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슬픈 장례식..."

평화뉴스
  • 입력 2004.06.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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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노동자 고 정유홍씨...
숨진지 두달만에 노동시민사회단체장으로 거행
..."산업재해 관련 행정소송은 계속 추진"



◇ 오늘 오후 1시 대구고용안정센터 앞에서 중국인 여성노동자 고 정유홍씨의 장례식이 노동시민사회단체장으로 열렸다.

지난 4월 27일 지하철 전동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국인 여성노동자 고 정유홍씨의 장례가 숨진지 꼭 두 달만인 오늘(6.27) 노동시민사회단체장으로 거행됐다.

[대구외국인근로센터]와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대구참여연대] 등 대구지역의 3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 정유홍 장례위원회]는 오늘 오전 11시 파티마병원에서 발인해, 오후 1시 중앙네거리에 있는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 앞에서 장례식을 열었다.
오늘 장례식에는 고 정유홍씨의 남편과 아버지 등 유가족 6명을 비롯해, 중국인과 조선족 동료,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50여명이 참가해 고 정유홍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대표 김경태 목사는 “노예로 살기보다 자유를 선택한 고 정유홍씨의 죽음을 엄숙한 마음으로 애도한다”며 “그녀가 원했던 이주노동자의 삶과 권리는 무엇인지 반성하고, 부당한 처우를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민중연대] 함철호 상임대표도 “고 정유홍씨는 가장 어두운 곳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그녀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깨달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참석자들은 분향과 헌화로 고 정유홍씨의 죽음을 애도했고,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고인을 잃은 슬픔으로 장례식 내내 영정 앞을 떠나지 않아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었고, [녹색평론]의 변홍철 편집장이 ‘작은 새여, 누이여’라는 추모시를 낭독하자 사람들은 슬픔에 고개를 떨구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장례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삼덕네거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대구지부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장묘사업소로 이동해 시신을 화장하기로 했다. 고 정유홍씨의 유해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한 달 뒤 중국으로 옮겨진다.

[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대표 고경수 목사는 “정유홍씨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사업주와 노동부 등의 잘못으로 인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판단해 시민사회단체장으로 거행하게 됐다”고 밝히고, “고용허가제가 8월에 시작되는데 그전에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하루빨리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1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는 그동안 고 정유홍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을 근로복지공단대구본부에 요구했지만, 지난 5월 29일 산재불승인 결정이 받았다. 이에 대해 이들은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구지부]의 도움을 얻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노동시민사회단체장은 지난 2002년 과로로 숨진 중국인노동자에 이어 대구지역에서는 두번째로 열렸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동영상 평화뉴스 정동현 영상팀장 pnjdh@pn.or.kr











작은 새여, 누이여 ― 故 정유홍 씨를 추모하며 (2004. 6. 27.)


발목 묶인 새는
제 몸의 깃털을 뽑아 수(繡)를 놓는다
여린 제 살을 찔러
그 피로 수를 놓는다

명보 컴퓨터자수
12시간 맞교대
월급은 35만원, 60만원…

두고온 아들, 열두 살배기 바알간 볼을
꿈속에서나 어루만지며
발목 묶인 새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울음, 피를 토해
마지막 수를 놓았다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외국인도 사람이다!"

손바닥만한 하늘조차 숨쉴 수 없었던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던
작은 새여, 누이여

비에 젖은 깃털처럼 우리는 흐느끼고
상처입은 부리로 통곡하나니

서로의 부리로 발목을 풀고
서로의 깃으로 날개를 쓰다듬는
평화의 땅은 어디인가
평등의 하늘은 어디인가

우리의 일부인 누이여, 이제 그곳으로
부디 날아가소서

저 먹구름 위
요령성(遼寧省) 맑은 바람, 슬픔없는 하늘로
그대 날개짓 수를 놓으며

누이여, 이제 날아오르소서


변홍철 (땅과자유.녹색평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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