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죽은 권력에 부관참시" 언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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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조 논설고문 "영남일보 성찰할 일 없지 않다"..."책임 외면, 화합의 자세 아니다"

<영남일보> 6월 15일자 30면(오피니언) '움부즈맨칼럼'
<영남일보> 6월 15일자 30면(오피니언) '움부즈맨칼럼'

<영남일보>가 자사 사설을 비판하며 '자기 성찰'을 강조한 칼럼을 실어 눈길을 끈다.

영남일보 박경조 논설위원은 6월 15일자 <자기 성찰 없이 신문 신뢰없다>는 제목의 '움부즈맨칼럼'을 통해 "영남일보가 성찰할 일이 없지는 않다"며 "자신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썼다.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과 서거  이후 보도 행태에 대한 '자기 비판'인 셈이다.

박경조 논설고문은 "영남일보 역시 검찰 발표의 중계방송식 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혐의사실 공표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며 "외부 필진의 글이라고 해도 '검찰 수사를 받는 죽은 권력'을 희화화한 몇편의 칼럼이 그런 범주에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남일보 사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전직 대통령이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외면하고 외치는 화합은 진정한 화해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영남일보가 5월 25일,26일 <정치.사회적 갈등 슬기롭게 넘자>,<가슴 아프지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사흘 뒤에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화해 힘들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은데 대해,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고 후자에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자문했다.

신문사가 자사 사설에 대해 비판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영남일보> 사설(위쪽부터 5월 25일,26일,29일)..박경조 논설위원은 25일과 26일 사설과 29일 사설에 대해 "순서가 뒤바뀐 느낌, 후자에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영남일보> 사설(위쪽부터 5월 25일,26일,29일)..박경조 논설위원은 25일과 26일 사설과 29일 사설에 대해 "순서가 뒤바뀐 느낌, 후자에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박 고문은 또, 노 전 대통령 수사와 서거에 대해 '언론책임론'도 제기했다.
"서거 이전 대부분 언론은 수사의 정황을 피의 사실인 양 확정해 보도하며, 죽은 권력에 대한 부관참시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 신문들이 서거 이후엔 조문 분위기를 갖추는데 앞다퉈 나섰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 신문의 더 큰 문제는 서거 이후 보도 자세"라며 "서거 정국의 파장을 눈치챈 대개의 주류 신문들이 재빨리 국민통합과 갈등의 봉합을 들고 나온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전직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 그것을 외면하고 외치는 화합은 진정한 화해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영남일보 옴부즈맨 칼럼(090615) / 자기 성찰 없이 신문 신뢰 없다 >

지방신문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하다. 중앙일간지의 무차별적 확장공세와 경제침체로 인한 광고시장의 위축이 지방신문을 존폐의 기로로 내몬다. 여기에 또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보도 행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언론책임론이 지방신문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검찰 수사의 최종 목표지점이기도 했던 노 전 대통령 관련보도는 그가 사망한 5월23일을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진다. 서거 이전 대부분 언론은 수사의 정황을 피의 사실인 양 확정해 보도하며, 죽은 권력에 대한 부관참시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 신문들이 서거 이후엔 조문 분위기를 갖추는데 앞다퉈 나섰다.

하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순서가 지나자마자, 진보-보수로 나뉜 중앙지들은 '정치적 타살'의 의혹을 벗기 위해 서로 '네 탓' 공방을 펼치기에 바쁘다. 치졸하고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독자들로선 매우 혼란스럽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도와 관련해 지방신문들은 대개 반발짝은 물러서 있었다. 취재 인력이 아무래도 청와대와 국회, 정부 청사 등 지역과 관련된 소스가 많은 곳에 집중되게 마련이고, 검찰은 연합통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남일보의 노 전 대통령 보도행태에 면죄부가 부여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적 타살'의 직접적 혐의를 덮어쓸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지방에 독점적인 뉴스 공급권을 지닌 현행 통신사 체계에서 영남일보의 뉴스 취사선택은 중앙지의 그것보다는 비교적 정제됐다는평가를 들을만하다. 검찰 브리핑을 따라가기보다 뉴스의 배경과 전망을 위주로 한 편집이 증좌다.

하지만 영남일보 역시 검찰 발표의 중계방송식 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혐의사실 공표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외부 필진의 글이라고 해도 '검찰 수사를 받는 죽은 권력'을 희화화한 몇편의 칼럼이 그런 범주에 들어있다.

국내 신문의 더 큰 문제는 서거 이후 보도 자세다. 서거 정국의 파장을 눈치챈 대개의 주류 신문들이 재빨리 국민통합과 갈등의 봉합을 들고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통합과 화해를 원치않는 국민이 있을까.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이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 소재다. 그것을 외면하고 외치는 화합은 진정한 화해의 자세가 아니다.

여기서 영남일보의 아쉬움이 있다. 5월25, 26일 연이은 사설은 '정치·사회적 갈등 슬기롭게 넘자' '가슴 아프지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였다.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화해 힘들다'는 사흘 뒤에 실렸다.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고 후자에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의 서거는 우리 사회 여러 곳에 여진을 남기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보혁갈등 구조가 그 여파다. 신문(언론)은 무엇인가. 보수-진보의 색깔을 입고 '네 탓'공방을 벌이는 행태가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국면 아닌가. 여론의 직격탄을 피했다고 영남일보가 성찰할 일이 없지는 않다. 자신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박경조 논설고문 (2009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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