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3사, '광장 통제' 논란은 비중 없는 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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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은경(민언협)..."대구 동성로 광장, '통제 대상' 아닌 '소통의 메카' 돼야"


대구동성로 야외무대를 중구청이 문화·예술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대구참여연대 등 대구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태가 발생하자 대구 공중파 TV 세 채널이 25일 함께 다뤄 관심을 보였다(아쉽게도 KBS대구는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용도 제한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의 여론, 지방의 여론을 고사시킬 수 있는 미디어법을 ‘일자리 창출’이란 애드벌룬을 띄우고는 ‘명운을 걸고’ 처리하겠다고 칼을 가는 정국이어서 어느 때보다 여론 조작, 표현의 자유 제한 등 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사안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런 형편에 누구보다 주민들과 밀착해서 주민 간 소통을 지원해야 할 풀뿌리 기초단체가 '문화.예술 공연'이란 그럴 듯한 구실을 내세워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다룬 대구 공중파 TV 세 채널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KBS대구 - 대구 참여연대 등 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는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중구청이 문화나 예술 행사만 허용하고, 집회를 금지하기로 한 것은 집회와 결사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대구MBC - 중구청은 동성로 야외무대가 집회.시위의 장소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용도를 문화·예술 공연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동성로 야외무대 관리·운영 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1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야외무대 용도를 제한하는 것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집회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무대를 활용해 준법화, 문화화 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TBC대구방송 -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는 시민들의 다양한 예술적 공간이자 의사가 집결되는 곳이어서 사용 용도를 제한한다는 것은 광장기능을 폐쇄하는 거꾸로 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중구청은 동성로 야외무대 용도를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고 ▲대구지역 대부분 시민.사회단체는 △중구청의 이 같은 제한이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되고 △'광장기능'을 폐쇄하는 조치이므로, △용도를 제한하려 하지 말고 무대를 활용해 준법화, 문화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중구청의 발표 등을 종합하면 대구시가 동성로 노점상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반듯하게 재정비해 도심 면모를 일신하려는 것에 맞춰 중구청도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일대를 단장하려고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진정한 의도나 배경은 '광장'과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맥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거치는 곳-그다지 넓지도 않은 대백 일대 동성로 야외무대를 중구청이 기어코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용도를 제한하려는 의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반발하고 있다. 중구청의 문화.예술 공연장-시민사회단체의 '광장' 개념 충돌은 단어 차이 이상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신군부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6월 항쟁,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검역주권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반발해 거대한 봉화로 타오른 촛불집회, 국민의 가슴 가슴에 ‘노랑 조화’를 달게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린 바로 서울 '광장'에 눈을 돌린다면 동성로 야외무대를 왜 중구청은 굳이 '문화.예술 공연장'이란 간판을 달아 용도를 제한화려 하는지, 왜 시민단체는 '광장을 막지 말라'고 반발하는지 최근 일어난 일들을 통해 그 배경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구시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이웃과 이웃, 주민과 정부를 소통시키며, 주민생활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어느 편의 주장이 더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에 어느 편이 더 유익을 주는가 하는 것과도 깊이 관련돼 있다. 분명한 것은 어느 한 쪽의 주장은 ‘노림수-과대포장’일 가능성이 큰 것이란 점이다.

공중파 TV, 비중 있게 보도 안 해

공중파 세 채널은 동성로 야외무대 용도 제한과 관련한 중구청-시민사회단체의 견해 충돌을 상보하지 않아 대다수 시민들은 현재 이 사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방송이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시민사회의 ‘의제’에 오르지 못했으니 시민들이 제대로 알기는 힘 든 일이다.

누구에게나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중파' TV가 대구시 중구청의 동성로 야외무대 용도 제한 추진 사태는 (자체 가치판단을 거쳤겠지만) 짤막한 스트레이트로 다룬 결과 대구시민 다수가 뭐가 뭔지 모르고 있다. 동성로 야외무대가 '광장기능'을 하게 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은, 시민 스스로를 옥죌 지도 모르는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가뜩이나 '모래알' 신세가 되어 대응할 방법조차 찾기 힘들게 되어가는 현재의 시민 입장에서는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보도해야 할 절실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다. (다행히 <평화뉴스>가 동성로 야외무대 사태와 관련해 중구청 관계자들과 대담을 통해 중구청의 입장,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문과 '입법의견'을 상세히 전해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 중구청은 동성로 야외무대 용도를 제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3자에게 위탁 관리할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관리.운영 규정 제정(안) 입법예고, 대구광역시중구 공고 제2009 - 409호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관리.운영 규정(안) 제2조(관리.운영) ②구청장은 야외무대의 효율적인 관리와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비영리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여 관리.․운영할 수 있다)

'위탁관리'-제3자 의한 통제 가능성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동성로 야외무대 운영에 관한 의견>을 중구청에 제출하면서 ‘야외무대 등 관리와 이용은 비영리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여 관리.운영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소재의 불분명 및 향후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비영리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여 관리.운영할 경우 야외무대의 사용과 관련하여 시장의 논리로써 운영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바 이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장논리로 시민의 소통 문제가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위탁관리’는 어찌 보면 '기획운영'을 추구하는 듯도 하지만 실상은 자치단체가 나서지 않고도 허가.인가권 등으로 배후에서 얼마든지 동성로 야외무대 운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중구청은 '위탁관리' 추진을 통해 통제는 통제대로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구청의 원안대로라면 광장을 누림으로써 대구시민들이 보장받고 향유해야 할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이 중구청이 지정한 일개 단체나 개인에게 휘둘리게 되리라는 것은 역대 통제 지향 정부(지방이든, 중앙이든)가 취해온 발자취가 말해준다.

'권위주의 통제' - '민주 소통' 맞서

동성로 야외무대 용도 제한이 대백 일대 좁은 공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대구의 공중파 세 채널은 이 문제를 가능하면 ‘대구 판 미디어법’ 시각에서 다루는 '토론광장'을 기획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곳은 대구사람들이 오며가며 거치는 친숙한 거리광장, 생활의 한 부분으로 오래 자리잡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곳은 대구시민의 ‘소통의 메카’라도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동성로 야외무대 용도 변경 사태는 근원을 찾아가면 권위주의-통제 정책과 민주-소통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권위주의-통제 정책은 지역 갈등의 꺼지지 않는 산실이 될 수 있다. 정부(지방정부이든 중앙정부이든)는 공익광고, 방송사의 온갖 기획보도, 방송사 캠페인 협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직.간접으로 알릴 대로(大路)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 홍보가 대로를 타는 만큼 시민들은 수동적인 정보수용 대상, 홍보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같은 홍보 정책은 시민을 주는 대로 받아먹는 '어리석은 존재'(우민(愚民))로 보는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서는 강요된 힘에 의한 '일사불란'은 있을지언정 창의적인 힘은 나오지 않는다. 힘의 원천인 자발성이 눌려 있기 때문이다. 폐쇄된 광장, 봉쇄된 광장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자라지 못하고(이런 점에서 권위주의.소통부재로 국민과 담을 쌓았다가 비극을 자초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이나 이들 정권이 주는 교훈을 귓등으로 넘기며 소통을 거부한 채 ‘광장 폐쇄’를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가 닮은꼴임을 보게 된다) 대구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가 시민 속에서 시민이 소통하는 광장이 되도록, 시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정부, 시민의 지지.지원으로 존재하는 시민단체,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사용하는 언론매체가 발본적인 차원에서 다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대구시민들이 이 문제를 알 수 있도록 TV 보도가 의제에 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37]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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