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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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 "파란만장..정치적 죽음..마지막 저항..착잡하고 안타깝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 23일 오전, 대구지역 시민들 표정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이었다.
그리고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상도 정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안까움의 의미가 많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안타까운 현실'에는 공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23일 낮, 오가는 시민과 전화통화로 물어봤다. 주말이라 통화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단체 입장'을 고려해 '비보도'를 전제로 몇마디 건넨 사람도 있었다. 학계와 전문가 역시 "조심스럽다"고 했고 "내 이름은 빼달라"며 솔직한 마음을 전한 사람도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동구 신천동에 사는 이모(41)씨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왜 눈물이 났느냐는 물음에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났다"고 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가 너무 갑갑하다"고 말했다.

중구 동인동에서 가게를 한다는 박모(45)씨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가겠어요"하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참 안됐네요.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라며 혀를 찼다. 수성구 수성동에 사는 60대 김모씨도 "암만 그래도 그렇지, 저래 죽으마 우야노. 사람 인생이 참 허무하다"고 했다.

동구 지묘동에 사는 유모(37)씨는 "참 파란만장하게 살았는데..권력, 진짜 부질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노무현, 나름대로 의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저래 갑자기 가 버리니..슬프고 착잡하다"며 "한국이 싫다. 떠나고 싶다"고 했다. 동구 신암동에 사는 김모(38)씨도 "할 말이 없다. 슬프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말하고 싶지도 않다. 진짜 떠나고 싶다"며 전임 대통령이 '자살'하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

"아!...분노와 자책"

시민단체 사람들 역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대구장애인연맹(DPI) 육성완 대표는 23일 낮, 평소 쓰는 네이트(NATE) 대화명을 '아!'라는 한 글자로 바꿨다. "아, 가슴이 답답하고 다른 말이 생각이 안난다. 뭐라고 말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대통령 됐을 때 노무현 그 사람에게 많은 기대를 했고, 검찰 소환 중에도 나름대로 기대를 가졌는데..."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도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참여정부 5년, 노무현 정치인생, 노무현이란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 된 것 자체가 의미 있었는데...참 그렇다. 마지막 자존심인지, 도덕적 죄책감인지...분노와 자책이 몰려왔지 않았겠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도 "아직은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검찰의 지나친 수사에 압박을 받지 않았겠나. 할 말이 없다. 조심스럽다"고 했다. 대구시민센터 윤종화 사무처장도 "할 말이 없다.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시간이 좀 지난 뒤에.."라고 말을 아꼈다.

"정치적 죽음...마지막 저항"

교수와 전문가들 역시 "할 말이 없다"고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인'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는 우리 정서도 배어났다. 그래도 '익명'을 전제로 한 2명은 '정치적 죽음', '마지막 저항'이란 표현을 썼다.

A씨 : "노 전 대통령 자살을 '정치적 죽음'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자책도 있겠지만 '판단'도 하지 않았을까. 사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정치화 돼 있었고 정치적 판단 만 있었던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게 한국정치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들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나. 잘 모르겠다. 말 하기 조심스럽다"

B씨 : "마지막 저항 아니었겠나. 죄책감도 들었을 것이고,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계속 검찰과 법정을 오가야 하는 게 수치스러울 것이고 그 자체가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다른 정치적 사안과 다른 '뇌물' 사건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 있다. 누구 탓을 할 수 있겠나.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참여정부 초기 '대북송금' 문제로 DJ나 원로들과 척을 지게 됐고 '386'만으로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고 어이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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