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바가지 쏟았더니 완전 대박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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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상 받는 구은주(23)씨..'틈세'서 6년째 도움.."봉사요?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

구은주(23)씨
구은주(23)씨
그녀와 이름이 비슷한 TV 드라마 속 캐릭터와 무슨 사이냐고 농담 삼아 묻자 "어, 그 사람이 누구에요?"라고 오히려 되묻는다. 일명 '막장드라마'로 불리며 유명세를 탄 '아내의 유혹'도 모른단다.

오락프로 '라디오스타'에서 MC들이 게스트에게 '공식질문'을 하는 것을 본 따 "구은주에게, 봉사란?"하며 질문을 던지자 오히려 "그게 뭐에요?"라고 한다. 그 또래들에게 흔하게(?) 있는 '남친'도 없단다.

"텔레비젼을 원래 잘 안봐요. 몰라서 죄송해요.(웃음) 나름 공부하고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바로 잠들어요. 남친도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뭐 별로...(웃음)"

학생들 돕는 봉사 6년...청소년 대상 장려상 수상

연방 꺄르륵하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 구은주(23.여.대구시 동구 신암동)씨. 구씨는 대구에서 어려운 중고등학생을 돕는 활동을 6년째 하고 있다. 이 같은 봉사활동으로 그녀는 오는 28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리는 '제5회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 행사 때 제21회 청소년 대상 선행부문 장려상을 받는다.

25일 저녁, 구씨가 봉사활동을 하는 대구시 동구 신암동 '틈세청소년학습문화공동체'(틈세)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봉사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첫 마디는 "딱히 잘 한 것도 없는데 인터뷰를 한다니 부끄러워요"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곧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씨가 활동하는 틈세는 '틈 사이로 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뜻의 민간봉사단체로 지난 2002년 생겼다. 이 단체는 지역 기초수급자가정, 소년소녀가장, 결손가정을 비롯해 경제적 여건으로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또,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연기 지도 등 다양한 문화활동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경북대와 영남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생들로 이들은 틈틈이 시간을 내 이 곳에서 무료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학생 선생님 50여명이 70여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나에게도 좋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도 좋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 때부터 대학교에 가면 꼭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틈세 홈페이지
틈세 홈페이지
구씨는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었던 지난 2004년 틈세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04년 3월 영남대 교내방송에서 봉사단체인 틈세가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구씨에게 그 방송은 하나의 '기회'였고 그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2004년 틈세의 문을 두드린 구씨는 그때부터 일주일에 3번씩 틈세를 찾아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또, 뮤지컬 연기 안무지도 등 학생들에게 문화예술활동을 돕는 활동을 해왔다. 청소년들에게 급식을 주는 '엄마' 역할도 구씨의 몫. 틈세뿐만 아니라 달서구 '작은세상학교'와 북구 '칠성동 청소년공부방' 등을 돌며 청소년들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고 있다. 맛있는 밥을 해주기 위해 지난 2005년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땄다.

청소년 복지에 관심이 많아 전공도 바꿨다. 청소년 복지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2006년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그만 두고, 고민 끝에 2007년 한국디지털대 청소년학과로 진로를 변경,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를 쉴 때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진로의 변경, 쉽지 않을 도전이었을텐데 그 강단(剛斷)이 궁금했다.

'몸치'인 그녀가 안무를 가르치는 까닭

"제가 좋아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힘들게 지내는 학생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럴려면 그 쪽(청소년 복지)일을 더 많이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했죠. 지금도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그들에게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는걸요"

구씨는 뮤지컬과 '안무'에도 관심이 많다. 해마다 틈세가 여는 '틈세청소년문화축제'의 뮤지컬 안무를 짜고 공연을 기획하는 일도 그녀 봉사활동의 한 부분이다. 자신도 '몸치'지만, 학생들과 함께 안무를 짜고 '큰 공연'으로 사람들에게 선을 보일 때면 그 때만큼 보람을 느낄 때가 없단다.

"어렵고 소외된 학생들도 공연무대에 한번 서게 되면 자신감을 찾는 것 같아요. 그 무대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주인공이니깐요. 땀과 눈물로 학생들을 무대에 세울 때가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속상한 일도 많았죠. 대학교 강의실을 돌며 축제 티켓을 파는데 잡상인 취급을 하는 거에요. 우린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비춰져 서러운 마음에 강의실에서 눈물 한 바가지 쏟았죠. 근데 그렇게 우니깐 그날 티켓 판매는 완전히 대박났죠(웃음)"

꿈을 물어봤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녀가 "글쎄요"란 짧은 말과 함께 쉽게 대답을 못한다. 하지만 곧 "충실한 삶, 그 자체가 꿈"이라고 말한다.

구은주에게 봉사란? 희생이 아닌 삶의 일부

"공연 연출가도 되고 싶고 복지에도 관심이 많고... 그런데 딱 정해진 꿈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본보기가 될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정도?(웃음) 꿈이라고 하면 흔히 '~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전 그것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는 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주어진 일과를 충실히 살면 바라는 것 모두 이뤄지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그에게 '공식질문'을 해봤다. "구은주에게 봉사란?" "봉사란 선택이 아니라 제 삶의 일부, 그리고 희생이 아니라 살면서 당연히 해야 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 그녀가 또다시 꺄르륵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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