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께 묻습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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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22주년> 대구 1000여명 문화제.."가슴에 새기며 MB정권 반드시 심판하자"


6월 항쟁 22주년 대구시민문화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저녁 7시.
무대 옆에서 개회를 준비하던 사회자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사무국장에게 10대 청소년 4명이 다가왔다. "저도 누군지 모르는데요, 갑자기 청소년들이 무슨 시국선언을 한다고 해서...".

이렇게 무대에 올라온 4명은 "국민을 억압하고 지배하려 하는 현 정권에 대한 청소년들의 입장"이라는 제목과 함께 A4지 한쪽이 넘는 그들의 '입장'을 또박또박 읽어갔다. 초여름 초저녁, 대구백화점에 모인 사람은 아직 200여명 남짓, 애띤 얼굴의 당찬 목소리에 박수를 보냈다.

대구지역 중고등학생 4명이 <국민을 억압하고 지배하려 하는 현 정권에 대한 청소년들의 입장>이라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2009.6.10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지역 중고등학생 4명이 <국민을 억압하고 지배하려 하는 현 정권에 대한 청소년들의 입장>이라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2009.6.10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무대에서 내려오는 4명에게 학교와 이름을 물었다. 대구 000고등학교 3학년 000입니다. 000중학교 3학년 000입니다. 4명 모두 또박또박 말했다. 중학생 2명과 고등학생 2명. "이름 들어가도 학교서 괜찮아요?" 기자가 묻자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안 넣으면 안되요?". 그래도 걱정은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학교와 이름 빼고는 당당히 말했다.
"우리는 요,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라는 사이트에서 만나 나오게 됐구요, 회원은 3천2백명쯤 됩니다. 전국청소년연합이라는 단체의 대구지부 활동도 합니다. 제가 대구지부장이거든요.(쑥스러운듯)ㅋㅋ"  4명이 섞어가며 하는 말에는 애띤 10대 티가 묻어났다.

1960년 4.19때는 고등학생이, 1987년 6월에는 대학생이 거리에 나섰다. 22년이 지난 2009년, 어른들이 '항쟁'의 자리에 있다. 그 속에 눈에 띄는 학생들의 '입장'이 어른들에게 가장 먼저 울렸다.

"언론은 어떤 권력과도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을 지킨다고 배웠습니다. 진정한 통치자는 낮은 곳을 향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게 복지국가라고 배웠으며, 우리에게는 권력에 대한 저항권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배운 것들에 대해 회의감을 느낍니다. 언론은 권력에 굴복하고 촛불집회에 나갔던 청소년들은 경찰 조사를 받아야만 했고, 삼권분립이라는 말과 달리 국가의 모든 권력은 부정 세력과 뭉쳐 있습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이 공권력에 무참히 희생되고 있고, 우리는 정당성을 부여한 권력으로부터 탄압받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현 시국의 부정을 고발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거리로 나선 이유입니다..(중략)..2009년, 어른들께, 이명박 대통령께 묻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현 정권에 대한 청소년들의 입장 중에서)


그리고 "우리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정부.한나라당.검찰.조중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직간접적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라 ▶ 용산참사 희생자들에게 진심어린 애도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라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책 사업들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설득과 타협이 자유로운 공개토론을 실시하라 ▶민영화 등 부유층 만을 위한 악법 추진을 멈추라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안을 철회해 전 언론의 독점화.보수화를 중지하라 ▶국민의 정당권은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고 부당하게 연행되거나 폭력적인 진압을 당한 국민에게 사과하라.

<6월항쟁 22주년 대구시민문화제>...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2009.6.10 대구 동성로 로. /사진. 유지웅 기자)
<6월항쟁 22주년 대구시민문화제>...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2009.6.10 대구 동성로 로. /사진. 유지웅 기자)

이들 청소년의 '시국선언'에 이어 '6월항쟁 22주년 대구시민문화제'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문화제는 노래.춤 공연과 시민 발언으로 저녁 9시까지 이어졌다. 어두워지면서 사람들이 늘어나 8시쯤에는 1000여명이 광장을 빼곡히 자리했다.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장명제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 1년 만에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되돌아갔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경찰로 둘러쌓여 폐쇄적인 공안통치를 하고 절대군주로 행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대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국민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장맹제 이사장, <대구경북화물연대> 이오식 위원장, <대구MBC> 심병철 노조위원장(사진.유지웅 기자)
(왼쪽부터)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장맹제 이사장, <대구경북화물연대> 이오식 위원장, <대구MBC> 심병철 노조위원장(사진.유지웅 기자)

이어, <대구경북화물연대> 이오식 위원장은 "내가 바로 박종태"라며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이길 때까지 이명박 정권과 싸우겠다"고 구호를 외쳤다. <대구MBC> 심병철 노조위원장은 "조중동이 방송까지 갖게 되면 우리 언론은 끝"이라며 "미디어법 저지에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특히 "우리는 잘못된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고치지 못했다"며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고 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문화제에서는 이같은 시국발언과 함께, 민중가수 임정득씨의 노래와 대구경북대학생연합 몸짓패 공연, 혼성중창단 소울스윙즈, 노래패 '내가 그린', 인디밴드 '존'을 비롯한 노래.춤 공연과 카드섹션 등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특히, 대구경북대학생연합 몸짓패는 신나는 율동과 함께 '이명박 아웃'을 뜻하는 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 앞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지역 노동자 1,500여명이 "MB악법 저지, 민중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동성로를 비롯한 도심 일대에서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였다.

민중가수 임정득씨의 노래 공연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민중가수 임정득씨의 노래 공연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명박 아웃'이라는 노랫말을 랩으로 부른 대구의 한 대학생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명박 아웃'이라는 노랫말을 랩으로 부른 대구의 한 대학생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회를 맡은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사무국장이 '대구시민문화제' 개회를 알리고 있다.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회를 맡은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사무국장이 '대구시민문화제' 개회를 알리고 있다. (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경북대학생연합 몸짓패 공연(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경북대학생연합 몸짓패 공연(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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