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

평화뉴스
  • 입력 2004.06.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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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유해 고국에 도착. 국민들 촛불로 애도
..."파병철회만이 고인의 뜻"



◇ 오늘(6.26) 열린 추모촛불집회에 400여명의 대구시민이 모여 고 김선일씨 죽음을 애도했다.

고 김선일씨의 유해가 싸늘하게 식은 채 오늘(6.26) 오후 고국에 도착하자, 추모와 애도의 촛불이 전국의 곳곳에서 타올랐다. 대구에서도 오늘 저녁 7시부터 한시간 반 동안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고 김선일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파병반대를 외치는 추모촛불집회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늘 추모촛불집회에는 4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억울하게 숨진 고 김선일씨의 넋을 기리며 이라크 파병 반대에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촛불집회는 지난 21일부터 엿새째 계속 되고 있는데, 김선일씨의 시신이 고국에 도착한 오늘은 그전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애도의 촛불을 밝혔고, 슬픔을 감추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대구경북통일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추모사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던 김선일씨의 죽음을 막지 못해 죄스럽다"며, "남아있는 우리에게는 그의 죽음을 세계평화의 첫걸음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파병반대대구경북시민행동] 함철호 상임대표도 "김선일씨의 죽음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죽음"이라고 말하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침략전쟁을 그만 두는 것만이 그를 억울하게 보내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민들은 고 김선일씨의 영정 앞에 촛불을 모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오늘 집회에 참가한 남구 대명동의 정문숙씨는 김선일씨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김선일씨가 차가운 시신으로 고국에 돌아왔는데 우리는 텔레비전으로 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며 "아무런 죄없이 안타깝게 죽어간 김선일씨의 죽음을 모든 국민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구 대현동의 천영익(28)씨는 "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진 뒤에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생각할 수록 답답할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씨는 또, "정치 대표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반드시 다시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늘 집회에는 대학생 몸짓패가 추모 몸짓공연을 엄숙하게 펼쳤고, 김용락(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지회장) 시인이 추모시 '나비'를 낭송해 시민들을 숙연하게 했다. 한시간 반 동안 열린 집회는 거리행진으로 마무리 됐는데, 시민들은 고 김선일씨의 영정 앞에 촛불을 모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그 밖에, 이라크 파병반대 캠페인과 서명 운동도 계속 됐는데, 오가던 시민들이 줄서서 서명에 동참하고, 분향과 헌화가 이어지는 등 추모행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파병반대대구경북시민행동]은 매일 저녁 촛불집회와 함께, 오늘밤부터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고 김선일씨의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김선일씨 추모와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고 김선일씨의 유해는 오늘 오후 5시 2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저녁 8시 32분쯤 부산시립의료원으로 옮겨져 가족의 품에 안겼다. 고 김선일씨의 장례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기독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동영상 평화뉴스 정동현 영상팀장









- 나 비 ----김선일 씨 죽음을 애도하며(04. 6. 26)


한반도 남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한그루 나무처럼 한 포기 이슬맞은 들풀처럼
맑은 얼굴로만 살았던 한 청년이
마침내 나비가 되어 이역만리를 돌아왔다
주검이 되어 어머니 품에 안겼다

그 나비의 슬프고 고단한 날개짓 뒤로
청년의 조국, 노무현 정권의 부도덕과
미국 부시 정권의 음산한 음모의 미소가 흐르고 있다

부산의 산동네 단지 15평,
가난한 외동 아들로 태어나
그가 한 일은 침략자 미군부대에
생필품 공급을 담당하는 준식민지 조국의 하청업체 직원
한 달에 월급 2백만 원을 받기 위해
생과 사가 갈리는 전쟁의 위태로운 경계에 섰다

그가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지 않아도 됐을 것을
전쟁은 부자들에겐 가벼운 농담이지만
가난한 민중들에게는 저주와 악마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을!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었던들
그가 재벌의 아들이었던들
그가 국회의원의 아들이었던들
그가 장관의 아들이었던들
그가 군장성의 아들이었던들
서울특별시 강남의 아들이었던들
이라크에서 공포의 사지에서
대통령 살려달라고 그렇게 외쳤으면서도
결국 죽어갔을까?

내가 분한 것은
그가 부잣집 아들이 아니라
그가 서민의 아들이라는 것
그가 대학원 진학이라는 진리탐구에 불탔다는 것
그가 꼬박꼬박 세금을 냈다는 것
그가 결코 외화낭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
물론, 그가 부자였다면 애초 이라크엔 가지 않았겠지

노무현 정권은 역사를 직시하라
부시 정권의 더러운 전쟁에 조연으로 출연하지 말라
이건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엄중한 민족의 현실이다
김선일의 이름으로 경고하자
민중과 역사의 이름으로 꾸짖자
파병을 철회하라! 더 이상 피의 전쟁을 반대하라!

당신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당신의 정권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과거를 생각하라
과거를 잊지마라 이 지상의 모든 불순한 권력이여
제국주의여!


김용락 시인/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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