인 50살에 접어든 동기생들에게 "의사로서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도 계속 참의술을 실천함으로써 천명을 받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천인지천(踐仁知天)..."인술을 실천함으로 하늘의 뜻을 깨닫자" /호태왕비체(광개토대왕비체)
천인지천(踐仁知天)..."인술을 실천함으로 하늘의 뜻을 깨닫자" /호태왕비체(광개토대왕비체)

서체는 예서체에 근간을 둔 호태왕비체(광개토대왕비체)로 했다. "동아시아를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기개와 위용을 이어받아 국지적 의료를 넘어 보편적 인류애를 실천하는 의료인으로 거듭나자"는 뜻이다.

30년 전, 이들은 '의대생'으로 만났고 50살의 지금은 '의료인'으로 산다. "아직 등에 진 짐을 내려 놓기엔 이르다"는 이름으로 그 시절의 '추억'도 사진으로 담았다. 축구시합을 마친 뒤 어깨걸고 찍은 남학생들, 밀양 야유회 장기자랑하던 여학생들 사진, 아련한 옛 교정과 잔디밭에 뒹굴던 친구들, '병영' 가는 친구에게 쓴 연애편지까지..."귓도리 소리 한잔, 별빛 한잔, 내음 한 잔 도합 석잔 올리니 취하지 말고 잘 마셔(취해도 좋음)".

"서로 부닥치며 어깨를 걸어야 했습니다" (1979.4.축구시합 마친 뒤) / "얄궂은 짓들을 하면서 키득" (1979.4. 밀양 야유회)
"서로 부닥치며 어깨를 걸어야 했습니다" (1979.4.축구시합 마친 뒤) / "얄궂은 짓들을 하면서 키득" (1979.4. 밀양 야유회)

그리고 '의대생', 흰 까운을 차려입고 해부학 실습을 하던 기억... "주검을 만지고서야 비로소 의과대학생이 되었음을 절감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天命을 받들다>라는 이 책은 '기억'과 '천명'을 서문에 담아 30년과 50살을 새긴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30년의 기억은 앞으로 또 살아야 할 그만큼의 세월을 버티어낼 수 있게 하는 '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30년을 기억하라 함이 바로 하늘의 명(天命)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30주년을 기억하는 이들은 영남대학교 의대 1회 동기회.
1회 동기회(회장 김진국)는 '의과대학 개설 30주년'과 '입학 30주년'을 기념해 사진.산문집을 펴냈다. 그리고 5월 16일 저녁 '모교 방문의 날' 행사를 갖는다. 이 자리에는 1979년 입학한 1회 동기회와 2009년 입학한 의예과.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전원이 만난다. 또, '30주년'을 기억하며 1회 동기들이 모은 1억원의 학교발전기금과 '踐仁知天' 휘호를 모교에 전한다.

"귓도리 소리 한잔, 별빛 한잔, 내음 한 잔 도합 석잔 올리니..." (책 165쪽)
"귓도리 소리 한잔, 별빛 한잔, 내음 한 잔 도합 석잔 올리니..." (책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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