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휘갈기는 언론" - TBC 이혁동 기자

평화뉴스
  • 입력 2004.07.1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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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흔히들 민간 사가(史家)라고 한다. 관료(官僚)가 아닌 민간인으로서 우리사회에 일어나는 갖가지 일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기록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제 기자직에 종사한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늘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수많은 기사를 쓰고 방송해왔지만 허공에다 주먹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단적인 예로 최근 불량 만두소 파동으로 한동안 언론은 물론 사회가 떠들석 했다. 중앙언론은 물론이고 지역언론도 마치 사회가 절단 날 것처럼 한바탕 떠들어댔다. 언론이 떠드는 바람에 만두 제조업체 사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갔고 만두 제조업체들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주었다.
한동안 난리법석을 지기더니 금새 먹어도 괜찮다며 단체마다 또 만두먹기 캠페인을 벌이는 웃지 못할 코미디 촌극을 벌여온 셈이다. 우리사회의 냄비근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인 것 같다.

언론이 앞뒤 분간도 않고 허겁지겁 아무렇게나 휘갈기다 보니 이런 현상을 부추겨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결국 만두제조업체들이 중앙방송 3사를 상대로 중재신청을 냈고 앞으로 민사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지역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앞서 조류독감 파동 때도 똑 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사건의 본질,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보고 있는가"

지금도 신문지면이나 방송에서 매일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늘 껍데기만 다루다 보니 정작 현상의 본질까지 파헤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바른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우리사회에 약간의 흔적을 남길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신속이라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늘 스스로 자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언제까지 기자직에 종사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제 새로운 10년은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하면 삼성을 말한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몇몇 재벌과 비슷하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2,3류 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내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기업 오너의 절박한 생각의 변화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지 10년만에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1백만명에서 다음 세대에는 1천만명을 먹여 살리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실로 놀라운 꿈이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될 수는 없겠지만 기자직에 종사하는 나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나와 우리사회를 둘러싼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바라볼 줄 아는 통찰력과 새로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기자, 그래서 스스로 준비하고 대안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기자 역할을 꿈꿔본다.

TBC 이혁동 기자(hdlee@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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