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땅에 인권이란 나무를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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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신부를 보내며> 오완호..."웃음을 유독 좋아한, 당신은 강했습니다"

허창수 신부를 보내며.

- 오완호-


허신부!
헤르베르트 신부!
보타바신부!
허벨벨신부!
헐레벌떡신부!
에리히 보타바신부!

당신은 사제였습니다.
경건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수도사복장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가난한 자에게 빵을 주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갇힌자를 찾아다니며 위로한
진정 당신은 하나님의 종이었습니다.
 
당신은 이 땅에 인권이란 나무를 심었습니다.
유신에 항의하여 턱수염을 기르고
사형, 고문, 양심수의 종식을 위해 항의편지를 쓰고
모임, 세미나, 교육을 조직하고
총칼을 피해 수배된 청년을 숨겨주시며
보안사에 연행되었을 때도 두려워하지 않고
온갖 지탄속에서도 민주화운동을 위해
대명성당 신학원을 내어주며 
인권의 참 의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신은 장애인이었습니다.
20년넘는 세월을 파킨스씨 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떨리는 손, 가늘어진 다리에도
한번도 좌절하지 않는
“어쩔수 없어요”
“괜찮아요” 라는 말로
도리어 우리를 격려하였습니다.

당신은 웃음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성당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의 놀이도 좋아했고
기르던 콜리도 사랑하며
장난치기를 즐겨하며
짓꿎게 놀리기도 즐겨하며
등산, 수영, 스키를 좋아하며
웃음과 함께 항상 있었습니다.

당신의그 웃음, 그 유머가
너무 좋았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술꾼이었습니다.
다른 맥주들은 말오줌이라 평하며
유독 크라운 맥주를 좋아하고
항상 “저 목 말라요” 라며 맥주를 마시던
책상아래에 술병을 숨겨두고
지하실에서 양파주, 포도주, 무우주, 자두주등을 제조하며
즐거워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당신은 강했습니다.
외로움, 고독이란 단어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교통사고로 코뼈가 내려 앉았을때도
이빨이 빠졌을때도 당신은 웃었습니다.
침상에서 떨어져 피가 헝건했음에도
머리의 땜통을 보여주며 당신은 웃었습니다.
당신이 우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어쩔수 없어요”
“괜찮아요” 
“나쁘지 않아요”
한번도 흔들리는 모습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인권, 윤리, 노동자, 한국인, 맥주, 스키, 형님, 구미, 대명동신학원, 앰네스티
당신이 너무나 사랑한 것입니다.

허신부!
헤르베르트 신부!
보타바신부!
허벨벨신부!
헐레벌떡신부!
에리히 보타바신부!

안녕, 잘 가세요!

하나님!
허신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세요.

2009년 8월 30일. 나의 친구 허신부를 보내며...





[기고]
오완호 /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

* 오완호 사무총장은, 고 허창수 신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을 같이 한 것을 비롯해 25년동안 가깝게 지냈습니다.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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